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하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확신은 사전적 정의로, ‘굳게 믿음’이라고 하는데요. 첫 글자를 따서, ‘확실한 믿음’이라는 해석이 더 와닿습니다. 확신을 가진 사람은, 행동이 명확합니다.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지 않고, 명확하게 행동합니다.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 떠오릅니다. 시골에서 장이 열리는 날이었는데요. 매우 혼잡한 시장통 한쪽에 야바위꾼이 있습니다. 물방개를 뛰어놓고 몇 번으로 향하는지 알아맞히도록 합니다. 한쪽에서는 컵 세 개 중 한 곳에 주사위를 넣고, 재빠르게 뒤섞습니다. 동작을 멈춤과 동시에, 주사위가 어디에 있는지 맞혀야 합니다.
자신이 확신하는 곳에 돈을 겁니다.
대체로 맞추지 못합니다. 야바위꾼은 안타깝다는 탄성을 내지르지만, 표정만은 싱글벙글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속임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무엇인지 몰라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때 허름한 차림의 한 사내가 등장합니다. 눈을 내리깔고 지켜보다가 한쪽에 큰돈을 겁니다. 야바위꾼은 물론 주변 사람 모두가 놀랍니다. 야바위꾼은 무리하지 말고 다시 생각하라고 하지만, 꿈적하지 않습니다. 사내는 손짓으로 진행을 재촉합니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던 야바위꾼은 게임을 진행합니다. 무슨 일인지 다른 사람들은 절대 맞추지 못한 물방개가 향하는 번호를 기가 막히게 맞춥니다.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을 모두 맞춥니다.
컵에 들어있는 주사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세히 봐도 맞추기 힘든데, 눈을 감습니다. 소리를 듣는 것이지요. 컵이 멈춤과 동시에 흐뭇한 미소와 함께 한 개의 컵을 가리킵니다. 역시 큰돈을 걸죠. 야바위꾼은 심히 당황한 표정으로 다시 생각하라고 권합니다. 하지만 그대로 밀어붙이는데요. 역시나 그 컵에 주사위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잃었던 돈을 모두 회수합니다. 사람들은 통쾌한 마음에 환호합니다. 그리고 사내는 자리를 유유히 떠납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을까요?
사내는 다 알고 있었습니다. 야바위꾼은 사람들에게 돈을 걸게 하고, 물방개가 출발하기 전, 돈이 걸리지 않은 번호에 무언가를 뿌렸습니다. 물방개가 좋아하는 무엇인 거죠. 당연히 그곳으로 갈 수밖에요. 알고 있으니 확신할 수 있었던 겁니다.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야바위꾼과 사내만 아는 사실인 거죠. 주사위의 위치는 눈으로는 가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눈속임이 있다는 건데요. 사람들은 그 눈속임에 속아 확신했지만, 다른 곳에 주사위가 있었던 겁니다. 사내는 그것을 알고, 예리한 자신의 귀를 통해 위치를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과 사내의 차이는 이것입니다.
막연함과 확신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본 것을 믿었지만,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냥 그럴 것 같았던 것이죠. 이건 확신이라 착각하는, 막연함입니다. 사내는 달랐습니다. 명확한 근거가 있었습니다. 물방개가 가는 원리를 알고 있었고, 주사위는 눈이 아닌 소리가 정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명확한 근거에 따른 판단이, 바로 확신인 거죠. 그럼, 근거는 어떻게 가질 수 있었을까요?
경험입니다.
막연함에 머무른 것이 아닌, 실체를 보기 위한 노력을 한 겁니다. 사내도 처음부터 잘 맞추지 못했습니다. 이유를 찾고자 다양한 각도로 살피면서, 실체를 보려고 노력한 끝에 답을 찾았던 겁니다. 막연함이라는 생각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 직접 경험한 것이죠. 경험에서 얻은 믿음은 절대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며칠 전 둘째와 대화할 때도 느꼈습니다. 고등학생인 둘째는 이번 방학에 아르바이트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합니다. 돈을 벌어 내년에 ‘스터디 카페’를 등록하겠다는 겁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처음에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성적이 좋게 나올 리가 없었죠. 2학기 때는 공부를 좀 했다고 하는데요. 성적이 올랐다는 겁니다. 공부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것을 경험한 거죠. 학년이 올라가서는 더 공부를 해보겠다고 다짐했는데요. 또 하나의 경험이 추가되었습니다. 자기 돈으로 해야 열심히 한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스터디 카페를 등록하겠다는 겁니다. 야심 찬 포부에 마음이 흐뭇했는데요. 경험으로 얻은 확신이니, 포기하지 않고 잘하리라 믿습니다.
목표한 일을 포기하는 이유는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확신은 그냥 있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다양한 시도로 얻어지는 겁니다. 시도하지 않으니, 확신이 생기지 않습니다. 확신이 없으니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한 가지를 고집하라는 게 아닙니다. 아닌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목표를 수정하든지 수단을 수정하면 됩니다. 계속 경험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거죠. 이것저것 계속해야 운도 따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올해는, 원했지만 확신하지 못한 것을 해내는 한 해를 만들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