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2. 기억

by 청리성 김작가
감사함을 잊지 않고 유지하기 데 필요한 과거의 모습

사람이 지닌 기능은, 모두가 신비롭다.

‘인체의 신비전’이라는 전시를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광고에 나오는 모습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왔었다. 인체 관련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다. 3D 이미지로 장기의 기능이 나올 때가 있는데, 몸속에 있는 수많은 장기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면, 말 그대로 신비롭다. 사람의 핏줄을 연결하면 지구를 두 바퀴 반을 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잘못 들었는지 귀를 의심했었다. 세상에 있는 그 어떤 것보다, 단연 신비롭고 경이로운 건 사람의 몸이라 생각한다. 이 신비로운 몸 중, 관심이 더 쏠리는 건 기억이다.

기억은 참 독특하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크게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자료를 좀 찾아보니,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건 맞지만 좀 다르다. 기억은 크게 ‘서술기억’과 ‘절차기억’으로 나뉜다. 서술기억은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학습해서 얻은 지식을 저장한 다음, 의식적으로 불러내는 기억을 말한다. 서술기억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바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다. 절차기억은 운전이나 운동 기술처럼, 반복 학습으로 무의식중에 저장된 기억을 말한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탈 때가 있다. 처음에는 좀 버벅거리다가 금세 잘 타게 되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몸이 기억하고 있네!” 이 기억이 바로 절차기억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단기기억은 가까운 시간의 기억이다.

일시적으로 저장됐다가 사라진다. 이 기억에 고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게 된다. 복습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이를 자세하게 설명한 그래프가 떠오른다. 단기기억은 오래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복습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기 전에 또다시 살펴보라고 한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 장기기억에 저장된다고 한다. 이렇게 반복하는 과정이 바로, 기억을 고정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공부는 그렇다고 해도, 일상의 기억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기억은 참 희한하다.

가까운 기억이라고 뚜렷하고, 오래된 기억이라고 흐릿한 게 아니다. 때로는 어제 있던 일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과음한 다음 날, 어제는 분명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심지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도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으니,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는 다르게,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기도 한다.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불현듯 솟아오르기도 한다. 너무 생생해서 마치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게, 때로는 좋을 때가 있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이 그렇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은 머릿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 기억은 그 사람의 삶을 지배한다. 그날 이후부터 그 사람의 삶은, 더는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다. 예전에 듣기로는, 이런 기억을 지우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하던데, 할 수 있다면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뭐든 과하면 문제가 되지만, 한 사람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기억에서 지우면 안 되는 기억도 있다.

힘들고 어려웠을 때의 기억과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이다. 하지만 자주 잊는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 보면, 삶의 질이 너무도 좋아졌는데 불평한다. 이게 불편하고, 저게 거슬린다. 그때는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기억도 희미해진 사람들이 있다. 지금 내가 있을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이었는데, 너무 잊고 살았다.


불편한 관계가 된 사람들도 있다.

나의 잘못일 수도 있고 그 사람들의 잘못일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고 언제나 같은 마음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타깝지만, 소모품처럼, 서로의 수명이 다했다는 말 말고 달리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만큼은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고, 잘 살피면서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가능하다면 절차기억으로 넘기고 싶다. 그것이 도리라 생각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51. 합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