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행동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
매번 하는 실수가 있다.
아! 매번은 아니고, 가끔 하는 실수가 있다. 어쩌다 하는 그 실수로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래서 만회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중요한 걸 알면서도 순간, 슬며시 올라오는 안일한 생각에 놓친다. 뭐냐고? 바로, 메모다. 좋은 문장이나 생각 혹은 그밖에 필요한 정보가 스쳐 갈 때가 있다. 꽃향기처럼 은은하게 올 때도 있고, 암모니아 냄새처럼 머리를 강타할 정도로 강력하게 올 때도 있다. 그걸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메모다. 잘 알고 있다. 메모하지 못해 놓쳐서 답답한 마음을 부여잡았었다. 온종일 그 생각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왜일까?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가.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겠지? “아직 정신을 못 차려서 그래!”
그래,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다.
평화방송 라디오 새벽 방송에서 하는, 신부님 강연이 있다. 신부님이 강연 중에 시 한 구절을 소개해 주셨다. 아주 짧은 시였다. 내용을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어려운 내용도 아니었다. 시구절까지는 아니어도, 제목과 시인의 이름만이라도 기억했거나 메모했어야 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했다면, 지금 이렇게 답답하진 않을 거다. 대략 내용은 이렇다. 한 나무에 관한 내용이다. 하나둘씩 나눠준다는 내용인데, 앞에 내용은 완전히 기억나지 않고 뒷부분만 어렴풋이 기억난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느낌(?)이다. ‘OO은 꿀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 줬지만, 나에겐 열매가 남았다.’
나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나눠준다.
심지어 향기까지 바람에 내어준다.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나무는 열매를 남긴다. 모든 것을 내어주고 남은 것이 열매라는 말이다. ‘오~’ 짧은 시였지만 감동했다. 나태주 시인에 ‘풀꽃’처럼, 짧지만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음미(?)하다 놓쳤다. 내용도 제목도 시인도. (혹시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 시에 핵심은, ‘나눔’이다.
나눠줬음에도 열매가 남았다. 이것이 이 시의 중요한 메시지라 생각됐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나눠줘도, 내 안에는 어떤 형태로든, 열매가 남는다는 말이다. 그 열매의 의미에 대해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열매를 바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열매가 맺어진다는 확신이 있다면 나눔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나눔에 주저하는 이유가, 이런 생각 때문에 아닌가? ‘내 코가 석 잔데….’
내가 그렇다는 말이다.
지금 당장 내가 쪼들리는데, 지금 당장 내 것 챙기기도 정신없는데, 지금 당장 내가 할 것도 산더민데 등등. 그렇게 나누는 것을 주저했다. 그렇게 나에게 돌아오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아쉬움과 후회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음을 나누지 못한 아쉬움과 행동하지 못한 후회 말이다. 지금까지의 기억으로, ‘안 하길 잘했네!’라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 듯하다. 내가 그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놓쳐서가 아니다. 마음이 부대꼈다. 과식하면 속이 더부룩하고 부대끼는 느낌처럼, 마음이 그렇게 부대꼈다.
“나눔은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지, 열매를 계획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문득 든 생각이다. 나눔은 내가 가지고 있는 씨앗을 뿌리는 것이지, 열매를 언제 어떻게 맺을지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열매에 대한 계획은 계산이 동반되고, 그 계산으로, 마음도 행동도 발을 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할 것은 씨앗을 뿌리겠다는 의지와 한 발을 내딛는 행동이면 된다. 그다음은 나만의 몫이 아니다. 물과 바람과 햇볕으로 열매가 영글어가듯, 우리의 열매도 그렇게 도움을 받아 영글어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