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욕심

by 청리성 김작가
『움켜쥐면 움켜쥘수록 더 메마른 샘물이 되는 마음』

재난 지원금을 받았다.

애가 셋이다 보니 금액이 적지 않았다. 아내는 자신에게 해당하는 부분만 받았다. 나는, 나를 포함 4명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았다. 이전에는 아내가 아이들 부분도 함께 받았는데, 이번에는 세대주가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는지 그렇게 받았다. 공돈이 생겼다는 생각에, 마음은 이미 풍족한 기분으로 채워졌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회사에서 떡값을 받는 기분, 그 이상이었다. 계획하지 않은 지출이 생기면 마음이 쓰리지만, 예상하지 못한 수입이 생기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 금액을 어떻게 사용할지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학원비였다. 다행히 아이들 학원도 이 금액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했을 때, 다음 달 카드 청구금액이 많이 떨어질 생각을 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나는 되도록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직불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동네에서는 지역화폐를 주로 사용한다. 다음 달 청구되는 금액을 보면 마치 공돈이 나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든 물건을 구매하든 그 시점에 이미 누릴 건 다 누렸는데, 그 느낌이 다 가신 다음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별로다. 그래서 신용카드는 잘 안 쓴다. 외상값을 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내와 나는, 각자가 받은 금액은 각자를 위해 쓰자고 했다.

지금까지 거의 아이들을 위해 썼는데, 이번에는 각자가 필요한 것을 사자고 했다. 학원비나 장을 보는 데 다 쓰지 말고. 그래서 오래간만에 동네 쇼핑몰을 찾았다. 사실 쇼핑몰을 찾은 목적은, 침구류가 많이 낡아 바꾸려던 참에, 한번 둘러볼 생각에서였다. 바람도 좀 쐴 겸. 견물생심이라, 다 좋아 보이고 다 필요해 보였다. 침구류 판매장은 없었다. 그렇게 둘러보다 가을 정장이 없던 차에, 많이 할인된 금액으로 하나 구매했다. 우리를 위해 쓰자는 다짐에 대한 첫 번째 실천이었다.


아내도 필요한 것을 둘러보는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옷들이 더 눈에 띄었나 보다.

“애들이랑 다시 같이 오자. 애들 몫으로 받은 걸로 옷 하나씩 사주자!”

아,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 몫으로 받은 건 학원비를 내자고 했는데…. 잠깐 계산해보니 오버였다. 학원비도 내고 옷도 사려면 받은 금액을 초과할 판이었다. 계획했던 계산이 틀어지자, 마음에서 불편한 기운이 올라왔다.

“지원금이 마르지 않는 샘물도 아니고, 그렇게 여기저기 쓰면 부족한데?”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좀생이처럼.




지원금은 거저 받은 돈이다.

받기 전에는 거저 받은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원금을 받고 나서는,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손에 들어왔으니까. 내 것이니까 내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돌변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이들 학원비를 내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옷을 한 벌씩 사줘도, 다음 달 청구되는 비용은 줄어들게 돼 있다. 당연히 그렇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더 생겼음에도, 더 베풀려는 마음보다 더 움켜쥐는 마음이 들었다.


욕심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더 얻으면 더 베풀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그렇게 되니 생각과 행동은 그러지 못했다. 크지 않은 금액이고 그것도 아이들한테 사주는 건데, 생각할수록 참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또한, 또 하나의 가르침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움켜쥐려는 마음이 들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 펴는 노력을 하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움켜쥐려고만 했던 마음을 걷어내자. 쥐면 쥘수록 더 팍팍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그렇게 마음도 온전히 펼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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