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둘 것인가?
밖에서 열면 어두움이지만, 안에서 열면 빛으로 바꿀 수 있는 것
많은 양은 아니지만, 비가 내린 날.
미팅이 있어 차로 이동하는데, 문득 얼마 전, 많은 양의 눈이 내린 날이 떠올랐다.
눈이 내린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같았지만, 그것을 마음에서 해석하는 느낌은 달랐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굵게 쏟아져 내리는 눈을 보고 무척 신이 났다.
요즘은 그런 상황이 많이 없겠지만, 빨래를 밖에 널어놓고 온 누군가는 걱정되었을 것이다.
다음날 버스로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은 내리는 눈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나부터 그랬다.
차로 출근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겠고, 버스로 출근할 생각을 하니 퇴근하는 마음이 한 짐이었다.
집에 들어가니, 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겠다며 옷을 챙겨 입고 어딘가 처박혀있을 장갑을 찾느라 부산스러웠다.
아이들이 같이 나가자고 했지만, 다녀오라고 하고 그냥 집에 있었다.
눈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은데, 눈사람을 만든다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나가보라 재촉하고, 아이들끼리 놀고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려 밖으로 나갔다.
공동 현관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왔는데, 최근 집 앞 공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와 있는 것은 처음 봤다.
아이들은 물론,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중고등학생들 그리고 어른들까지 왁자지껄했다.
썰매를 끌어주는 아빠, 눈사람을 같이 만드는 가족, 서로 눈을 던지면서 아슬아슬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 모두가 즐거워 보였다.
그날이 재활용하는 날이었는데, 재활용하러 가던 한 아주머니만 표정이 좋지 않았지, 모두가 밝은 표정이었다.
갑자기 내일 출근을 걱정하고 있던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이 사람들은 내일 출근 안 하나?’
모든 사람의 표정은, 내일 쉬는 사람들이었다.
잠깐 어리둥절하다,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눈을 뭉쳐 던지기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눈덩이를 굴리고 있는 것을 도와주었다.
잠깐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데,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눈을 가지고 노는데 재밌는 것이었다.
잠깐이었지만, 퇴근길에 느꼈던 걱정과 원망의 마음을 내려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리고 있던 눈은 퇴근할 때 내린 눈과 다르지 않았는데, 마음은 달랐다.
나막신 장수와 우산 장수를 둔 어머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어머니는 비가 오면, 나막신이 팔리지 않으니까, 나막신 장수를 걱정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우산이 팔리지 않으니까, 우산 장수를 걱정했다.
그렇게 어머니는 걱정만 하면서 평생을 보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어땠을까?
비가 오면 우산이 잘 팔릴 테고, 비가 오지 않으면 나막신이 잘 팔릴 텐데.
어두운 점을 선택할 것인지, 밝은 점을 선택할 것인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모두 그렇게 마음이 선택한 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둠으로 깊숙이 잠식하지 않고, 밝은 곳으로 빠져나오는 노력만으로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음의 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은,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가, 마음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이다.
‘마음의 문은 바깥에서 여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열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데, 다른 사람이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열어야 하는 것은 본인밖에 없다는 의미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여도, 진심으로 여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밖에 없다.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은,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사람이든 상황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열어야 한다.
내 마음의 자리에 다른 마음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내어주어야 한다.
내 마음이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마음은 들어오더라도 자리를 잡을 수 없다.
자리 잡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다른 마음을, ‘혼란’이라고 표현한다.
혼란스러운 마음의 상태에서는 어떤 것도 온전히 할 수가 없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마음이 편하지 않다.
밥을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하고, 놀고 있어도 즐겁지 않다.
눈은 책을 따라가도 마음은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게 눈과 마음이 페이지를 맴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평화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평화가 필요하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평화를 찾는 마음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평화를 찾는 방법을 안다면,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도 마음이 평화롭지 않아서 생기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고 두려움에 맞설 수 있는 평화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