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든 숨은 고수가 많다.
숨었다는 표현보다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그들이 일부러 숨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드러내놓고 있어도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하는 법이다. 바로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사실을 늦게 깨닫고 나서는, 스스로 원망하기도 한다. 원망보다는 일찍 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클지도 모른다. 어제, 이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대학원 동아리에서 운영하는 코칭 매칭 플랫폼이 있다. 상위 코치가 개설하면, 하위 코치가 신청해서 코칭 실습 및 조언을 구하는 플랫폼이다. 있다는 건 알았지만, 크게 관심 두지 않았다. 알음알음해서 하면 되는데, 굳이 플랫폼까지 이용할 이유를 몰랐던 거다.
지난달, 이 플랫폼을 홍보하는 내용을 봤다.
걸려있던 링크를 타고 들어갔는데, 나도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학기에 상관없이, 코치 자격이 있으면 하위 코치를 모집해서 진행할 수 있었다. 개설된 일정을 둘러보는데, 대부분 신청할 수 없는 일정이었다. 매칭된 일정이거나, 동등한 자격을 가진 분이 개설한 일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달을 바꿔서 둘러보다가, 신청 가능할 수 있는 일정이 눈에 들어왔다. PCC(국제코치협회자격)를 취득하신 분이 개설한 일정이었다. 신청자 한 명은 KAC(한국코치협회자격)였다. 내가 취득한 KPC 이전 단계의 자격이다. 어떻게 운영되는지 경험 삼아 신청했다. 그리고 어젯밤에 진행되었다.
상위 코치님의 여정이 놀라웠다.
여정을 설명하면 이렇다. 6년 전에 학교에 입학했는데, 코칭을 전혀 몰랐다. 공대 출신인데 리더십 등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과 경영대학원에서는 뭘 가르치는지 궁금해서 지원했기 때문이다. 면접을 보고 떨어지는 줄 알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에 비해 같이 면접을 본 사람은, 자격증 운운하면서 대화를 잘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우려와 달리 합격해서, 의심이 갔다. 돈만 내면 다 들어오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들어온 거 코칭이 뭔지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닥치는 대로 실습했다. 동료 코치가 아닌, 코칭을 모르는 사람과 실습을 진행했다. KPC 시험 볼 때 채워야 할 코칭 시간은 200시간이었는데, 시험 볼 당시 400시간이 넘었다.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의 성과다.
KPC를 취득하고 바로 PCC 도전했는데, 바로 붙었다고 했다.
입학하고 졸업하기 전까지 기간이니까, 2년도 안 되는 시간에 모든 것을 이룬 거다. 코칭을 전혀 몰랐던 사람이, 코치로서 최고 바로 아래 단계 자격까지 취득했으니 놀라울 일이다. 여기에 더한 것이 있다. 졸업하고 코칭을 더 공부하고 싶어서 국제코치협회에서 하는 교육에 많이 참여했다고 한다. 참여하는 동안 외국인 협회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자격 과정 심사 위원으로 추천받았다고 했다. 추천받는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55시간 교육과 그밖에 여러 심사를 거쳐 발탁되는 과정이었다. 이 모든 것을 수료하고 심사 위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실전 코칭을 나름대로 했다고 자부한 나도, 절로 고개가 숙어졌다. 내가 한 것은 이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반성했다. 이 정도는 해야, 이 경지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분은 그동안, 삶 자체를 코칭으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30분에서 1시간은 코칭하고, 시간을 가졌다고 했으니 말이다.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다. 삶 안에서 코칭을 생활화하고, 틈만 나면 코칭 대화를 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좀 안다고 자만하지 않고 기본부터 다시 충실하게 공부하면서, 삶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코칭 대화를 하리라 다짐했다. 코칭할 때만 코치가 아니라, 삶 자체가 그리고 사람 자체가 코치인 그런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