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모르는 당신은 허구한 날 페북광고만...
(Photo by Harsch Shivam from Pexels)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이미 주요 마케팅 방법으로 떠오른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인스타그램을 필두로 한 뷰티나 패션쪽 외에는 제대로된 시장정립도 안되어있는 극 초기 시장이다.
특히 연간 (자체 추산) 115조원을 디지털 매체에 쏟아붇고 있는 단연코 마케팅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영역 중 하나인 테크 산업군의 경우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란 개념도 생소하고, 일부 발 빠른 에이전시들을 활용해서 대형 유튜버들에게 간접 광고를 의뢰하는 방식만이 일부 게임, 전자제품 영역에서만 행해지고 있다.
사실 이런 스타급 인플루언서들에게 간접 광고형태로 들어가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상당히 초기 버전으로써, 이미 패션, 뷰티쪽 영역은 이런 원시시대에서 벗어나 수 많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 (팔로워 천단위급)에게 한번에 접근하는 플랫폼급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다. 해외에선 인센스 (https://insense.pro/), 국내에서는 미디언스 (http://www.mediance.co.kr/)등과 같은 전문적인 플랫폼들이 이 분야를 선도하는 중이다.
이처럼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테크 영역에서 유난히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테크 제품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뷰티나 패션쪽과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파악하고 있는 소위 그로스해커들은 이미 뷰티쪽 뺨치게 인플루언서를 잘 활용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마케터들은 허구한 날 디스플레이 광고에만 돈을 쏟아붓고 있다.
오늘 글에서는 나름 블록체인 기반 테크 커뮤니티중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스팀헌트 (https://steemhunt.com/)를 1년간 운영하면서 알게된 이바닥 인플루언서들 이야기를 좀 풀어보고자 한다.
내 글이 항상 서론이 긴 이유중 하나인데, 모든 일에 항상 깔끔한 정의를 먼저 내리고 시작해야 한다고 배웠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인플루언서 마케팅 하면 무슨 팔로워 수십만-수백만씩 거느리고 막 공유 수만씩 찍히는 반도녀같은 사람들에게 광고 맞기는걸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상당히 교과서적인 접근이다. 이건 그냥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수 많은 영역중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면서도 스케일이 불가능하고 가성비도 가장 떨어지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란 내 제품선호나 이미지, 구매결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활용하는 모든 마케팅을 총칭하는 마케팅인데, 간단하게 다음 3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1) 돈받고 홍보하고 돈받았다는거 “밝히는” 영역 (Paid, Legitimate)
2) 돈받고 홍보하고 돈받았다는거 “안 밝히는” 영역 (Paid, Non-legitimate)
3) 돈 안받고 홍보하는 영역 (Earned)
3번은 모든 마케터가 꿈꾸는 영역이지만 인플루언서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을 각 채널에서 떠들고 다녀야 하는 영역인건데, 보통 1번 2번이 잘 터졌을때 3번이 획득된 다든지, 아니면 진짜 제품의 바이럴성이 훌륭하거나 거의 지존급 인플루언서가 자발적으로 만져져서 탄생하는 영역이다.
1번은 위에서 언급한 반도녀처럼 스타급 거대 인플루언서들이 이거 돈받고 홍보하는건데 내가 홍보하는거니 잘좀 봐주셈~ 급의 톤으로 광고하는 영역이고, 합법적이고 사회 통념에도 어긋나지 않는 아주 정상적인 영역이다. 대신 가장 쉽게 돈으로 퉁 치는 영역이기 때문에 사실 이건 마케터의 역량보다는 총알이 얼마나 장전되있느냐가 좌우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2번영역, 즉, 이거 분명 돈 받은건데 돈 안 받은 척 하면서 제품 홍보해주는 영역이고, 위에 언급한 패션, 뷰티쪽에서 소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팔로워로 만단위 이하 채널들 말하는 있어빌리티한 용어인데, 걍 일반인급 채널이라고 이해하면 됨)”를 필두로 엄청난 스케일을 낼 수 있으면서 마케터의 능력에 따라 가성비도 가장 잘 뽑아낼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돈 받은걸 안 받은 척 해야하는 맥락에서 사회적 통념에 어긋남과 동시에 불법적 소지도 있는 아슬아슬한 영역이다.
패션, 뷰티쪽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은 주로 인스타그램 채널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들을 플랫폼화 해서 대규모 스케일로 2번 영역의 마케팅을 집행하는게 크게 어렵지 않다. 특히, 미디언스 등이 이미 구축해 놓은 플랫폼 자원을 활용하면 거의 1번 영역에 쓸 돈의 반값으로도 비슷한 수준의 가성비를 뽑아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게임, 전자기기, 앱 등등 테크 제품군은 어떨까? 이 분야 마이크로급 인플루언서들은 주로 “커뮤니티"에 서식하는데, 해외의 경우 레딧, 해커뉴스가 그나마 초대형 급 채널이고, 이 외에 필자가 한번도 못 들어 봤는데 MAU가 수백/수천만 이상인 채널들만 수백개가 존재한다. 레딧만 해도 DAU 1억명이라는게 수만개의 서브레딧에서 나오는 트래픽이 모두 합쳐진거고, 결국 레딧만 해도 수천개 이상의 커뮤니티 채널을 공략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건, 그런 커뮤니티에서는 2번 영역, 즉 이거 분명 돈받고 홍보하는건데 아닌척 홍보하는거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고, 그런 행위가 적발되면 모더레이터한테 가차없이 퇴출 먹거나 커뮤니티에서 매장당한다. 당연히 마케터가 직접 광고하는 행위는 아예 불가능하다.
레딧이 아무리 초 거대 커뮤니티라 해도 어디까지나 북미,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통용될 뿐 테크 커뮤니티는 각 국가별로 독립적으로 형성되어 있고, 그들만이 쓰는 표현법이나 톤/매너도 극악한 수준으로 파편화 되어 있다. 이건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르다.
우리나라에서 테크 제품들이 주로 거론되는 커뮤니티들은 클리앙, 디씨, 루리웹 등등을 꼽을 수 있는데, 각 커뮤니티마다 표현법이라던지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즉, 클리앙에서 터지는 컨텐츠랑 디씨에서 터지는 컨텐츠 형태가 180도 다르다는 뜻이다.
테크쪽 커뮤니티들은 이런 클리앙과 디씨같은 파편화된 커뮤니티들이 “각 국가별로"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채널들을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뚫으려고 하면 각 국가별, 채널별 인플루언서들을 총망라 해야하고, 어마어마한 비용에 극악한 난이도의 오퍼레이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미 가성비 측면에서 불가능해진다.
글쓴이는 노마드태스크 (Nomadtask)라는 퀘스트 기반의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 플랫폼의 Co-founder 및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원래는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기획자로 일하다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본업을 스타트업 파운더+디자이너로 전향했는데, 그 과정에서 득템한 다양한 스킬들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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