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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우연이 만드는 삶의 방향

by 청리성 김작가

잘 알아보지 않고 판단할 때가 있습니다.

실제가 어떤지 직접 살피거나 확인하지 않고, 판단하는 거죠. ‘저 사람은 성격이 별로일 거야.’, ‘저 식당은 맛이 없을 거야.’, ‘저 영화는 유치할 거야.’ 등등 수없이 많은 판단을 근거 없이 합니다. 근거라고 한다면,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한 추측이 전부인 거죠. 추측은 사실이 아닌데 말이죠. 이렇게 단정 짓고 판단하는 사람을 보고 젊은 친구들은, ‘꼰대’라고 명명합니다. 요즘은 ‘역꼰대’라는 표현이 있더군요. 자세한 설명이 없더라도 대략 짐작이 갑니다. 잘 알아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영역이 있는데요.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입니다.

불법 다단계라는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렇게 강조합니다. “자세히 알아보고 판단하세요.” 맞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고 판단하는 게 옳습니다.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좋지 않고, 무조건 긍정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흘려들은 이야기나 욕심으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기회를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고, 위기를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전자라면 마음이 쓰린 것으로 그치면 되겠지만, 후자라면 마음만 쓰리고 마는 게 아니니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소설에 대한 인식이 그랬습니다.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교과서에 나온 단편적인 정의만 떠올린 거죠. 허구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커다란 시간 낭비라 여겼습니다. 실질적이거나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거죠. 일부러 멀리했습니다. 매일 묵상 글을 쓰면서 책을 출간했는데요.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야구 상황에 빗댄 글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글을 모아서 책을 출간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는데요. 콘텐츠는 좋은데,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재미?

‘이 책은 재미있으라고 쓰는 책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재미가 없으면 읽고 싶지 않다는 것에 동의한 겁니다. 재미를 더하려면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다, 소설 형식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지도 않고 멀리했던, 소설 장르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거죠. 쓰다 보니 머릿속에 상황이 그려지면서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소설이 재미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묵상이라는, 다소 차분한(?) 글만 쓰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겁니다. 소설 형식으로 글을 쓰는데, 글도 애드리브를 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쏠쏠하게 떠오르는 입말을 쓰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형식은 소설, 내용은 자기 계발.

이런 느낌으로 야구 소설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전자책으로만 출간했는데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재미있게 잘 읽었다는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써보니 소설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소설에 관한 관심은, <스토리 작법>이라는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재미를 느끼니 조금 더 알아보고 조금 더 잘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든 거죠. 진작에 소설의 맛을 들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소설을 본격적으로 써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먹고 사는 문제 등으로 계속 밀어왔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좀 써보려고 합니다. 이미 좀 쓰고 있기는 합니다.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일단 한 가지를 시작했고 다른 것들도 좀 써나가려고 합니다. 올해는, 소설 출간을 목표로 말이지요.

자기 계발 소설도 있고, 그냥 이야기도 있습니다.

소설에 초점이 맞춰지니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삶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죠. 낯선 곳에 가면 환경을 살피는 습관도 생겼고요. 다양한 삶의 이야기와 배경은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 읽은 김호연 작가의 <망원동 브라더스>는, 삶의 한 장면을 보고,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서 소설로 썼다고 하더군요. 삶의 한 장면에 상상이 더해져 이야기로 만들어낸 거죠. 부러웠습니다. 한 장면을 이야기로 만든 상상력과 글발을 말이죠. 부러움은 자극으로 변화되어, 더 깊게 알아보고 살피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이야기를 써보고 싶습니다.


잘 알아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어설픈 추측은 아무것도 하지 않게 만듭니다.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들으려 하지도 않게 됩니다. 잘 모르는 건, 추측보다 먼저 알아보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진작 알았으면….”이라는 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죠. 진즉에 알았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니까요. 만나지 않은 게 아니라, 자세히 살피지 않은 겁니다. 일상의 우연을 그냥 스쳐 보내지 않고 잘 알아보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삶이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삶의 우연으로 만들어내는 이끄심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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