내가 받아들여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by 청리성 김작가

대학원 동기들과 MT를 다녀왔다.

한 학기를 보내고 단합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첫 학기는, 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함께 무언가를 할 여유가 없었다. 종강을 앞두고 함께 모이는 시간을 갖는 데 모두 동의했고, 이왕이면 1박을 하자는 제안이 나와서 진행하게 됐다. 친목 이외에, 또 다른 목적도 있었다. 신입생 환영식 준비다. 학교는 전통적으로, 직전 학기 선배가 신입생 환영회를 준비한다고 한다. 우리가 입학했을 때, 바로 위 기수가 준비해 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전반적인 부분을 논의하려면 시간이 필요했으니, 겸사겸사 MT를 1박으로 추진하게 됐다.


첫날은 단합의 시간을 가졌다.

신입생 환영식 준비보다 우리의 단합 시간이 우선이라는 의견 때문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단합이 주된 의미이고, 신입생 환영식은 그다음이었다. 각자가 맡은 역할로 준비했고, 당일에도 역할에 따라 진행했다. 사실 역할을 나눴다고는 하지만, 주도적으로 준비에 나선 동기들의 역할이 컸다. 전체 일정을 계획하고 예약한 동기, 장 볼 리스트를 구성한 동기, 미리 장을 보고 손질할 것은 손질해서 온 동기, 차량을 지원해서 픽업해 준 동기 등등, 역할을 해주어서 다른 동기들이 덕을 봤다. 나도, 덕을 본 일인이다. 당일에도 자기 역할이 아니지만, 나서서 준비하고 정리하는 동기들도 있었다. 자기보다 동기들을 먼저 챙기는 모습에서 고마움과 함께 존경의 마음이 올라왔다.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밴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루를 보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신입생 환영식 준비를 하면서 역할을 배정하는데, 내가 도움이 될 역할이 나왔다. 사회자다. 모두가 어려워하고 꺼리는 부분이었는데, 내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편하다고 할 순 없지만, 다른 동기들보다는 덜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 지금까지 회사나 성당 등에서 사회를 본 경험이, 이렇게 잘 쓰이게 돼서 다행이라 생각된다. 이 외에도 여러 역할이 있는데, 각자의 강점을 살려서 빠르게 배분되었다. 생각보다, 전체 흐름과 역할 배분이 일찍 정리되었다. 펜션 퇴실 시간을 좀 늦춰달라고 양해를 구했는데, 공식 퇴실 시간에 맞춰서 나올 수 있었다. 아니, 조금 일찍 나왔다.


공동체에서는 여러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맡는다.

잘하는 부분이라 맡기도 하고, 딱히 누군가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맡기도 한다. 전자라면 부담이 적다. 잘한다는 건,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말도 되기 때문이다. 즐기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은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후자는 어떨까? 떠안아야 하는 역할은 다르다. 자신 있는 부분이라는 그나마 덜 하겠지만, 생소한 부분이라면 난감하다. 짐을 떠안은 기분이다. 부담도 되고 역할을 떠민 사람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 역할을 진행하고 마무리할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좋은 경험이라 여기게 된다. 새로운 경험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좋은 사람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시작은 짐이었지만, 끝은 선물이 되는 거다. 선물은 기꺼이 내어놓을 때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