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 믿음 3

by 청리성 김작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하시고자 하시면 그렇게 하실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마음

아무 인적도 없는 산속.

그 산속에, 뚜렷하진 않지만, 길이 나 있는 건 사람이 지나갔다는 표시다. 길이 없는 산속을 가본 적이 있다. 눈앞에 통행을 가로막는 잔가지를 손으로 걷어낸다. 걷어냈는데도 뛰어나오면 어딘가에 걸치거나 꺾기도 한다. 바닥에 올라온 풀은 발에 밟혀 눕혀지고, 마른 가지들을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옆으로 뛰거나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렇게 위, 아래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누군가가 이 통로를 발견하고 지나간다. 여러 사람이 지나갈 때는 이 통로가 조금 더 넓혀지고 또렷해진다. 그렇게 인적 없던 산속에, 길이 생겨난다.


산길만 그런 게 아니다.

어릴 적 비가 오면, 도랑을 파서 빗물이 흘러가는 길을 만들며 놀았다. 돌로 길을 내기도 하고 잔가지로 길을 내기도 했다. 빗물이 가장 많이 흘러가는 길은, 돌이나 잔가지로 가장 많이 판 곳, 그러니까 가장 깊게 파인 곳이다. 파인 길이 깊으니 상대적으로 낮아 흘러가기도 하고, 많은 빗물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빗물이 많이 흐르면, 그 길은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산속 길에 많은 사람이 지나가면 길이 넓어지고 또렷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처음 접한 작고 흐린 경험의 길에, 비슷한 경험이 조금씩 모여들고 흐른다. 책이나 영상을 통해서 흐르기도 하고 교육을 통해 흐리기도 한다. 처음에 작고 흐릿한 경험의 길은 조금씩 그 길이 깊어지고 넓어지기 시작한다. 같은 정보지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다른 것과 연결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만들어낸다. 그 길들이 점점 퍼지고 넓어진다. 그리고 또다시 서로 연결되면서 더 큰 길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지식의 확장 혹은 융합이지 않을까 싶다.


코칭의 길에 들어선 지, 1년이 넘었다.

처음 교육을 받았을 때가 지난해 2월 초이니 말이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좋을 것 같아 입문했는데, 배울수록 가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뛰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KAC 자격을 취득할 때까지만 해도 불타올랐던 열정은, 당장에 처리해야 할 문제와 그 밖에 여러 상황으로 잠시 멈추게 되었다. 백마고지역에 서 있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표현처럼, 코칭의 세계를 달리고 싶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렇게 작년 한 해를 보냈다.


올해 목표를 세우면서 이런 다짐을 했다.

“코치를 가르치는 코치가 되자!” 연말까지 계획한 프로세스를 잘 마치고 달성해서, 올해 꼭 한번, KAC를 위한 기초 교육과정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렇게 다짐을 했는데, 재미있는 일이 생기고 있다. 흐릿한 산길이 또렷해지듯 그리고 파인 빗물 길이 더 깊어지듯,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또렷하고 넓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 질문에 관한 책들을 최근에 읽었는데, 그 책들이 코칭의 프로세스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 통해, 코칭 할 때 하는 질문을 더 풍성하고 의미 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교육 기회도 있었다.

‘OKR’이라고 해서, 조직의 성과를 관리하는 시스템 중 하나다. 올 초 이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으면서, 이 또한 코칭의 대화 프로세스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교육과정에 ‘OKR 코치’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 교육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비즈니스 코칭’에 특화 되도록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하는 일에도 적용할 수 있으니, 좋은 방향이라 생각된다.


코칭을 하는 이유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질문을 통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을 시도한다. 여러 프로세스가 있지만, 중심이 되는 질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목표, 현재 위치, 실행 계획이다.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지금 현재 나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러면 그 간격이 보인다. 내가 목표로 설정한 곳은 5층인데, 지금 현재 나의 위치는 1층인 것처럼 말이다. 그럼 1층에서 5층으로 올라가는 방법을 찾고 실행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실행 계획이다. 물론 중요한 건 실행 계획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흐름이 이렇게 흘러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내가 가야 하는 길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말이다.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그 또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전부다. 코치로서의 결과가 목표하고 계획한 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망해 본다. 하고자 하시면 그렇게 하실 수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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