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 반석

by 청리성 김작가
『삶을 오랫동안 견고하게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바탕』

최근 며칠은 보드게임에 빠져서 지냈다.

아이들과 무엇을 하며 놀면 좋을지 상의(?)하다, 보드게임을 하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이들은 보드게임방을 가자고 제안했지만, 내 머릿속 계산기는 이미 돌아가고 있었으니. 시간당 1인 비용을 따져보고, 게임을 온전히 하기 위한 시간을 따져봤다. 머릿속이 재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사이, 아이들은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전에 보드게임방에 간 기억을 더듬어 봤다.

최소 2~3시간은 해야, 잘 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거기에 우리 인원수를 대입하니? 띵! 차라리 하나 사서, 집에서 느긋하게 하는 게 더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고르다 보니 하나가 아닌, 세 개를 샀지만 말이다. 뭐, 앞으로도 계속하면 되니까 아깝지는 않았다. 근데 좀 비싸긴 하더라….


보드게임을 처음 산 건 아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놀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보드게임을 하나씩 구매했었다. 아이들 나이에 맞게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골랐다. 처음에는 단순한 게임을 했는데,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면서, 단순한 게임보다, 머리 쓰는 걸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머리를 조금 굴려야 하는 게임도 몇 개 가지고 있다.

이번에 산 건, 단순한 게임 2개와 방 탈출 게임이다.

방 탈출 게임은, 4개의 테마가 있는데 한 테마당 6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2개까지 했는데, 첫 번째는 시간 내에 완료하였다. 우리는 인증샷을 찍었다. 자신감이 충만한 채로, 두 번째 게임에 도전했는데, 이번에는 시간을 초과하였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료하였다. 나는 어려웠는데, 아이들은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잘 풀었다. 집중력은 뭐, 지금까지 지켜본 바론, 최고였다.

세 번째 게임까지 도전한다기에, 나는 자리에서 나와 누웠다.

더는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내 루틴에 따른 취침시간을, 3시간이나 넘긴 터였기 때문이다. 보드게임을 참 잘 샀다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고등학생 첫째부터 초등학생 막내까지, 나이 차이와 상관없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로, 보드게임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매장을 둘러보면서 게임을 골랐던, 오후의 기억이 떠올랐다.

눈에 익은 게임도 있었고 생소한 게임도 있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하나의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젠가’였다. 아마 처음으로 산 보드게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냥 쌓기만 하면 되니까,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나뭇조각을 손으로 쥘 수만 있다면, 쌓는 것 말고도 모든 게 놀이가 되었다.

아이들과 하나씩 쌓았던 기억이 났다.

돌아가면서 순서대로 하나씩 쌓았다. 처음에 잘 쌓아야 한다고 몇 번씩 강조하면서 하나씩 쌓아 올렸다. 약간씩 벌어지고 튀어나온 중간에 조각으로 불안하긴 했지만, 나름 높게 쌓았다. 하지만 끝까지 쌓았던 기억은 없다. 우르르 무너지면 아이들은 아쉬움에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마디, “한 번 더해요!”

그 말이 제일 무서웠다.

그때는 왜 그리 날마다 피곤했는지…. 알고 지내는 작가님들 중에 아들을 키우는 아빠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놀아달라는 말이 제일 무섭고 했다. 어린애들은 체력도 참 좋으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때가 제일 그리워지는데, 그때는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젠가를 안정적으로 잘 쌓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처음 바닥부터 몇 칸을 견고하게 잘 쌓으면 된다. 그러면 어느 정도까지는 무리 없이 쌓을 수 있다. 중간에 비딱하게 쌓으면, 그 밑에 견고하게 쌓은 조각도 의미가 없어지긴 하지만 말이다.

젠가를 보면, 인생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제대로 쌓아야 높이 쌓을 수 있다는 말이다. ‘빨리빨리’라는 말로 자신을 다그치면 안 된다. 효율성이라는 그럴듯한 수식어를 붙여, 어떤 방법도 통용되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잘 쌓아 올라가는 것 같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진작 잘 쌓을걸!”이라고 후회하는 순간은 이미 늦었다고 볼 수 있다. 견고하고 단단한 토대를 쌓기 위해,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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