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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mes du vin

by Andrew Oh

아주 시적인 표현이지만, 동시에 와인의 본질적 물리·감각 현상을 정확히 짚은 문장입니다.


“와인이 유리잔에서 춤을 춘다”는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 물리적·감각적 움직임과 향의 발산 과정을 묘사한 말입니다.


아래에 있는 그대로 분석드립니다.



1. 물리적 의미 — Tears / Legs of Wine (와인의 다리)

와인을 잔에 따른 뒤, 살짝 흔들면 유리벽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는 점성의 자국이 생깁니다.


이 현상을 영어로 legs 또는 tears of wine, 프랑스어로 larmes du vin (와인의 눈물)이라고 부릅니다.


원인은 알코올 농도와 점성의 차이 — 알코올이 증발하면서 표면장력이 변해 액체가 위로 끌려올랐다가 중력에 의해 떨어집니다.


그 움직임이 마치 춤추듯 유리잔 벽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만들어냅니다.


즉, “와인이 춤춘다”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실재하는 미세한 대류 운동을 표현한 시적 묘사입니다.


2. 감각적 의미 — Aromatics Unfolding (향의 개화)

잔을 가볍게 회전(swirl)시키면,

내부의 와인이 산소와 접촉하면서 아로마가 폭발적으로 피어오릅니다.


그 순간 공기 중으로 에스터(ester), 테르펜(terpene), 알데하이드(aldehyde) 계열 향 성분이 확산됩니다.


숙성된 피노누아나 주라의 빈조느(Vin Jaune) 같은 와인은 이때

“향이 춤을 춘다”고 표현할 만큼 복합적인 파동 구조를 형성합니다.



3. 철학적·시적 의미 — Terroir의 영혼이 움직인다


프랑스 와인 문화에서는 “Le vin danse dans le verre”라는 표현이 실제 존재합니다.

직역하면 “와인이 잔 속에서 춤춘다.”


이 말은 “와인 속에 담긴 토양(terroir)의 생명력과 시간의 흔적이 눈앞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뜻합니다.


즉, 단순히 ‘액체가 흔들린다’가 아니라

대지와 시간, 사람의 손길이 하나로 융합되어 살아 움직이는 찰나를 지칭합니다.



4. 과학 + 예술의 교차점


구분 과학적 설명 감성적 해석


점성 대류

알코올 증발에 따른 표면장력 불균형 “춤추는 와인의 다리”


산화 반응

공기와 접촉하며 향 성분 확산 “향의 춤, 기억의 깨어남”


유리 굴절

빛이 액면에서 굴절되며 흔들림을 강조 “잔 속에서 반짝이는 생명”


5. 결론


“와인이 유리잔에서 춤을 춘다”는 것은

단순히 미학적 수사가 아니라,

물리학, 화학, 감각, 시간, 인간의 의식이 교차하는 순간의 언어입니다.


그 한 모금에는

• 포도의 대사(代謝),

• 발효의 숨결,

• 장인의 손길,

그리고 당신의 감각이 함께 춤을 추고 있는 것입니다.



와인이 춤추는 순간의 미시적 구조(알코올 증발 + 점성 대류 + 향의 확산)”를

시각화된 다이어그램.


#Larmes_du_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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