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알아야 할 것을 잘 알고, 보편적인 진리에 어긋나지 않는 판단을 하는 것
‘헛똑똑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이렇게 정의한다. “겉으로는 아는 것이 많아 보이나, 정작 알아야 하는 것은 모르거나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요약하면, 정작 알아야 하는 것은 모르거나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표현이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정작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작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태어나서 한동안은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한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빨라도, 3~4살 정도의 기억을 어렴풋이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것도 강렬하거나 의미 있는 기억 몇 개 정도다. 내가 기억하는 제일 어렸을 때의 기억은, 동생이 태어나는 기억이다. 집에서 낳았는데, 나는 그때 마당에서 엄마의 비명을 들으며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동생과 3살 차이니, 나는 4살이었다. 그 이후에 기억나는 사건(?)들도 몇 개 있는데, 글을 쓸 때나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른다. 잊고 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 한동안 그 기억에 머물기도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하나둘씩 배운다.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통해 말을 배우고, 울고 떼를 쓰면 나의 상태를 살핀다는 것을 배운다. 말을 할 수 있기 전까지는, 울음으로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배운다. 조금씩 말을 하게 되면 글도 배우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배운다. 인사하는 법, 젓가락 잡는 법, 도로를 건너는 법 등등, 수많은 것을 체계적 혹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배운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 제목처럼, 어릴 때 많은 것을 배운다. 어쩌면 자라면서, 그때 배운 것을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익혀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배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적용할 순 없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정작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정작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에 탈을 쓰고 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이런 질문을 간과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아무리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람이 사람으로 해야 할 도리(道理)를 행하지 않는다면, 글쎄다.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끌리는 사람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다.
머리가 꽉 찬 사람보다는, 마음이 꽉 찬 사람이 좋다. 물론 둘 다 꽉 찬 사람이라면, 더는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일 거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채워져 있다면 당연히, 마음이 채워진 사람에게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보편적인 상황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편하고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은, 마음이 채워져 있어서 언제나 그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다. 나도 아직 많이 부족한 부분이라 채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참 쉽지 않다.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판단에 전제조건은 기준이다. 기준이 있어야 판단할 수 있다. 판단은 다른 말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통해 판단하고 그 결과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기준을 통해 선택과 판단을 명확히 해야, 함께 하는 이들에게 그것을 인정받을 수 있다. 기준 없이 나오는 말과 행동으로는, 그 선택과 판단을 존중받을 수 없다. 여기서 하나 더! 올바른 기준이다. 보편적인 진리에 어긋나지 않는 기준 말이다. 이것을 지키지 않는 것이,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것이 필요하진 않다.
정작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피고, 그 기준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진리에 어긋나지 않게 선택과 판단을 하면 된다. 그러면 큰 문제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문제는 과도한 욕심이다. 그리고 그 욕심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문제다. 이 부분을 무겁게 여기지 않고 가볍고 쉽게 여기면, 그것이 곧 문제로 이어진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면 되지만, 욕심에 눈이 멀어 그 문제를 덮기 위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문제가 문제를 낳고 문제가 문제를 키운다. 시간이 지나고 끝자락에 섰을 때야, 그것이 허황됨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살피고 또 살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