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제자리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

by 청리성 김작가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바람이 매섭게 부는 바닷가 도로에 서서, 바다를 보고 있었다.

왼쪽 멀리서, 작은 점들이 조금씩 다가왔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오래지 않아,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갈매기였다.

일정한 간격과 모양을 유지하고 다가오는 갈매기들이 참 대견스러웠다.


다른 방향에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왔다.

내 머리 위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다가 멈췄다.

‘왜 멈췄지?’


갈매기의 머리가 향한 방향을 바라봤다.

그 방향에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갈매기가 가는 힘과 바람의 힘이 같은 것이었다.

갈매기는 멈춰있던 것이 아니었다.

갈매기는 앞으로 가고 있지만, 바람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지금 하는 노력이 쓸모없이 느껴지고, 하지 않아도 될 것에 힘을 쏟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갈매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멈춰있는 것 같지만, 바람의 저항으로 멈춘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을.

내가 하는 노력이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진 것뿐이라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면, 바람이 멈추거나 내가 가는 방향으로 불 수도 있다.

그 효과를 보려면, 계속 날아야 한다. 계속 날고 있어야 한다.

날개를 펴고 있어야 한다.

바닥에 내려와 앉으면, 바람이 도와줘도 그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이전 20화20. 간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