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함께 닿지 않으면, 보고 있어도 닿지 못하는 길』
둘째가 견진성사를 받은 날이었다.
모처럼 많은 사람이 모여서 미사 참례를 하고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느꼈다. 친가 외가 부모님들도 오셔서, 오랜만에 함께 식사하는 시간도 가졌다. 근 2년 만에 느끼는 기분이라 그런지 감개무량까지는 아니더라도 벅찼다.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 그런 느낌을 크게 느낀 시간을 보냈다.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둘째와 막내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해서,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들렀다. 원하는 것을 고르고 집으로 돌아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아내가 질문을 던졌다. “선물 쇼핑백 어디 있어?” ‘잉? 그걸 왜 나한테 묻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하러 가면서, 아내에게 챙겨서 나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걸어오는 길에 나한테 줬다고 말했다. 난 기억에 없는데.
아이스크림 할인점으로 갔다.
만약 내가 받았고 놓고 왔다면 거기 말고는 있을 때가 없으니. 반신반의하며 아이스크림 할인점으로 내려갔다. 판매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쇼핑백을 보며 가져가라고 했을 텐데, 무인 판매점이라 그럴 사람이 없었다는 게 좀 아쉽다고 생각하면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쇼핑백이 바로 보였다. 계산대 옆에 놓여있었다. ‘뭐지?’ 아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쇼핑백이 너무도 잘 보였다.
가끔 이런 일이 있다.
물건을 어딘가에 놓고 나오는 일 말이다. 얼마 전에는 쌀벌레가 많이 껴서 커다란 쌀통을 구매했다. 말이 쌀통이지 실제는 술을 담그는 용도로 사용하는 통이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사서 집으로 왔는데, 몇 시간이 지나 아내가 나한테 물었다. “쌀통 어딨어?” ‘잉? 그걸 왜 나한테 물어?’라는 표정으로 아내를 쳐다보니 이렇게 이어서 말했다. “자기가 아까 계산대 앞에서 들고 있었잖아?”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랬던 것 같았다. 셀프 계산대에서 이것저것 찍은 기억이 나면서 동시에, 한쪽에 잘 내려놨던 쌀통이 떠올랐다. ‘이런 정신머리하고는….’
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지만, 보지 못할 때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인지하지 못하는 거다. 눈을 뜨고 바라보지만, 인지하지 못하면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사소한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정신 차리기로 다짐하면 된다. 택시에서 가끔 핸드폰이나 다른 물건을 흘리고 내린 적이 있는데, 그다음부터는 반드시 내리면서 자리를 확인하면서 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될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우를 범할 때가 있다.
관심이 없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사람의 마음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관심을 가져달라는 몸짓을 보지 못하고, 아프다고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할 때가 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할 때가 있다. 그것을 나중에 알게 되면 정말 미안하기도 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할 때도 있다.
물건을 보지 못하면, 다시 찾으면 된다.
찾지 못하면, 대가를 치르고 좋은 수업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고가라면 얘기가 달라지려나? 어쨌든, 물건은 그렇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다시 되돌릴 수도 있지만, 영영 되돌리지 못할 수도 있다. 후회해도 소용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지 않도록 관심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람이 보내는 메시지, 특히 아프고 힘들다는 메시지를 잘 발견할 수 있도록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을 잊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