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구원

by 청리성 김작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때 얻게 되는 것』

우리는 많은 문제와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기도 한다. 어떤 문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가 그렇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내 마음을 가장 옥죄여 온다.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무기력하게 만들고, 커다란 바위에 짓눌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쪽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원하는 시정 조치를 따라야 했다. 내가 발생시킨 문제는 아니지만, 부서를 옮긴 상태라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상대방 담당자와 많은 논의를 통해 방법을 찾아봤다. 그 담당자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였다. 우리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우리가 가능할 것이라 믿었던 방법이 퇴짜를 맞았다.

그렇게 서너 번의 시도가 무산되자, 허무를 넘어 짜증이 밀려왔다. 상대방 담당자는 자신이 잘 몰라 나를 곤란하게 한 것 같다며, 매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방법을 마련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거 우리가 백날 머리 싸매고 고민해 봐야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이 문제는 결정권자 외에는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실무자들의 능력을 떠나,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총대를 메기로 했다.

상대방 결정권자는 직접 통화하기를 꺼리는 눈치였다. 내가 우리 결정권자에게 상황을 잘 설명해서 통화할 수 있게 말해보겠다고 했다. 논의하면서 진행된 내용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다.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통화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좋은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보고하기가 좀 망설여졌는데, 생각보다 침착하게 받아들이면서 직접 통화하기로 결론을 지었다.


통화를 마치고 정리된 사항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간 것부터 해서,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법까지 결정이 지어졌다. 실무자들은 그 결정 내용에 따라 진행하기만 하면 됐다. 신속하게 진행을 마치면서 길고 길었던 줄다리기 끝낼 수 있게 되었다. 물리적 시간이 길었던 건 아니지만, 답답한 마음의 길이가, 긴 시간이라 느끼게 했다. 상대방 실무자와 마무리 통화를 하면서, 서로의 수고에 대해 격려하고 앞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 잘해보자며 마무리를 지었다.


프란치스코 성인에 기도가 떠오른다.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게 해주시고, 할 수 없는 건 체념하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이 둘을 구분하는 지혜를 주소서.” 현실을 살아가는데 이보다 더 명확한 기도가 있을까? 세상과 마주하는 많은 문제 중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용기와 체념할 수 있는 용기를 선택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면 삶을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두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삶을 살아낼 힘을 준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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