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혹되지 마소.”
영화<이끼>에 나온 대사다. 왜 이 말이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자주 인용돼서 기억한다. 누군가가 하는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보이스 피싱이라는 범죄를 알면서도, 당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봐도 그렇다. 예전에 회사에서 한 직원이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던 장면이 떠오른다. 보이스 피싱을 당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대표님이 전화를 가로채 몇 가지를 따져 묻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직원은 이야기를 듣고 돈을 송금하려던 찰나였다. 부모님이 다쳐서 급하게 수술을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였다. 어린 친구라 당혹스럽고 심란한 마음에 판단력이 사라지고, 걱정과 급한 마음이 올라왔던 거다. 10년도 지난 일인데, 보이스 피싱하면, 아직 이 장면이 떠오른다.
며칠 전, 걸려 온 전화도 그랬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코인이 있다는 말이었다. 오래전에 이벤트에 당첨돼서 받았는데, 아무래도 잊고 있는 것 같아 연락했다고 했다. 지금 시세로 100만 원이 좀 안 되는 금액이었다. 솔깃했다. 기억을 더듬어 올라갔다. ‘언제 받았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 팔라는 건 아니고 알고 있으라고 연락했다고 했다. 원하면 팔아도 된다고 했다. 기억이 전혀 없으니 혼란스러웠다.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계좌 연결이 필요하니 카톡 아이디를 알려달라고 했다. 연결해 두면 원할 때 팔 수 있다고 했다. 알려주려고 하는 순간, 뭔가 싸한 느낌이 스쳤다. ‘맞나? 정말 맞나?’ 그리고 이어진 생각은 이랬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신을 차리고 괜찮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사실 여부와 진실은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진실이라 믿는다.
한 식당에서 들은 이야기도 그렇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지인이 당한, 건설 사기다. 지인은, 건물을 지을 테니 투자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나중에 사기라는 것을 알았을 때, 당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곳은 한적한 곳으로 건물을 짓기 위해 공사를 맡은 사람도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자재와 작업도 이미 시작한 상태라 그 사람도 피해자라고 했다. 왜 사람들이 투자했을까? 이유를 듣진 못했지만, 짐작은 갔다. 투자 수익이 높다는 말 때문이었을 거다. 도와달라는 말에 끌려 돈을 넣었을 확률은 매우 낮다. 이득이 된다는 말에 투자한 거다. 어떤 사람은 빚까지 내서 투자했는데 그 빚을 갚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는 말도 했다. 결혼까지 미루고 빚을 갚는 사람도 있다는 말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세상은 무엇인 진실인지 헷갈리는 일이 많다. 뉴스를 접해도 그렇다. ’저게 맞나?‘ 사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누가 명확한 사실과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보이는 관점에 따라 그리고 흐름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가능성을 어떻게 배제할 수 있겠는가? 아! 또 하나. 가장 영향력 있는 힘의 논리에 따라.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내 가치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신중하게 해도 그 판단이 틀릴지도 모른다. 틀릴진 모르지만, 최소한 찝찝함과 타의에 의한 끌려갔다는 자괴감은 들지 않는다. 인간에게 부여된 가장 큰 선물이, 자유의지 아닌가? 자유의지를 잘 사용하도록, 현혹되지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