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 욕심

by 청리성 김작가
상식과 논증 그리고 실수에 대한 생각을 흩트리는 것으로, 가지고 있을수록 손해가 되는 것


“생뚱맞죠!”

‘웃찾사’라고 하는 개그 프로그램 중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코너에서 나온 말이다. 꽤 오래돼서 몇 년 전인지 가물가물한데, 그때 당시 매우 핫한 유행어였다. 코너를 진행하는 개그맨이 무슨 설명을 하다, 말이 안 되는 대목이 나오면 이렇게 외쳤다. “생뚱맞죠!” 생뚱맞다는 의미는 이렇다. ‘하는 행동이나 말이 상황에 맞지 아니하고 매우 엉뚱하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코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왜 생뚱맞다고 하는지 짐작이 되지 않는가? 그때 다뤘던 소재도, 정확하진 않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말도 안 되는 그 시대의 모습을, 풍자한 거다.

생뚱맞은 상황은 여전하다.

요즘 라디오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자주 듣고 있는데, 듣고 있으면 그렇다. 일반 국민이 들어도 말이 안 되는 내용인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참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생각하면 앞뒤가 맞지 않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내용인데,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한다. 전문가면서 그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람이 말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 왜 문맥에 맞지 않는 표현을 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할까?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생각해 봤다.

첫 번째, 상식적인 기준으로 따져보지 않았다.

사람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어떤 현상을 보고,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따져보고 판단할 수 있다. 지식이나 기타 전문적인 식견이 있어야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어찌 보면, 이런 부류의 것도 전문적인 내용을 제외하고, 그를 통해 판단해야 하는 보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그건 도덕적인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배워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데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서,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말이 되는지 앞뒤로 따져보지 않았다.

상식적인 기준으로 따져보지 않은 건 옳고 그름의 문제고, 앞뒤로 따져보지 않은 건 논리의 문제다. 주장하고 싶은 논리가 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논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따져보고 판단하는 논증의 방법은 다양하다.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한 전문가가 말하길, 논증할 때는,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하다. 앞뒤 좌우 위아래, 다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다. 한 면만 보고 판단하면, 다른 면에서 드러나는 논리적 허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살피지 않으면 자기 논리에 걸려 넘어지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세 번째, 잘못 낀 첫 단추를 과감하게 잊지 않았다.

사람이 누리는 가장 큰 혜택(?)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다분히 의도적이면서 악의적인 실수, 아! 이걸 실수라고 말할 순 없겠지? 아무튼. 잘 모르거나 그밖에 다른 이유로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자. 이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작이 잘못된 상황을 표현할 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한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을 알았지만, 어쩌겠냐는 생각으로, 그냥 계속 단추를 끼워가면 어떻게 될까? 전체가 흐트러진다. 하지만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그대로 두고 다음 단추와 구멍을 잘 맞춰서 낀다면 어떻게 될까? 처음은 잘못 끼워졌지만, 다음부터는 제대로 끼워지게 된다. 그렇다고 옷매무새가 좋게 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옷을 고쳐 입을 때, 한두 단추만 고쳐 끼면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전체를 다시 고쳐 껴야 한다.


사람들과 논쟁을 벌일 때가 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건강한 논쟁도 있지만, 그냥 논쟁을 위한 논쟁인 소비적인 논쟁도 있다. 누가 보면 ‘뭘 저런 걸 가지고 그러지?’라고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도 있다. 내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타인의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전자든 후자든, 제대로 된 논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마음이 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마음이다. 욕심이 차 있는 상태에서는, 상식과 논증 그리고 실수에 대한 생각이 흐트러진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이유는 결국,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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