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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비둘기 Mar 16. 2018

개똥과 현대미술

현대 미술을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한쪽에서는 야외구조물을 설치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수상한 박스 앞에서 수상한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엉성한 듯 엉성하지 않은 것들을 지나, 실내 전시공간으로 들어갔다

여러 개의 천을 지나 들어가자 작은 공간이 나왔다

삼면의 벽에 풍경화가 그려져 있었고,

한쪽 벽 앞에 의자가 놓여 있었고,

풍경화와 의자 사이에는 개똥이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았고

공간에는 위화감이 없었다 다만

나의 시선은 풍경에서 떨어져 연거푸 개똥을 향했다


나는 현대 미술을 모른다

미술을 모른다

다만 언젠가

변기를 샘이라 부른 것을 본 적 있다

나는 그 개똥 앞에서 고민한다

풍경, 의자 위의 나, 그리고 똥

나는 전시 속에 있는가

어디까지가 퍼포먼스고

어디까지가 전시인가

현대미술은 벽까지인가

바닥까지인가

나까지인가


네가 들어왔고

미술을 아는 너는

똥은 똥이라 말했다

여기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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