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 단호하게 끊어버리는 용기
“왜냐하면”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다.
이와 관련된 실험이 있다. 외국에서 했던 실험으로 기억되는데, 내용은 이렇다. 사람들이 복사기 앞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복사하기 위해서다. 이때 실험자가 바쁜 일이 있어 양보해달라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한다. 양보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도 바쁘지만, 순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재미있는 현상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다른 이유를 댄 것도 아니고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간곡하게 부탁한 것도 아닌데, 양보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갔다.
“왜냐하면”
이 한마디만 붙였는데 말이다. 중요한 건, ‘왜냐하면’ 뒤에 나오는 내용이 그다지 설득력이 있거나 간곡한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저 양보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왜냐하면, 제가 바쁘기 때문이에요.” 어떤가? 양보해달라는 이유가 너무 일반적이지 않나? 앞선 실험에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양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때는 양보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왜냐하면’ 이 한마디만 붙였을 뿐인데, 양보한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왜냐하면”은, 설득의 기술 중 하나다.
설득은 언제 하는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해야 할 때 한다. 나와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까지, 방향을 틀게 만든다. 시사 프로그램을 듣고 있으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방송을 듣기 전에는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봤는데,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 매력 있다고 느껴지는 거다. 어떤 요소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설득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설득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정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때도 설득이 필요하다. 앞선 실험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빠르게 복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욕구를 참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런 사람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매우 큰 기술이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었다.
“왜냐하면” 한마디면 통했다.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양보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 이런 이유다. ‘왜냐하면’ 다음에 따라오는 내용은, 논리와 상관없이 어렵지 않게 수긍하게 된다는 거다. ‘왜냐하면’을 넣어서 이유를 설명하는 논리 구조 자체가, 내용과 상관없이 설득되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양보가 필요할 때는 약이 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야 할 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내가 나를 설득할 때다. 내가 나를 설득한다는 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면서 하고 싶을 때를 말한다. 늦은 시간 먹으면 분명 다음 날 얼굴이 붓거나 속이 불편하다는 것을 안다. 늦게 잠을 자면 늦게 일어나리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내가 나를 설득한다. ‘왜냐하면…….’이라고 하면서 그 정당성을 갖다 붙인다. ‘먹고 싶을 때 먹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으니 오히려 그게 더 안 좋다.’, ‘내일은 쉬잖아? 일주일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보상해 주고 싶다.’라고 하면서 말이다.
설득당하지 않고 그냥 넘긴 적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지도 나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오히려 아침을 상쾌하게 맞이했다. 일찍 일어난 휴일 아침은 더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가 나를 설득하지 못하도록 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말이다. 때로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가끔이다. 매주 혹은 매일 그러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내가 나를 설득하려 들 때가 있다.
안되는 걸 알면서도 그 이유가 막 떠오를 때 그렇다. 내가 나를 다독인다. 이때, 단칼에 잘라버려야 한다. ‘왜냐하면’이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전에, “안돼!” 하고 더는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더는 생각나지 않는다. 계속 떠올리면서 생각하면 더 간절하게 원하고 있고, 그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처럼 느끼도록 부추길 수 있다. 따라서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내가 나를 설득하려 든다면, 단칼에 잘라버리는 단호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