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 본질

by 청리성 김작가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살펴야 잊지 않고 지킬 수 있는 중심


금요일 저녁은 왠지 마음이 편안하다.

원래 그랬던 건 아니고, 주말에 쉬면서부터였다. 15년 이상 주말 출장을 다녔을 때는 금요일에 의미가 없었다. 그냥 평일 중 마지막에 있는 평일 정도였다. 하지만 주말에 쉬면서부터는 금요일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왜 불금 불금하는지 알았다고나 할까? 여유 있는 시간에 뭐를 할지 고민하다, ‘유튜브’를 클릭했다. 평소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데, 그냥 한번 둘러보고 싶었다. 그렇게 내려오다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미국에서 하는, 리틀 야구 대회 영상이었다.

리틀 야구 대회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는 건, 일반적으로 재미있는 영상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니었다.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영상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투수와 타자가 마주하고 있다. 투수는 신중하게 투구 자세를 취하고 공을 던졌다. 이 공이 날아간 곳은 포수의 글러브가 아니었다. 타자의 머리였다. 날아가는 궤적으로 봤을 땐, 공이 손에서 빠진 듯했다. 공은 순식간에 날아가 타자의 헬멧을 때렸다. 타자는 그대로 넘어졌다. 누어서 머리를 감싸 안은 모습이 매우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투수는 타자를 맞춰서 미안한 건지 아쉬운 건지 마운드를 맴돌았다. 다행인 것은, 공이 타자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 아니라, 타자의 헬멧 앞부분에 맞았다는 사실이다. 타자는 일어나서 1루 베이스로 향했고, 그 위에 섰다. 그리고 잠시 후.

타자는 투수 마운드를 향해 서 있다가, 헬멧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투수 마운드로 향했다. 프로야구에서 가끔 보는, 벤치클리어링에 시작을 알리는 동작인가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타자가 투수 마운드로 점점 다가오자, 보이지 않던 투수가 보였다. 투수는 글러브 낀 손은 바닥을 향한 채, 한 손으로는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타자는 마운드 위에 올라와서 투수를 양팔로 안았다.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이 장면을 보고 눈물을 훔치는 관중도 있었다. 충분히 그럴만한 장면이었다. 투수는 결국 마음에 안정을 찾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다. 고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를 때린 사람에게 위로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리고 어른보다 수십수백 배 낫다는 생각도 했다. 자기에게 조금만 해를 끼쳐도 어떻게든 그 이상으로 갚아줘야 직성이 풀리는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러운 행동이었다. 소위 말해서,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일반적으로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하면, 꼴불견인 말과 행동을 가리킨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은, 일반 사람은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이 장면을 보면서 감동의 마음과 함께 이런 생각도 들었다.

‘타임도 부르지 않고 저렇게 가면 아웃 되는 거 아닌가?’ 아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야구 규칙에 위반된 행동 행동인 것은 맞다. 타자가 루상에 나가서 옷을 정리하거나 장비를 코치에게 전달할 때도 분명, 심판에게 타임을 요청하고 허락을 받은 다음 행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자는 그것을 의식하지 않았다. 자기의 잘못은 아니지만,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료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규칙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두었기 때문이다.

공동체에서 규칙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질서가 잡힌다. 일방적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도,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도 없게 된다. 그래서 공동체에서는 규칙을 정한다. 사람이 있으니 규칙을 정하고 따르는 것이지, 규칙에 따라 사람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규칙이 만들어진 본질을 잊으면 안 된다. 본질을 잊는 순간, 사람도 잊힌다. 사람이 잊힌 규칙이 과연 필요할까? 누구를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필요할까? 열쇠는 자물쇠를 열기 위한 도구이지, 열쇠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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