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지 말고, 고민하기

다양한 상황을 따져보고 옳은 방향을 따져보는 생각, 고민

by 청리성 김작가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으나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다.”

많이 알려진 속담이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내용은 이렇다. 말을 물가에 어떻게든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는 건 말의 몫이라는 말이다. 물론 말에 입을 강제로 벌려 먹일 수는 있다. 하지만 큰 어려움이 따른다. 몸싸움으로 자칫 물에 빠질 수도 있고, 물이 코나 눈에 들어가서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물을 마시는 건 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지 말을 끌고 간 사람에게 득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말을 부려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직간접적으로 얻는 게 있겠지만, 이 상황만 놓고 보면 말을 위해서라는 것은 명확하다.



말은 왜 물을 먹지 않을까?

말 주인이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간 것은 말에게 물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이 예측은 오랜 시간 말과 함께 지내면서 알게 된 상식일 수 있다. 오랜 시간 함께 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이동하거나 활동을 했다면, 목마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타인에게 물을 권하거나 식사 의향을 물어볼 때가 있다. 자신이 목이 말라서 권할 수도 있고, 배고파서 의향을 물어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제안하는 거다.



필요할 것 같아 제안했는데 거절하면?

한두 번 더 제안할 수 있다. 상대방이 잘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자세하게 그리고 왜 당신에게 필요할 것 같은지 설명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인사치레로 하는 사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번 권했는데 사양했다고 바로 거둬들이면 상대방이 오히려 더 황당할 수 있다. ‘이거 뭐야?’라면서 말이다.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대부분 처음에는 사양한다. 사양할 때 정말 괜찮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인지, 인사치레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눈치 없는 사람으로 찍히게 된다.


누군가에게 제안한다는 건 둘 중 하나다.

내가 득이 되거나 상대방에게 득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둘 다 득이 된다면 그거야 말고 최고의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이 제안을 고민하는 것도 둘 중 하나다. 나에게 득이 된다고 말하지만, 제안하는 그 사람이 득이 되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 때문이다. 서로 신뢰가 두텁지 않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왜, 지하철에서 붙어 있는 전단을 봐도 그렇다. 너무 좋은 투자라고 홍보하는데, 이걸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그렇게 좋으면 자신이나 친인척에게만 소개해서 득을 보지 왜 굳이?’ 너무 삐딱한 생각인가? 아무튼.



다른 이유는 이렇다.

가보지 않을 길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타인이 제안하는 내용은 보통, 내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제안하는 사람이 나를 봤을 때, 지금까지 걸어온 길 말고 다른 길은 어떨지 제안할 때가 있다. 왜 그럴까? 내가 더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제안하는 당사자 본인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제안하는 거다.


타인은 나를 물가로 데려왔다.

먹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나다. 내가 마시고자 하지 않으면 안 마시면 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누군가 제안을 했다면 고민하는 건 좋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망설이는 건 옳지 않다. 고민하는 것과 망설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고민은 다양하게 따져보고 뭐가 옳을지 판단하는 과정이고, 망설이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에 이도 저도 못하는 마음이다. 많은 사람이 고민한다고 말하지만, 대부분 망설인다. 망설이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가 하는 것이 고민인지 망설임인지 잘 살펴야 한다. 고민은 필요한 부분이지만, 망설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물가에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고민해야 한다. 떠난 버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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