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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Mar 01. 2024

자주 스쳐 가는 곳이, 곧 나를 만든다.

그냥이라도 자주 지나가면 의도와 상관없이 받게 되는 힘, 영향

당신의 목소리는 어떠십니까?

나는 목소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건 아니지만,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당에서 해설한 지도 7년이 넘었고, 과분하게도 목소리가 너무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음성’이라고 표현해 주셨다.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가끔 그랬다. 일반적인 자리가 아니라, 마이크를 통해서 말할 때 그랬지만 말이다. 하지만 목소리에 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다. 최악의 평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그때의 상황은 이랬다.      


코칭 수업을 들었던 때였다.

코칭 시연을 할 때도 그랬고, 강의 시연할 때도 그랬다. 교육하시는 분이 목소리가 거칠다고 했다. 듣기가 불편할 정도라는 표현까지 했다. 지금까지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당황스러웠다. 생소리라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크 목소리를 들으면 다르실 텐데….’라는 생각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이 피드백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다만 한 가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포인트가 있다.   

   

당시, 내 목이 매우 건조했다는 사실이다.

나 자신이 느낄 정도로 목이 매우 건조했다. 가끔 목소리를 낼 때, 목에서 소리가 걸려 나온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목에 무언가가 낀 느낌이 들어, 자주 헛기침을 하게 되었다. 불편한 그 무언가를 없애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렇게 피드백을 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물어보셨다. "평소에 물 많이 드세요?" 아니었다. 나는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마시지 않고 목이 마르면 좀 마시는 정도였다.    

  


평소에는 이랬다.

출근하면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신다. 쉬는 날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차도 좋아해서 따뜻한 차를 몇 잔 마신다.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물을 많이 마시라고 조언하셨다. 차도 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커피처럼 이뇨 작용을 촉진하는 성분이 있어 오히려 수분을 빼앗는다고 했다. 그러니 그냥 물을 마시라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나면, 입과 목이 텁텁한 느낌이 들거나 갈등이 더 날 때가 있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아침에 1.5ℓ를 마시라고 하셨다. 너무 많은 양이라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500mL의 물을 마셨다.


따뜻한 물과 찬물을 각각 받아서, 음양탕으로 마셨다. 평소에도 마시긴 했는데, 합해서 250mL 정도를 마셨었다. 거기에 양을 늘린 거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몇 번 마시니 어렵지 않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가서는 커피는 평소처럼 마셨고 차 대신 물을 마셨다. 음양탕으로 마시기도 했고, 찬물을 마시기도 했다. 한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실 정도로, 평소에 따뜻한 커피와 차를 마시다가 찬물을 마시니 어색했다. 하지만 이 또한 잠시였다.      


희한한 건, 물을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더 느껴진다는 거다.

그렇게 물을 마시는데 2ℓ는 거뜬히 마시게 되었다. 기분 탓일까? 평소 건조하게 느껴졌던 목이 조금은 촉촉해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목소리도 건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딱히 어떻다고 표현할 순 없지만, 나만이 아는 느낌이다. 그냥 마시기만 했는데, 목에 수분이 남아있다는 게 희한했다. 아! 그랬다. 콩나물을 키웠을 때가 떠올랐다. 어릴 때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이 아래도 다 빠져나갔다. ‘이래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보면 콩나물이 쑥쑥 자라 있는 게 보였다. 어린 마음에 무척 신기했었다.  

    

이런 원리가 아닐까 싶다.

다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스치고 지나가면서 어딘가에서 남아있는 것 말이다. 의미 없이 흘러내려 가는 것 같지만, 조금씩 묻어나는 것들이 모여 어떤 역할을 하는 거다. 머무른다는 의미가 그곳에 계속 있어야 하는 것만을 말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스쳐 가도 계속 그곳을 지나가면, 모르는 사이 그 흔적이 남는다. 무심코 지나는 곳이라도 그렇다. 의도 하지 않더라도 계속 한 길을 지나가면, 영향을 받게 된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주 지나가는 장소 혹은 생각이 있다면, 알아차리도록 의식해야 한다. 그곳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더는 그길로 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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