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경청

한번의 기회

by 청리성 김작가
귀로 들어와서 발로 이어지는 것


한 번만 더 하면 잘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뽑기를 할 때나, 시험을 볼 때나, 골프를 칠 때나, 야구를 할 때나, 로또를 할 때나.

지금은 잘 안됐지만,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느낌이 강렬하게 든다.

“한 번만!”이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거나 생각했을 것이다.


선배한테, 다시 하면 잘할 것 같다고 말했을 때, 이런 대답이 돌아왔던 때가 기억난다.

“그럼, 그때 잘하지!”

틀린 말을 아니었지만, 참 매정하게 들렸다.

그때는 말장난이나 농담쯤으로 넘겼는데, 가끔 이 말이 떠오른다.

어떤 결과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고, 다시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렇다.

어디선가 툭 튀어나와 낮은 목소리로, “그럼, 그때 잘하지!”라고 말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시험에 나온다고 강조했는데, 귓등으로 들었다가 아찔했던 적이 있다.

너무 어려운 문제라, 처음부터 노력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답만 외우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공식이나 과정이 어렵고 길었기 때문이다.

한 문제를 풀기 위해 쏟는 노력을, 좋아하는 과목에 쏟자는, 선택과 집중을 했다.

수학 문제로 기억되는데, 나중에 다시 확인해보니, 숫자 하나까지 똑같이 나왔었다.

답은 몰라도, 문제에 대해 강조를 하셨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똑같다는 것을 알았다.

공식만 외웠어도 아니 답만 외웠어도 맞출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말을 잘 듣지 않는 모습을 보시고, 일부러 보란 듯이 문제를 내셨다.

공부한 사람이 맞추는 것이 아닌, 말을 잘 들은 사람이 맞출 수 있는 문제를 내셨다.

시험을 보고 풀이를 해주실 때 그것을 짐작하게 하는 멘트가 기억난다.

“거봐! 내가 시험에 나온다고 했니 안 했니?”

그러면서 야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미소를 지으면서 교실을 나가셨다.


선생님이 잘못하신 것은 없다.

말을 잘 들은 친구들은 미소를 지었고, 나를 포함,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속이 쓰렸을 뿐이다.

말을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로 들었다거나 기억한다거나 마음에 간직하는 것을 넘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행동하지 않았다면, 들은 것도 아니고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간직한 것도 아니다.

행동으로 어떤 결과라도 만들어 낸 것이야말로, 들었다는 것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지금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면, 최선을 다하게 된다.

지금 결과를 내지 않으면 끝이라는 비장한 마음은, 간절함과 집중력을 낳는다.

숨겨진 능력을 분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촉매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임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마음이 돌아선 사람에게, 다음은 없다.

시험은, 다음에 말 잘 듣고 실행하면 되겠지만, 사람은 다시 기회를 얻기 어렵다.


지금 내가 마주하는 사람이,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언제든지 있는 사람이고,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때 잘할걸!’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미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듣지 않으면, 듣지 않은 사람의 몫이다.

먼저 걸어온 사람으로서, 걸어보지 않는 사람에게 이야기해도 귀를 막는 사람이 있다.

걸어왔던 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답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최소한 똥인지 된장인지 정도는 얘기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자신이 직접 먹어보겠다고 덤비면 어쩔 도리가 없다.

주변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다 들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다.

최소한 한 번쯤, 생각해볼 여지로 남겨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 그때 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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