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것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유지하는 것 또한 간단하지 않다. 초기에 했던, 노력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변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래서 오랜 시간,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노력과 정성은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 그냥 되는 건 없다. 어떤 성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성으로 만들어진다.
신뢰는 쌓는 것과 달리,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도미노를 세우는 것은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넘어트리는 건 손가락 하나로 툭 치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짧은 시간도 시간이지만, 손가락 하나로 툭 치는 것처럼, 별거 아닌 일로 무너질 때가 빈번하다. 너무 허무하다.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배신감에 치를 떨기도 한다.
잠을 못 이루거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받은 상처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깊어지게 된다. 기억에서 잊힐 만큼 시간이 지나야 잊을 수 있지만,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 다시 한번 치를 떨기도 한다.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원망스러운 생각이 가득해진다. 내가 해준 것만 생각난다. 해준 게 많다는 생각이 들면, 원망의 크기는 구르고 굴러서 눈덩이처럼 커진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문득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었다.
‘담벼락이 무너지는 게, 한순간일까?’
뉴스에서 건물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들릴 때, 공통적인 의견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실금이 갔고 그 실금이 점점 커지고 번지면서, 무너질 준비를 하고 있던 거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했거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방치한 것이, 붕괴로 이어졌다.
신뢰 관계도 이런 관점에서 살펴봤다.
조금의 틈이 생겼을 것이고, 그 틈을 방치한 시간에 비례해서,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인지하지 못한 것뿐이지, 틈이 없던 게 아니다. 폭탄을 이용해서 건물을 무너트리는 게 아니고서는, 오랜 시간, 누적된 틈으로부터 서서히 무너짐은 시작되고 있다.
신뢰가 무너졌던 관계를 가만히 돌이켜보면, 사인이 있었다.
틈이 생기는 조짐이 있었다.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조치를 했으면, 작은 틈에서 메울 수 있었다. 무덤덤하게 넘겼기 때문에 틈은 벌어졌고, 결정적인 계기로 무너졌다. 결정적인 계기라는 것이 강력한 사건이 아닌, 아주 사소한 사건일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상대방이 받은 마음의 상처다.
사례는 다양할 수 있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 느낌은 자신이 받을 수도 있고, 줄 수도 있다.
모든 마음의 등 돌림을 이것으로 단정 지을 순 없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순간에 등을 돌리는 상황도 있다. 다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작은 틈이 느껴진다면 민감하고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무너지고 후회하거나 아쉬워해 봐야, 다시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