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 겸손

by 청리성 김작가

배려, 경청, 공감의 선물을 주는 것으로, 기회를 가져다주는 선물

가끔 떠오르는 우리 집에 역사(?)가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순 없지만,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내가 태어나기 전, 할아버지에게는 땅이 있었다고 한다. 만평 정도 된다고 한 것으로 기억된다. 땅이 있다고 하면 바로 나오는 질문은? 그 위치가 어디냐는 거다. 위치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가지고 계셨던 땅은, 양재동 일대라고 한다. 이렇게 개발되기 전이었으니, 그때는 논밭이지 않았나 싶다. 지금 만약 양재동 일대 만 평의 땅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에 부러움을 사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기를 당하셨다고 한다.

한창 개발이 들어가기 전에,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 다시 말하면 사기꾼한테 속았다고 한다. 헐값으로 넘겼다고 하는데,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그래서 리어카 하나 정도에 실을 만큼의 짐을 가지고 이사를 해야만 했다고 한다. 가사가 완전히 기울어졌다는 말이다. 그 이야기를 오래전에 들었는데, 가끔 이 이야기가 떠오르는 건 지금의 형편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사람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왕년에 내가 말이지!” 하지만 이런 생각도 가끔 한다.

만약, 그 땅으로 대박이 낫다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지금도 망설임 없이 뭐든 했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쩌면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됐을 거다. 하지만 또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랬다면 내가 지금 온전하게 살고 있을까? 모든 아이디어는 결핍에서 오고, 결핍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든다는 말을 빌리자면 그렇다. 내가 마주한 결핍이 있었기에, 나는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도전들로 지금 내가 완전히 온전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나마 온전하게 살도록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너무 넘쳤다면 비뚤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일부 잘못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오히려 그때 그렇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여유롭진 않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하신 이야기처럼, 하나씩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다. 열약한 형편에 결혼했지만, 살면서 생활용품을 하나씩 장만해가는 재미가 있다고 하셨다. 말처럼, 아끼면서 생활하는 재미도 있다. 가끔은 필요한지 아닌지를 따지기보다 가격표를 보고 고민하는 것에, 처지를 원망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결핍은 좋은 점 보다 안 좋은 점이 더 많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물론 풍족하게 생활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반대로 결핍으로 더 성장하는 사람도 많다. 결핍이 성장하는 동력이 되는 거다. 돈이나 지식 등에서 성공한 분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겸손’이다. 겸손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또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겸손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겸손이 주는 선물이 있다.

배려, 경청, 공감 같은 마음이다. 겸손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이 세 가지는 반드시 가지고 있다. 항상 타인을 배려한다. 그러기 때문에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한다. 이런 태도는 타인에게 호감을 준다. 호감은 선의를 불러일으키고 그 선의가 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왜 이런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허름한 노부부가 호텔을 찾아왔는데, 만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호텔 직원은 자신의 숙소를 내준다. 이를 고맙게 여긴 노부부는 몇 년 뒤 이 직원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내가 호텔을 지었네. 자네가 대표를 맡아주겠는가?” 기적 같은 이야기다.


기적 같은 이야기는 우리도 만들 수 있다.

호텔 직원과 같은 기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이 없어도, 그리고 아는 것이 없어도 겸손한 마음을 잘 다듬고 간직해야 한다. 그렇게 배려하고 경청하고 공감하면, 반드시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게 살고 있는데도 지금 만족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아직 때가 오지 않은 것뿐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야 한다. 삐뚤어지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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