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끝

by 청리성 김작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


졸업과 입학 시즌이 지난 지, 두 달이 되었다.

예전 같은 느낌에 졸업과 입학을 할 수 없어 매우 아쉽다. 필자는 세 딸 중, 두 딸아이가 졸업과 입학을 했는데, 그 기분을 느끼지 못해 더 아쉽다. 학년이 올라간 정도의 느낌으로, 온라인 입학식과 졸업식을 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평생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졸업과 입학은 거의 동시에 진행된다.

학교 학사일정이나 지역에 따라 다소 다르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2월에 졸업하고 3월에 입학한다. 최고 학년에서 신입생이 되는 기분은 참 묘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갔을 때가 가장 그랬다. 초등학교 6학년일 때는 당당하게 교문을 들어섰다면, 중학교 1학년 때는 왠지 모를 기운에 눌려 움츠리고 교문을 들어섰다. 운동장에서 처음 전 학년 조회를 할 때, 선배들의 눈빛을 피하려고 거의 고개를 숙이고 있던 기억도난다. 눈이 마주치면 불려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무서운 형들을 보면, 고개를 돌리거나 길을 돌아갔던 것처럼 말이다.

졸업의 절정은, 고등학교가 아닐까 싶다.

청소년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성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때문이다. 생년월일 때문에 대학생이 되어도 미성년자인 경우도 있지만, 그것까지 개의치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갇혀 있던 새장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는 새처럼 된다고 생각한다. 치열한 야생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새장이 더 편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때가 되면 모이를 주고 누구도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편안함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구속이라 느꼈던 새장이, 보호막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졸업은 끝일까? 시작일까?

당연히 끝이라 생각한다. 마치는 거니까. 하지만 졸업은 갇혀 있던 새장에서 벗어나는 끝이 아닌, 새장 밖의 세상에 들어선 시작이다. 새장 밖을 나갔을 때, 힘든 느낌이 가중되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을, 끝이라 여기고 마음의 고삐를 풀어버린다.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올라와 끝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놓는데, 다른 계단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허무함과 같다. 간신히 버텼던 다리의 힘이 한순간 풀어진다. 주저앉고 싶어 진다.


항상 마음의 고삐를 조이며 살아갈 순 없다.

강철을 만들기 위해 고열에 담갔다 물에 식히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마음도, 조일 때와 풀 때가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어떤 시점에 닿을 때, 끝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완전히 풀어버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좋은 루틴으로 보내왔던 시간을, 한순간에 무너트리게 된다.


명문대를 입학하고 무너져내리는 사람을, 뉴스나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이유가, 명문대 입학을 끝으로 여겼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끝이라 생각하고 달려왔기 때문에, 너무 허무한 마음이 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를 테고 말이다.


삶의 여정을 마감할 때까지, 끝은 없다.

마디가 있을 뿐이다. 하나의 마디가 맺어지면, 또 다른 마디를 행해서 가야 한다. 마디의 맺음은 또 다른 마디의 시작이다. 극단적인 끝이 아닌, 마침과 시작이 조화로운 연결고리로 이어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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