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코칭 기술의 시작, 경청

by 청리성 김작가

‘경청’

최근 가장 많이 듣고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경청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고, 그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관련된 책도 많이 있고, 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한 <경청>이라는 책도 있다. ‘마음을 얻는 지혜’라는 부제를 통해, 경청의 목적을 엿볼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한 지혜가 바로 경청이라는 말이다. 상대방이 겉으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진짜 말(마음)을 잘 파악하고 살피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수능 시즌이 다가오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라는 말. 출제자의 의도와 문제가 원하는 답을 먼저, 잘 파악해야 한다. 경청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출제자(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않으면, 오른쪽 다리 간지럽다는데 왼쪽 다리 긁으면서 “시원하지?”라고 묻게 된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람에게, “난 최선을 다했다고!”라고 외쳐봐야 공허한 메아리로 퍼질 뿐이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코칭을 하면서 경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크게 느꼈다.


코칭에는 핵심 기술 다섯 가지가 있다.

경청, 공감, 인정과 칭찬, 질문, 피드백이다. 코칭은 각 핵심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떨어져 있는 상대방의 에너지를 끌어올려,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경청이다. 경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감하지 못하거나 헛다리를 짚게 된다. 적절한 질문을 할 수 없고, 어느 부분에서 인정과 칭찬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코칭의 핵심 기술은 따로 분리된 게 아니라, 차례대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청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 된다. 반대로 제대로 된 경청을 통해 해결책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경청의 중요성은 교회 안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 즉,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각 본당에서는 ‘경청 모임’이 이루어졌다. 각 본당에서 소그룹으로 모여 정해진 주제에 따라 경청 모임을 한다. 나는 본당 경청 모임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교구에서 진행된 ‘경청 모임’에 참석해서 경험하게 되었다. 각 본당에서 모인, 처음 만나는 분들과 이런 모임을 한다는 게 어색했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차츰 어색함을 지워나갔다.


두 개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주제를 나누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은 후, 두 번째 주제에 대해 나눴다. 2시간 30분가량 진행되었다. 진행 방식은 대략 이랬다. 주제에 대해 묵상하고 각자의 의견을 3분 정도의 시간 동안 말했다. 다음은 다른 사람이 말한 내용 중에서 마음에 와닿은 내용을 나눴다. 그리고 ‘식별’의 시간을 가졌다. 식별은 나만의 생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성령의 도움을 받아 판단하도록 노력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묵상한 내용을 2분 정도씩 다시 나눴다.


별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많은 것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새로운 시야를 가질 수 있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여러 사람이 자기 생각을 나누면서 좋은 의견을 모으는 것을 ‘집단 지성의 힘’이라고 했던가? 경청 모임은 단순한 집단 지성의 힘을 넘어서는 느낌이 들었다. 내 의견만 말하고 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말하는 건 익숙하지만, 타인의 생각을 잘 듣고 그것을 내가 다시 말하는 건 익숙하지 않다. 내가 해야 할 말에 신경 쓰느라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타인의 말에 집중했고 필요하면 메모도 했다.

그래야 나눔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타인의 생각뿐만 아니라, 성령의 힘을 청하는 시간 동안, 나누지 않았던 새로운 깨달음과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때는 소름이 살짝 돋기도 했다. 의미 있는 체험을 하게 되어, 참 좋았다. 이 느낌과 마음 그리고 실천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생활에서 증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바로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경청 훈련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경청이 중요한 건 알겠지만, 잘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듣다가 자꾸 다른 생각이 나거나 내가 할 말이 계속 맴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듣거나 듣지 않거나 고개만 끄덕이면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한 말을 내가 다시 말해야 한다는 생각은 충분한 동기가 된다. 둘이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하니 동기 강화 효과가 충분하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창피당하는 걸 싫어한다. 창피당하기 싫어서라도 집중해서 경청하고 때로는 메모를 하게 된다.



코칭에서 말하는 백트래킹(Backtracking)을 연습하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

백트래킹(Backtracking)은 상대방의 말, 행동, 의미를 집중해서 듣고, 상대방의 언어로 요약해서 되돌려주는 방법이다. 복사기 화법이라고도 한다. 군대에서 말하는 ‘복명복창’이 이와 비슷하다. 복명복창은 일상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이 얘기를 조금 더 해보겠다. 복명복창은, 지시를 받고 수행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회사에서도 가끔 강조한다. 상사의 지시를 재확인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상사에게는 당신의 지시를 잘 들었다고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그냥 “네!”하고 대답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제대로 들은 거 맞아?’라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복명복창은, 잘못들은 부분이 있으면, 조정받는 역할도 해준다.

특히 숫자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매우 유용하다. 개수를 잘못 들어서 난감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데, 복명복창을 통해 그 숫자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군대에서 작업하러 가는데, 삽과 곡괭이 개수를 잘못 듣고 갔다가 엄청 고생한 한 후임이 생각난다. 우렁차게 “네! 알겠습니다!”하고 뛰어갔지만, 복명복창하지 않은 죄(?)로 그 먼 거리를 다시 뛰어갔다 왔다. 처음 사용할 때는 매우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할 텐데, 그 효과를 직접 체험하면 마음이 달라질 거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했던가? 이 말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 복명복창 안 하면, 몸이 고생한다.


백트래킹(Backtracking)에서 중요한 게 뭘까?

표면적으로는 상대의 언어로 요약해서 되돌려주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 집중해서 듣는 거다. 여기서 중요한 건, ‘듣는다’라는 표현이 결코 청각만 이용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활용해야, 더욱 정확하게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 정확한 의미 파악을 하지 못한 채로 되돌려주면 어떻게 될까? 안 하니만 못한 결과가 나온다. 엄한 다리 긁으면서 시원하냐고 묻는데, 어찌 난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또한 연습하는 방법이 있으면 참 좋겠다.

다행히, 좋은 연습 방법을 소개한 책을 발견했다. <간단 명쾌한 NLP>이다. 여기서는,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능력을 높이는 연습이라고 하는데, 캘리브레이션은 속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상대의 몸짓과 태도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연습 방법은 다음과 같다.


파트너를 정한다.

파트너는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머릿속에 그린다. 어느 쪽이 좋아하는 음식인지 밝히지 않은 채 양쪽 다 좋아하는 음식인 것처럼 설명한다. 파트너는 이런 방법으로 싫어하는 음식도 좋아하는 음식처럼 설명한다. 설명이 다 끝난 다음,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맞추는 거다. 답이라고 생각한 이유를 포함해서 말해야 한다. 속마음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 눈의 움직임이나 말투 혹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흘리게 돼 있다. 그걸 찾아야 하니 오감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어떤가? 경청을 위한 좋은 훈련방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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