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단단하게 엮인 것 같아도, 교만한 마음으로 한순간에 끊어버리게 되는 것』
군대에서 대대 유격 조교를 했었다.
큰 부대가 아니다 보니, 1인 2~3역은 기본적으로 해야 했다. 유격훈련은 매년 받아야 하는데, 붙박이로 편성된 조교 숫자가 부족했다. 그래서 각 중대에서 1명씩 차출해서 조교 훈련을 시켰다. 훈련에서 통과하면 조교의 자격이 부여됐고, 대대가 유격훈련을 할 때 조교로 역할을 했다. 우리 중대에서는 내가 지원을 했고, 2주간 훈련을 받았다. 따뜻한 봄날도 아니고 시원한 가을도 아닌, 찬 바람이 매섭게 불던 한겨울에 받았다. 훈련 마지막 날, 마지막 훈련인 레펠 훈련을 마치고 모두가 모여 군가를 부르는데, 눈발이 흩날렸다. 아직도 그 장면이 기억에 선명하다. 추워서가 아니라 감격스러운 마음에 소름이 돋았다.
유격훈련은 산악지역에서 진행된다.
줄을 잡고 절벽을 오르기도 하고 뛰어내리기도 한다. 사람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1m 높이에서 줄 하나에 의지해서 수직으로 낙하하기도 한다. 외줄 타기는, 줄 하나에 몸을 기대서 반대편으로 건너가야 하는 훈련으로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심지어 내가 훈련받은 곳은 81m 거리로, 동양 최대 외줄 타기 훈련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렇듯 대부분이 줄을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 다양한 매듭법도 배웠다. 지금은 거의 기억나는 게 없지만, 아직 정확하게 기억나는 매듭법이 있다. 8자 매듭이다.
8자 매듭은 이름 그대로, 매듭 모양이 8자로 보인다.
매듭을 만드는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두 줄을 교차해서 한 번 묶은 다음, 다시 반대로 묶으면 된다. 그렇게 묶은 끈은 아무리 당겨도 풀어지지 않는다. 아마 줄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풀릴 일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된다. 그래서 줄을 연결할 때, 항상 이 8자 매듭으로 한다. 캠핑하는 사람들도 8자 매듭을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
8자 매듭의 특징은 두 가지다.
가장 단단하게 엮을 수 있다. 그리고 쉽게 풀 수 있다. 어쩌면 상반된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효과와 효율을 모두 겸비했다고 볼 수 있다. 빠르고 단단하게 엮어서 역할 수행을 하고, 빠르게 풀어 다음 역할로 넘어갈 수 있다. 세상에 있는 많은 기기나 물건도 보면, 상반된 두 가지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는 제품들이 인기가 많다. 튼튼하면 무겁다는 단점이 있고 가벼우면 약하다는 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튼튼하면서 가벼운 제품은 단연 최고로 인정한다.
8자 매듭 같은 관계를, 사람 사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어렵지 않게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 관계는 절대 빠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매듭으로 발전한다. 도저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주변 사람들도 인정한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느듯, 한순간에 관계가 풀려 버린다. 그 이유야 각양각색이겠지만, 결국 마음의 방향이 틀어졌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상대에게 기대하는 마음과 내가 바라는 마음의 방향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기대하는 마음과 바라는 마음이 너무 커버린 것도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대화의 부재에서 온다.
가까운 사이니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그 사람보다 자기가 더 잘 안다고 말하는 황당한 사람도 있다. 자기 생각이 맞는다고 단정 지으니, 더는 상대방의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면 상대도 더는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 마음의 문을 닫는다. 들으려 하지 않으니 굳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깊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의 깊이도 점점 얕아지게 된다. 그러다 결정적인 계기로 한순간에, 단단하게 보였던 매듭이 풀린다.
사람의 관계는 매우 단단했다가도 한 번에 풀릴 수 있다.
그 원인을 자신이 제공하지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깊은 대화로 연결되지 못하게 막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칠죄종에서 모든 죄의 근원은 ‘교만’이라고 했다. 사람의 관계를 끊는 가장 기본적이고 결정적인 원인도 교만에서 비롯된다. 교만한 마음으로 사람의 관계를 한순간에 끊어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