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할 것 같지만, 언제나 든든한 누군가가 지켜보는 상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쯤, 혼자서 빵을 사 오도록 심부름을 보낸 적이 있다.
휴일 이른 아침으로 기억된다. 혼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감행했다. 하지만 아직 어린 딸을 혼자 내보내는 건, 아빠로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도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서기를 주저주저했다. 괜찮다며, 할 수 있다며 아이를 내보냈다.
아이를 내보내기 전에, 아이 모르게, 아내와 작전을 짰다.
아내는,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베란다 창문으로 아이가 나오는 것을 보기로 했다. 나는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것을 지켜봤다. 혹시 중간에 서거나 하면 바로 계단으로 뛰어 내려갈 작정이었다. 5층이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은 높이였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로비 층까지 멈춤 없이 내려갔다. 로비 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자마자, 계단으로 급히 뛰어 내려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아내와 통화로 아이가 밖으로 나온 것을 확인했다. 아내는 내가 밑으로 내려갈 때까지, 아이가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밖으로 나가자 멀지 않게,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날따라 자그마해 보이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왠지 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뒤에서 보니, 양팔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손에 쥐여 준 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두 손으로 꼭 붙들고 가는 듯했다. 총총걸음으로 보도블록을 따라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혹여 넘어질까 불안 불안했다. 넘어져도 잡아줄 수 없는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아이는 아파트 입구에 있는 슈퍼에 도착했고, 미닫이문을 있는 힘껏 옆으로 밀고 들어갔다. 어떻게 말하나 듣고 싶어, 슈퍼 입구 옆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몸을 숙이고 지켜봤다.
슈퍼에 들어가면 바로 빵이 놓여있는 선반이 있다.
이리저리 빵을 살피다가 원하는 빵을 집었다. 계산대에 빵을 올려놓고, 손에 들고 있던 지폐를 건넸다. 단지 내에 있던 슈퍼라, 주인아저씨가 아이를 알고 있었다. “혼자 왔나?” 우렁찬 아저씨의 물음에, 아이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네”하고 대답하고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아저씨는 이제 다 컸다고 하시면서, 잔돈과 테이블 옆에 있던 뽀빠이 소시지 하나를 덤으로 주셨다. 아이는 한 손에는 빵을 한 손에는 잔돈과 뽀빠이 소시지를 들었다. 아저씨가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러 나올 때, 얼른 안 보이는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아이는 양손에 든 짐을 들고 오르막길을 힘차게 올라갔다.
이번에는 내려다볼 수 있는 다른 길에 숨어서, 올라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혼자서 해냈다는 생각이었을까? 내려올 때는 불안해 보였지만, 올라갈 때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아이 엄마한테 아이가 올라가니 잘 보라고 얘기하고, 먼저 공동 현관문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가 보이는 계단 위에서 아이가 타는 모습을 보자마자,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다행히 내가 먼저 도착해서 집으로 들어갔다. 아무렇지 않게 식탁에 앉아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 잘 다녀왔냐며, 대단하다고 칭찬해 줬다. 아이는 자신이 혼자서 다녀왔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좋았던지, 상기된 표정으로, 다음에도 시켜달라며 방방 뛰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전화 통화할 때는, 평소보다 몇 톤이나 높은 목소리로 자신의 성과를 설명했다.
혼자서 해냈다는 생각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뿌듯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자신이 생각했던 역량을 넘어선 것이기에, 감격스럽고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혼자서 했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사람과 상황이 있다. 그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믿음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과 그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어려울 때, 천사처럼 도와줄 누군가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