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메시지에 어느 정도 예민하게 대응하는가?

by 청리성 김작가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큰 사고 전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조짐이 있다는 논리를 뒷받침해 주는, 가장 강력한 통계 모델이다. 미국 보험회사 직원인 하인리히가 수천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다. 비율로 보면, ‘1:29:300’이다. 1번의 큰 사고 이전에 가벼운 사고 29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가벼운 사고 29건 이전에는, 사고로 이어질 상황이 300번 있었다고 한다. 큰 사고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통계는 확률이다. 모든 것이 다 맞는다고 할 순 없다. 갑자기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이 통계가 전하는 메시지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만한 상황 이전에, 조짐이 있다는 경고다. 사고만이 아니다. 일상에서도 이 메시지를 잘 기억해야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무심코 넘긴 메시지가 부메랑이 되어 크게 돌아올 수도 있다.


오래전 쓰라린 기억 하나가 있다.

아쉬움으로 기억되는 일이 한둘은 아니지만, 기억나는 하나가 있다. 거래처를 날린 일이다. 새로운 거래처를 소개받았다. 그때는 그리 큰 회사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매우 큰 회사가 되었다. 그 거래처를 날리지 않고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갔다면, 지금은 어땠을지 싶다.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회사 이직 후에도 많은 도움을 준 거래처 분들을 생각하면 그렇다. 더 크게 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쉬움이 남지만, 내가 만든 상황이니 어찌하겠는가.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그 이후로 사소한 메시지를 흘리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일이 그 자체로는 독이었지만, 이후에는 약이 되었다고나 할까?


심포지엄을 진행하게 됐다.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어서, 담당자를 배정했다. 담당자는 한창 열정이 넘치는 친구였다. 물이 올랐다고 해야 할까? 많은 거래처에서 좋은 피드백도 받고 있었다. 거래처 담당자는 심포지엄 경험이 많지 않았다. 거래처에서 의뢰한 것을 수행하는 것 이상으로, 제안하고 이끌어주면서 진행했다.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던 중, 거래처 담당자를 만나게 되었다. 약간의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 담당자가 일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그럴 리 없다며, 반박했다. 나 역시도 자신감이 넘쳤던 때라, 경청하고 확인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심포지엄이 잘 끝나서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한다는 말이 오가고 있을 때였다. 거래처 담당자한테 전화가 왔다. 정산서가 잘못됐다고 했다. 확인해 보겠다고 말하고, 우리 담당자한테 물어봤다. 거래처 담당자가 잘 몰라서 그런 거라며, 오히려 반박했다. 우리 담당자를 너무 믿어서였을까? 담당자 말만 듣고, 정산서를 확인하지 않았다. 거래처 담당자에게 이상이 없다며 다시 보라고 했다. 거래처 담당자는 아니라고 하면서, 이상하다고 했다. 잠깐의 갑론을박이 벌이고, 전화를 끊었다. 뭔가 찜찜한 마음이 들어서 정산서를 확인했다. 이상이 없어 보였는데, 마지막 부분이 눈에 걸렸다. 엑셀 수식을 확인하니, 중복으로 계산이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등골이 오싹했다.

큰 실수를 한 거다.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거래처 담당자가 계속 이야기할 만했다. 바로 전화했다. 우리가 실수했다면서 사과했다. 하지만 거래처 담당자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 상태였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고, 더는 그 담당자와 일을 할 수 없었다. 심포지엄 시작 전에 했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면 어땠을까? 정산서가 이상하다고 했을 때 바로 확인했더라면 어땠을까? 이후 관계가 달라졌을까? 이후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후회해도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사소한 조짐을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 치고는, 큰 대가를 치렀다. 아니, 어쩌면 더 큰 대가를 치르지 않은 계기가 됐는지도 모른다. 사소한 조짐을 메시지로 여기고, 메시지를 놓치지 않도록,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을 다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