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걱정

by 청리성 김작가
『미래에 사용할 소재로 생각할 때, 나에게 힘을 주는 마음』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실감할 때가 있다.

당시는 매우 긴박하고 중요하고 큰일 난 것처럼 부산 떨었던 일이, 시간이 지나고 안줏거리로 웃으면서 이야기할 때다. 얼핏 떠오르는 상황만 따져봐도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학교 다니면서 있었던 일, 가정에서 있었던 일, 직장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과 있었던 일 등 그 분야(?)도 매우 다양하다.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니었는데, 그땐 왜 전부인 것처럼 그랬는지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봤다.


지금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이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을 통해 내적 성장을 이룬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경험이 독이 될 때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물다. 어른들의 말씀처럼, 살인과 도둑질 빼고는 다 해보라는 말도 그 이유일 테다. 쓸데없는 경험이라 생각했던 일이 결정적인 순간에 기가 막히게 도움이 됐던 일 하나쯤은, 누구나 있으리라 생각된다.


시야가 좁았다.

바닥에서 보는 야경과 높은 산에 올라가서 보는 야경은 천지 차이다. 바라보는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너무 높으면 잘 보이지 않겠지만, 높이에 따라 느낌이나 감동이 달라진다. 사람이 바라보는 시야도 마찬가지다. 신입사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시야가 좁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일만 바라본다. 시간이 지나고 업무가 익숙해지면 그때는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 내적 성장과 함께 시야도 함께 넓어지게 된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때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사소한 일도 참 많다. 앞서 언급한 내적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고 시야가 좁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아마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답을 알고 퀴즈 문제를 듣는 사람과 전혀 모른 상태에서 듣는 사람의 표정이 다른 것과 같다.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여유가 있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은 초조해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지금 하는 많은 걱정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아직 그것을 받아들일 만큼 성장하지 못했거나 시야가 트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얘기해도 지금 내 앞에 놓인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 아니 오늘 벌어질 그리고 처리해야 할 일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겨진다. 그럼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안절부절못하면서 끙끙 앓아야 할까?


예전에는 그랬다.

뭐, 지금도 전혀 아니라고는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문제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달라졌다. 글감으로 생각하면서부터 말이다. 지금 벌어지는 힘든 상황과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니라, 나에게 글감을 안겨주는 선물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글감은 무엇보다 큰 선물이다. 그렇다고 전혀 힘들지 않을 순 없지만, 이겨낼 힘을 받을 수 있다. 이겨낼 이유와 함께.


내 앞에 놓인 힘든 상황과 문제를 내 미래에 어떤 소재로 사용할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무게가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들어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 힘이 나지 않겠는가? 내가 힘을 내야 도움의 손길도 따라온다.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방법도 따라오는 법이다. 그러니 걱정만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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