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 소중함

by 청리성 김작가


『마음의 건조함을 촉촉함으로 바꿔주는 깨달음』


시간 관리에 대해 언급할 때 많이 보여주는 영상이 있다.

교실로 보이는 곳이 나온다. 테이블 위에는 투명 케이스와 크기가 다양한 돌들과 모래가 놓여있다. 교사는 학생 한 명을 지목해서 나오라고 한다. 앞에 놓여있는 돌들과 모래는 이 케이스에 다 들어간다고 알려주고 정해진 시간에 다 넣어보라고 주문을 한다. 주문을 받은 학생은 망설이다 돌과 모래를 넣기 시작한다. 이렇게 넣었다 다시 빼고 저렇게 넣었다 다시 빼기를 반복한다. 정해진 시간이 다 되었을 때, 케이스에 들어가지 못한 돌들과 모래가 옆에 놓여있다.


교사는 다 들어가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본인이 직접 보여준다.

가장 큰 돌을 넣고 다음으로 큰 돌을 넣는다. 크기 순서대로 차례대로 넣고 마지막에 모래를 붓는다. 그러면 작은 틈새로 모래가 스며드는 것이 보인다. 교사가 말한 대로 모든 돌과 모래가 케이스에 들어간다. 그러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시간 관리를 할 때는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배정하고 그다음 순위의 일을 배정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후는 중요도에 따라 하나씩 채워나가라고 말한다.

사실,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많이 듣기도 했고 경험으로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다. 갑자기 끼어 들어오는 일들로 인해 모든 계획과 순서가 틀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하진 않지만, 시간상으로 촉박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직급이 낮을수록 이런 일들을 떠안게 된다. 예전에 이런 후배가 있었다. 후배가 말하길, 자신은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했다. 어차피 계획대로 하지도 못하는 거 뭐 하러 세우냐는 논리다. 뭐라고 한마디 하기는 했지만,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라,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계획은 기준이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건 기준이 없다는 말이 된다. 기준이 없으면 주도적으로 일하기가 어렵다. 갑자기 끼어 들어오는 일이 없으면,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된다. 매일 그리고 항상 일이 끼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바뀌더라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획이 없으면 기준이 서 있지 않아, 시간이 전혀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 관리만 그럴까?

시간 관리만 중요도를 따지고 순서를 지켜야 할까? 아니다. 또 다른 하나도 있다. 소중한 것 하기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는데 이제 행동으로 하나씩 옮기기 시작했다. 지금 아니면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가 그렇고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전혀 이 시간을 보내지 않은 건 아니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다만 비용이 안 들거나 적게 드는 쪽을 택했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 얼마나 좋을지를 생각하기보다, 비용을 먼저 따졌다. 그렇다고 많이 달라졌을까? 그렇게 해서 많은 부분이 좋아졌을까? 아니다. 마음만 각박해졌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코칭 교육을 들었다.

나에겐 매우 큰 비용이었지만, 기회비용 아니 투자라 생각했다. 잘 배우고 익혀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수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이 최종 목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려하는 부분을 메워 줄 수 있다니 마음에 안정감이 돈다. 더 집중하고 더 잘 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그래서 또 다른 교육도 신청했다. 이번만큼의 비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판단 기준은,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그렇다.

코로나를 핑계로 최대한 여행을 가지 않았다. 작년 말 강릉에 1박을 다녀온 게 전부였다. 물론 코로나 이유도 있지만, 사실 비용적인 측면이 더 컸다. 여행뿐만 아니라 모든 게 그랬다. 적은 식구가 아니다 보니, 간단하게 밥 한 끼 먹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여행에서 오는 즐거움이나 함께하는 좋은 추억보다, 밥이 몇 끼면 얼마 숙소는 얼마 저건 얼마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올랐다. 지금도 전혀 따지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뭐가 더 중요한지, 지금 아니면 다시 할 수 없는 게 무언인지에 더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쓸데없거나 과한 소비를 하는 거라면 문제가 있다.

하지만 내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 성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더 의미 있다고 본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의미 있고 더 소중하다면, 필요한 비용을 마음 편하게 사용하는 게 의미 있다고 본다. 그래야 가족 모두의 마음도 편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택의 기준을, 무엇이 더 의미 있고 소중하냐에 맞추기로 했다. 아등바등해서 얻은 건, 마음의 건조함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시간은 촉촉한 마음으로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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