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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Park Oct 19. 2024

진심에 관하여

진심이라는 말은 참 진 (眞) 자와 마음 심 (心) 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참 마음이라는 뜻으로요. 어쩌면 누군가나 무엇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말은 내가 보고 느낀 대로, 달리 말하면 내 감정이나 느낌의 기준대로 대하는 것과는 조금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심이란 태도입니다. 단순히 우리의 마음에 무엇이 담겨있는지에 따라 수동적으로 자연스레 발현되는 태도 말고요. 우리의 마음 바깥에 존재하는 어떠한 구체적이고 힘센 기준에 시전자의 의지를 덧대어 마음과 접목시킬 때 비로소 능동적으로 발현되는 태도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감정과 판단을 하고 우리는 살아갈탄데, 만일 그것들에게서 배어 나오는 마음의 자세라던지 경향을 우리의 진심으로 치부한다면 우리의 진심이란 것은 얼마나 무력한 것일까요. 이러한 주장은 제 마음이란 믿을 못할 것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심으로 무언가를 대한다면서, 결국엔 자기의 기분대로 대하는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자기 마음도 모르는 사람의 말은 제겐 언제나 무섭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들쭉날쭉한 이유는, 우리의 진심이 매번 이렇게까지 무능하고 어그러지는 이유는 우리가 형편없는 사람이기 때문이고, 더 정확하게는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완벽하게만 보였던 평생의 반려자도 살아가다 보면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작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결국 사랑하지 못할 이유를 찾아내곤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그렇게까지 힘없고 허술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진심, 곧 참 마음이란 우리가 가지게 되는 마음이 아닌 가져야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홍철 씨의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촬영장에서 만난 한 여자가 그의 팬이 되었다고 하자 노홍철 씨도 지지 않고 화장이 이쁘다던지 개성 있는 여자가 좋다던지 하는 말을 늘어놓습니다. 보다 못한 유재석 씨가 옆에서 "저거 다 뻥이에요"하며 말리자 그가 인상 깊은 말을 덧붙입니다.

"근데 난 이 뻥을 영원히 칠 수 있어."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에 회사 다닐 때 누군가 웃으며 '아부도 평생 하면 충성'이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충성도 하다 말면 아부가 된다'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의 말에 여전히 동의합니다. 결국 제가 믿는 진심은 감정의 순도보다는 의지의 순도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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