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얻는 선물

by 청리성 김작가

사랑하는 데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

좋아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연민? 배려? 등등 이외에도 많은 것이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와야 할 것이 있다. ‘자아’를 내려놓는 거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자기중심 자아’다. 내가 옳다는 생각, 내 생각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생각, 내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 등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것이다. 이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바로, 자기중심 자아를 내려놓는 일이다. 자기중심 자아를 내려놓아야, 타인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마음의 여유는 모든 사람을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를 떠올려 보라.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가? 꼴 보기 싫은 사람마저 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여유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자기중심의 자아를 내려놓으면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내려놓는 거냐는 말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이것이 바로, 자기중심 자아를 내려놓는 방법이다. ‘이건 왜 이러지?’, ‘저건 왜 저렇지?’라며,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불평하는 게 아니다. ‘다 이유가 있겠지!’,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그 이유와 의미를 찾는 거다. 내 생각을 강조하고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이유와 의미를 찾는 거다. 이것이, 자기중심 자아를 내려놓는 거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가? 쉬운 거였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테고 다툼도 적었을 거다. 하지만 세상은 어떤가? 그와 반대다. 더 다투고 싸우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로 가득하다. 왜 그럴까?


지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포용이라 여기지 않고, 지는 거라 여긴다.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은, ‘아!’하고 마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명언일 뿐이다. 생활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표현이다. 조금이라도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렇게 자기 생각이 관철되면 전쟁터에서 승리를 거둔 사람처럼 의기양양해진다. 기세를 몰아, 말도 안 되는 것까지 다 자기 생각으로 밀어붙이려 한다. 문제는 그렇게 밀어붙인 상황이 잘못된 결과로 이어져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기세등등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쩔 수 없었다는 말 뒤로 숨는다. 화가 나기보단,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 생각대로 흘러가야 옳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원하지 않던 방향으로 흘렀지만,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진 상황도 많이 있다. 야구를 예로 들면 이렇다. 1루 주자를 2루로 보내기 위해 번트 작전이 나왔다. 초구에 실패하고 다음에도 실패한다. 이제는 번트를 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감독과 코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 고개를 숙이고 쳐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타자가 힘껏 받아친 다음 공은, 담장을 넘어간다. 번트 실패가 홈런으로 이어진 거다. 원하던 상황으로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오히려 더 좋은 상황으로 풀린 거다.


항상 이런 결과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삼진 아웃이나 병살타로 이어질 때가 오히려 더 많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지나간 일은 이미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나간 것을 마음으로 부여잡고 시선을 뒤로 돌리면, 현재 상황을 온전히 바라볼 수 없다. 바라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잡을 수 있는 것을 놓치고 만다. 계속 지나간 상황에 마음이 묶여,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일어난 걱정과 이어지는 걱정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끊어야 한다. 벌어진 상황을 마음에서 끊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현재에 집중하고 나아갈 때, 흘러간 기회가 다시 돌아온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본다.

네 명의 선수 중 세 선수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인다. 네 번째 선수는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실력이 받쳐주지 못해서인지, 조금 떨어진 채로 따라간다. 마지막 한 바퀴가 남았다는 것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더 치열하게 몰아붙인다. 하지만 치열하게 경쟁하던 선두의 세 선수는 서로 엉켜 나뒹군다. 결국, 여유 있게(?) 뒤따라가던 마지막 선수가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다. 상황에 연연하지 않고 본인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자기중심 자아를 내려놓고, 벌어지는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마음. 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는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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