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에는 5가지 기술이 있다.
경청, 공감, 인정과 칭찬, 질문, 피드백이다. 코치는 이 5가지 기술을 이용해서, 고객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한다. 이 5가지 기술은, 코칭 대화 프로세스에 적절하게 녹아 있다. 코치는 대화 안에서 이 5가지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고객을 원하는 곳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다. 코칭 대화는 질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질문이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각 단계에 맞는 질문을 다양하게 정리해놓고, 수시로 살펴서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코칭을 진행하면서 상황에 따라 했던 질문이 마음에 들면, 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한다.
질문은 그래서 중요하다.
코칭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질문이고, 해결책을 찾는 것도 질문이다. 코칭을 마무리할 때도 질문으로 마무리한다. 질문이 빠질 틈이 없다. 하지만, 질문을 연결해가면서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 바로 경청이다. 질문이 대화를 이끌어가는 시작이라면, 경청은 코칭 자체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경청하지 않으면 대화 자체를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렵다. 공감이 되지 않으니 인정이나 칭찬이 쉽게 나오지 못하다. 추가적인 질문은, 더욱 어렵다. 피드백은? 거기까지 가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경청하지 않으면, 코칭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선배 코치나 책에서, 경청을 매우 강조한다. 실제 코칭을 진행하면서, 그 이유를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경청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앞서 말한 질문 리스트도 필요 없게 된다. 자연스레 해야 할 질문 그리고 하고 싶은 질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청하면서 질문하고 답하는 사이, 어느새 고객은 자신이 해결해야 할 그 지점에 도달해 있기도 하다. 짜릿한 순간이자 보람된 순간이다. 이쯤 되면 코칭과 관련 없는 사람도, “경청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라며 물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경청을 명쾌하게 풀이한 내용을 소개한다.
코칭을 배우는 사람들의 필독서 중 하나인, <임파워링하라>에 나온 내용이다.
“경청(傾聽)은 경(傾)과 청(聽)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傾)은 ‘몸과 마음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청(聽)은 편의에 따라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그중 하나가, ‘왕(王)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이
귀를 열고 열 개(十)의 눈(目)으로 상대의 모든 움직임을 보고 느껴서
상대방의 마음(心)과 하나(一)가 되도록 한다.’는 뜻이다.”
어떤가?
명쾌하지 않은가? 한자를 구성하고 있는 하나하나를 뜯고 풀어서 연결한 해석이, 참으로 공감된다. 경청할 때는, 몸을 상대방에게 조금 기울이는듯한 자세를 취하라고 한다. 잘 듣기 위함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말고, 마음마저 기울이라고 말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들을 수 있는 준비가 된다는 말이다. 들을 때는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눈을 비롯한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하여 상대방이 어떤 마음인지 헤아리도록 노력하라고 한다. 나를 중심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해석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을 중심에 놓고 그 마음을 해석하라는 의미다. 그래서 둘이 아닌, 하나의 마음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내 속엔 이미 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 내 욕심, 내 상황, 내 이익, 내 편의 등등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 그러니 상대방의 말이 내 안에 들어올 틈이 없게 된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다며, 지레짐작한다. 잘 모르는 사람은,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아느냐며 사전에 차단한다. 경청은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는 것과 같다. 내 안에 있는 것은 다 비워버리고, 상대방의 말을 새롭게 듣고 담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부대가 터지지 않고 온전히 그 사람의 마음을 담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의 시작이다. 어렵지만 그 어려운 걸 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떠오른다.
원래 들었던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이유도 있고, 조금 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살을 덧붙여봤다.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무심하게 넘기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하나 더. 원래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하나의 메시지를 더 붙여봤다. 코칭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런 방향으로 메시지를 찾게 된다. 그리고 발견하게 된다. 같은 이야기를 듣고 다른 의견이 나오듯, 같은 이야기 안에서 찾는 메시지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야기는, 몸에서 각 역할을 하는 친구들(?)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손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많은 일을 해. 일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고, 취미 생활도 주로 내가 도움을 주지. 밥을 먹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고 말이야. 아무튼.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 그렇게 말하고 두 손은 반대쪽 양쪽 옆구리로 향했다. 눈이 다음 말을 이어갔다. “그래, 인정! 하지만 내가 없으면 너도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을까? 일하기도 어렵고 취미 생활도 그렇지. 밥을 먹고 싶어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제대로 먹을 수나 있을까?” 말을 마친 두 눈은, 자기가 말에 만족했는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입이 말을 꺼냈다.
“그래. 손도 그렇고 눈도 그렇고 많은 일을 하네. 그런데 말이지, 내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일하든 취미 생활을 하든, 내가 없으면 소통이 안 되니 답답해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특히 밥은? 나를 통하지 않고는 절대 들어갈 수 없지 않나?” 입은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양쪽으로 벌렸다. 그렇게 서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 한창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눈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냥 가만히 있는, 별 쓸모가 없어 보이는 발이 보였다.
“넌 도대체 하는 일이 뭐니?” 눈이 발을 향해 묻자, 입과 손이 일제히 아까 취했던 동작을 취했다. 입과 두 손도 눈이 하는 말에 공감한다는 듯 아까와 같은 포즈를 취했다. 발은 머뭇거렸다. 자신이 보더라도, 앞서 말한 친구들(?)보다 하는 게 별로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만히 있던 발이 수줍게 말을 꺼냈다. “그래. 나는 너희들과 달리, 하는 게 별로 없네. 근데 너희들이 아무리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내가 없으면 아무 곳도 갈 수 없지 않나? 그러면 너희들의 능력이 별 소용없어질 것 같은데….” 발이 말을 마치자, 더는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메시지는, 발의 쓸모다.
제일 아래서 몸을 지탱하고 있지만, 별로 역할을 하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발이 없으면 아무 곳도 갈 수 없으니, 아무리 뛰어난 기능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 공기와 물처럼 평소에는 그리 눈에 띄지 않지만, 없다고 생각하면 암담한 것처럼 말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듯, 드러내지 않는다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또 하나의 메시지를 발견한다.
경청의 쓸모다.
좀 생뚱맞게 들린 순 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거다. 경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표정과 몸짓 등 몸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경청을 가능하게 하는 건 무엇일까? 경청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반드시 그 밑을 바쳐야 하는 게 있다. 바로, 겸손함이다. 상대의 메시지를 온전히 듣겠다는 겸손한 마음 없이는 경청이 어렵다. 경청은, 내 안에 있는 내 생각을 버리고 상대의 말과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겸손한 마음이 아니고서는 그게 어렵다.
코칭을 배우면서 가장 도움이 된 건, 경청하려는 마음과 노력이다.
코칭을 할 때뿐만 아니라, 평소 대화할 때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경청이 잘 됐다는 결과는,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그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 올리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겸손할 수 있는 마음을 배워가고 있다. 이 마음이 의식적으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진정한 코치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겸손함으로 경청을 실천하고 그 경청이 곧 의로움을 찾는 일이라면, 참 보람된 삶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