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사소하다고, 그 무게감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실수와 흔들림의 차이
[캐스터] 네! 5회 초는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5회 말이 시작됩니다. 선두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1구! 몸 쪽! 어? 맞았나요?
[해 설] 네! 유니폼에 스친 것 같은데요? 타자가 스쳤다고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캐스터] 네! 이렇게 선두타자가 몸에 맞는 볼로 진루를 합니다. 투수는 억울하겠어요?
[해 설] 아무래도 그렇죠! 몸에 맞은 것도 아니고 옷을 살짝 스쳤으니 매우 아쉬울 겁니다. 아쉬워도 잊어야죠! 잊고, 타자와 승부해야 합니다. 아까와 같은 상황이 나올 수도 있어요!
[캐스터] 네! 초구! 바깥쪽 볼! 2구! 네 조금 빠졌네요. 투볼! 몸 쪽! 연속 볼 셋이네요?
[해 설] 살짝살짝 빠지는 게 아니라 많이 빠지니까, 타자가 속지를 않는 거예요.
[캐스터] 네! 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네요. 연속 사사구! 무사 1, 2루가 됐습니다.
“안타 없이 주자가 2명이 됐네요?”
“그래서, 이번 타자와의 승부가 중요해졌어. 다음 타자는 분명 초구를 노리고 나올 거거든. 앞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으니까, 이번에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서 들어온다고 생각할 거야. 투수와 포수도 그걸 알아. 그렇다고 그걸 피해서 던지거나 유인구를 던졌다가 볼이 되면 심리적으로 쫓기게 될 수도 있으니, 참 어려운 승부가 되겠어!”
“타자 입장에서는, 앞 타자한테 연속 볼을 던졌으니, 제구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초구를 그냥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 더군다나 무사 1, 2의 찬스를 얻었는데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병살타라도 나오면 찬물을 끼 얻는 꼴이 되거든. 그래서 타자도 투수 못지않게 긴장되는 타석이 될 거야! 초구에 승부를 걸지가 궁금하네. 대담하지 않으면 초구를 노린다는 건 쉽지 않거든. 투수와 포수가 그런 걸 이용하면 좋은 승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캐스터] 네! 세 번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초구! 타격! 잘 맞았습니다!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정확히 가릅니다! 장타 코스! 주자 2명 모두! 홈으로, 홈으로 들어옵니다! 타자는 3루! 3루까지 들어갑니다. 싹쓸이 3루타! 이제 점수는 3점 차로 다시 벌어집니다.
[해 설] 아! 이건 좀 크네요! 점수를 주는 과정이 안 좋았어요. 사사구로 내보낸 주자를 장타 한 방으로 들어오게 했거든요. 이제 무사 주자 3루예요!
[캐스터] 네! 원정팀 입장으로서는 참 찝찝할 것 같아요! 안타 하나로 두 점을 내줬거든요.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초구! 아! 바운드! 뒤로 빠집니다! 3루에 있던 주자, 여유 있게 홈인! 4-8! 이제 점수는 4점 차까지 벌어졌습니다.
[해 설] 이번 점수도 너무 아쉽잖아요! 안타 없이 또 한 점을 주거든요?
[캐스터] 아! 결국, 투수가 교체네요!
“결국, 타자가 투수를 이긴 거네요?”
“결과로 봤을 때는 그렇지. 근데 좀 아쉽네. 잘 던지던 투수가 한순간에 무너졌으니.”
“아까 실수 한번 하고 무너진 것과 비슷한 거네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번의 경우는 그것과는 조금 달라!”
“다르다고요?”
“아까는 본인이 실수해서 발생한 거잖아? 물론 이번에도 실수라고 말한다면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건 실수라고 하기보다는 작은 것에 흔들렸다고 봐야 할 것 같아!”
“작은 것에 흔들렸다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자! 잘 들어봐. 투수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몸에 맞는 공으로부터 시작됐잖아? 실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엄밀히 보면 실수가 아니지. 타자의 몸에 맞을 정도로 공을 잘못 던진 게 아니니까. 운이 나쁘다고 봐야지. 하지만, 투수는 그 이후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어! 아쉽더라도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지금까지 던졌던 패턴대로 던졌다면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을 거야.”
받아들여야 할 것과 흘려보내야 할 것
“말씀을 들어보니,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저는 작은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들었는데, 그것과는 다른 건가요?”
“야구 씨가 얘기한 작은 것과 내가 얘기한 작은 것이, 표현은 같은데,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야 하는 무게감은 달라야 해.”
“작다는 건 같지만, 받아들이는 건 달라야 한다. 알쏭달쏭하네요. 그 기준이 뭐죠?”
“오~ 좋은 질문이야. 기준이라기보다, 잘 못 받아들일 때가 많다는 거야. 쉽게 얘기하면, 빨리 잊어야 할 것은 크게 담아두고, 잘 새겨둬야 하는 것은 쉽게 잊는다는 거야. 이런 일이 있었어!”
“어떤 일이요?”
“2년 차 직원이 새로운 거래처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어. 거래처 담당자는 프로젝트 경험이 거의 없는 신입과 같은 사람이었지. 영업팀에서 몇 년 근무하다가 마케팅으로 온 지 얼마 안 됐거든. 우리 담당 직원이 그런 부분을 알아서 그랬는지, 진짜로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는데, 거래처 사람이 심포지엄 진행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어. 우리 담당자도 일을 썩 잘하는 친구가 아니라서, 신경이 좀 쓰이더라고. 그래서 내가 여러모로 좀 챙겼지, 혹시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까. 어찌 되었든 행사는 잘 끝나게 됐어. 거래처 담당자가 앞으로 잘해보자는 얘기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그럼 잘 된 거 아닌가요? 뭐가 문제였던 거죠?”
“행사를 마치고 정산서가 오가는 중에, 거래처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온 거야.
참석자 교통비 계산이 안 맞는 것 같으니 확인 좀 해달라고. 우리 담당자한테 확인해달라고 얘기했는데, 계속 맞는다고 우긴다는 거야. 그래서 나한테 전화한 거지! 나보고 확인 좀 해달라고. 그래서 우리 담당자를 불러서 확인해보라고 얘기했는데, 이 친구는 계속 맞는다고 하면서 씩씩대는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엑셀 수식 잘 걸려있나 확인해 좀 보라고 얘기했어.”
“아! 이번에도, 저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엑셀이군요!”
“그렇군! 하하하!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그 직원은, 그럴 리가 없다며 거래처 담당자가 잘 몰라서 그렇다고 또 그러는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확인해보고 알려달라고 하고 보냈어. 확인 결과! 엑셀 서식이 잘못 걸려있었던 거야. 중복으로 계산이 됐던 거지.
이 친구가 얼굴이 빨개져서 나한테 더듬더듬 얘기하는 거야. 완전 우리 실순 거지. 그 거래처 담당자가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무시했는데, 자신이 잘못한 것을 발견했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어. 그래서 내가 거래처 담당자에게는 정중하게 사과하고, 다시 정산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지.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닌 거야. 그 이후로 그 거래처와 거래가 있었겠어? 없었겠어?”
“아…. 혹시 그 이후로 거래가 끊겼나요?”
“그랬지. 다시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되더라고. 그 사건이 그 담당자한테는 매우 컸나 보더라고. 하긴, 실수도 실수지만 그렇게 우겨댔으니 마음이 남아있겠어? 타사 담당자들한테, 실수가 많은 업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으니. 거래처 담당자가 이상하다고 말했을 때, 한 번이라도 검토했으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야. 5분도 안 걸리는 검토 한번 하지 않아서, 발생한 피해가 엄청나게 큰 거지. 근데 그 직원이 진짜 실수한 건 다시 검토하지 않은 게 아니야!”
“또 다른 실수가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