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함에 침묵하지 않는 마음과 행동』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언젠가부터 눈에 자주 띄는 문구다. 콜센터에 전화를 해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안내가 들린다.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감정노동은 직장인이 사람을 대하는 일을 수행할 때,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행하는 노동을 의미한다. (출처: 위키백과)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말처럼 말이다.
직장인은 거의 모두 감정노동자다.
자신의 감정보다 회사 내부의 분위기나 거래처 담당자에 따라 감정을 달리해야 한다. 동의하지 않아도 동의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고, 좋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야 한다. 그것을 직장인의 숙명이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숙명적으로 살아온 시간을, ‘불금’이라는 표현으로 보상받으려 한다. 물론 나처럼 때로는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관점에서 보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강약이나 횟수의 차이는 나겠지만 말이다. ‘풍선효과’라는 말이 있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더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COVID-19의 영향으로 많은 억제 정책이 시행되었지만, 그 정책을 피해 다른 방향으로 부풀어 오른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 면에서는 정말 아이디어를 잘 낸다는 생각이 든다. 식당에서 뉴스를 보다 관련된 소식이 나오면, 주변 여기저기에서 “참, 기발하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라는 말이 쏟아진다.
풍선효과는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도 일어난다.
누군가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자신보다 아랫사람이나 약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쏟아붓는 경우다. 앞서 말한 감정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언급했던 것처럼,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회적 약자들은 그 무게를 그대로 떠안게 된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정신질환을 앓거나 심지 목숨을 끊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실제 때리지만 않았지, 폭력을 가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살인은 신체적 목숨을 앗아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자존감을 무너트리는 것도 또 다른 폭력이고 살인이다. 자존감은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존중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고 자존감이 무너지는 건 아니지만, 자주 그리고 강력한 충격에는 무너진다. 자존감이 무너졌다는 것은 살아가는 이유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혼란스럽고 왜 그 자리에 있는지, 계속 있어야 하는지 헷갈린다.
나는 자존감을 무너트리는 사람인가?
아니면 자존감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넘어진 자존감을 일으켜주는 사람인가? 분명한 것은 내가 타인에게 행하는 대로 그대로, 아니 그 몇 곱절로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의구심을 갖는다. 정말 못 되게 사는 사람이 더 잘 사는 것 같다고. 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이런 내용의 글을 읽고 깨닫게 되었다. 그 이유를.
하느님께서는 이런 계획이 있다고 한다.
1층에서 떨어지면 조금 충격이 있겠지만 큰 지장은 없다.
2~3층에서 떨어지면 다치기는 하겠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10층이나 그 이상에서 떨어지면 어떨까? 더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단다. 그런 사람들이 잘 사는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떨어질 위치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말이다. 또 하나는 계속 기회를 주시는 것이라 말한다. 회개할 기회 말이다. 회개한다면 조금 낮은 곳으로 내려와 떨어지거나 바닥까지 잘 내려올 수도 있다고 한다.
‘낭만 닥터 김사부2’에 나왔던 대사가 떠오른다.
내 인생 대사 중 하나로 꼽히는데,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꼭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이 말을 곱씹으며, 되새긴다.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지만, 진상 환자에게 사과하겠다고 말하는 후배 의사에게 하는 말이다.
“차라리 불편해하고 말어 그럼, 불편하다고 무릎 꿇고 문제 생길까 봐 숙여주고 치사해서 모른척해주고 드러워서 져주고. 야! 이런저런 핑계로 그 모든 게 쉬워지고 당연해지면 너는 결국 어떤 취급을 당해도 되는 싼 그런 싸구려 인생 살게 되는 거야. 알아들어?”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