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drew Yoon Sep 04. 2021

뉴질랜드  시내 버스 운전도전기 -2

난생처음  새로운 일을 해봅니다.

Mar  2021 

나는  뉴질랜드에서    시내버스 운전사이다.    5개월짜리  병아리.   


난생처음 해 보는  버스운전.   

가까이서 보니  버스는 무척 크다.   말 그대로  대형이다.  

코너를 돌 때  좌회전 우회전 진입 시   강사님 이야기로는,   

OUT 으로  크게 돌고   천천히   IN  해야 한다… 

중요하다고  계속 이야기는 들었지만   나에겐  이론에 불과하고    

실제 연습주행 시부터  나는  그 중요한  것이  잘 안되었다.

30년 넘게   조그만 승용차 운전하던  습관에   아주  착하게도  몸이  길들여진 탓. 

집에 와서  버스운전  유튜브 동영상도  모조리 찾아보며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에  고민.


나름대로  나의  결론은,   

스스로  너무  긴장하는 게  문제였다.   버스 자체가  무서워서    자신감 결여.

잘해보겠다는  마음과   긴장하는  몸  따로따로..  온몸에  얼마나  많은 용(힘)을  온몸에  썼던지..  ㅎ 

일주일 동안  몸살약을  먹으면서 버텼다.   


코너 진입 시  백미러를 통해  버스 뒷바퀴가  코너를 무사히 잘 벗어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코너에   당신 가족이  일렬로  쭈욱   서 있다고  상상하라..라는   강사의 이야기. 

코너를  빠져나올 때에   코너 쪽의  버스 뒷바퀴를   끝까지 보면서  천천히  빠져나오는 것이 

핵심 포인트이었다.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은   사람이나  버스나  마찬가지 이었다.


버스 운전석 앉아보니  생각보다  높다.   
위에서 앞을  내려보는 구조로    전방의 모든 차량 움직임  , 도로 상황이  아주 잘 보인다.   

해서  대형 버스인   나부터  양보와 배려를  먼저 시작하면   전체 교통흐름도   매우 부드러워질 것  같은데  실제로는  내가 양보를  먼저  받는  경우가  더 많다.    

버스 뒷면에   “ 이 버스에  양보해달라 “ 라고  크게 써져는  문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나라 사람들의  결코 성급하지 않은  여유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영어의  언어구조 자체가  급하지 않고  천천히 대화하는  주고받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라

상대의  의견이나  생각을   먼저 듣고  존중해주는 것이  생활습관이  된것 은  아닌지.

하튼  목숨 걸고  급하게  바쁘게  운행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회사에서  원하지도  않고.         

느긋하게   여유 있는  운전은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나  혼자 생각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생각은  하지만  가능하면  지나간  과거형은  기억 안 하려고 한다.    

코로나 상황은   강제적으로  나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벌였던  사업과   믿었던 사람까지. 

주제 파악을 제대로 못했던  나 자신에  괜한 자책감에  후회만 가득하고. 

해서  과거보다는  미래형으로   즐거운  미래 계획만  생각하기로.


코로나가 끝나고    해외여행이 가능하다면    어느 나라부터  가볼까?  

제일 먼저    작년에 갔던  베트남  에서의  기차 일주 여행을   한번 더  다시  하고 싶고    

그다음엔   중국과  모스크바까지  기차 일주하며   풍경사진도   찍고 싶은데.    가능하려나. ㅎ     


일 시작시간은   평균  새벽  5시.    집에서 새벽 4시 15분에  나가야 한다.

병아리 초보운전자 라고  괴롭히는 건지  독하게  훈련시키는 건지   새벽 4시에  일어나기 위해  휴대폰 알람을 설정하지만   불안해서  새벽 2시경부터 깨서  다시 자고  다시 3시에 깨고 또 자고..   

계속 그런 상황의 연속에   갑자기 울리는  알람벨 소리는  악마의  외침으로 들려온다..


날씨는  왜 이렇게  추울까.   6월 ~ 7월  이곳은  한참겨울이라  새벽 버스안  온도는  거의  평균 0도이다. 

얼음장 같은  추운 버스 안에서  엔진을 켜며  오늘도 또  너랑  한번  싸워보자라는  생각밖에는.

큰 운전대를 잡으며  혼자 이야기해본다.

“ 너는 하드웨어   나는 소프트웨어”    “ 너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

버스는  말이 없었다.  항상 그랬다.   

분명히 들었을 텐데   엔진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못 들은 척하는 거다.   


다음 목표는  각 운행코스별   버스 Stop  장소를   외워야 했다. 

근데   외운다고   그 많은 장소가  지금  다 외워지냐고…

반쯤 외우다가  포기.  그냥  실제상황에서  부딪혀보기로.  


Apr  2021 

한 달 후  드디어  나 홀로  실제 현장 투입.

처음에는  Bus Stop에서 나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무섭고 무서웠지만…. 

내가  뭔가 서툴다는 것을   눈치챈  손님들은    나를  먼저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말도 걸어주고   하차 시에는  나 옆까지  굳이 다가와서  

“  처음에는  누구나  다 그렇다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고.. “    격려와 용기를 준다.  

얼마나 고마운지.    아 ……  아직  이 세상은   살기에   아름다운  곳.. 

그래 맞아.     태어날 때부터   버스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앞으로   어디선가  수습 Trainee  명찰 부착한  사람 만나면   나도   정말 정말    잘해줘야지.   

다짐과 맹세도  해본다.


기찻길 건널목을 지나갈 때에는   천천히 최대한  느린 속도로   부드럽게   통과해야 한다.

버스가  크게  덜컹덜컹거리면  손님들이 싫어한다..   강사의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 날 아침   기차 건널목을   천천히  지나고 나서   하차하려는   할아버지가  운전석  나에게 다가왔다. 

나귀에 대고  말하길..

“  기차 건널목을   천천히  부드럽게  넘어가 주어  고맙다.    당신은   최고의 운전사다.”

버스가  덜컹덜컹거리면   허리 아픈  노인네들에는 좋지 않다면서…


며칠 후   그  기차 건널목   같은 장소, 

이번에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진입하는 중에   갑자기  기차 건널목  진입금지  빨간색 불이 켜졌다   

매뉴얼대로   나는  즉시  그 자리에서  STOP 했고   당연히   차단기가  내려오길  기다렸는데 …   

차단기가  계속  안보였다.    이상하다.    

백미러로  보니   차단기가   내려오다   버스 위쪽  앞 천장에 걸려서  대롱대롱.    

어  이게  무슨  일까.    버스 앞바퀴가   정지선을   많이  넘어가 있었다.

너무  놀래서   뒤로  조금씩  조금씩  후진   조금씩  후진하다 보니   

차단기가   서서히  살며시  눈꽃처럼   내 눈앞으로   내려왔다.     

천만다행이다   라고    한숨을 쉬자마자. 

내 오른쪽에서  갑자기  큰  기차가  나타나면서  큰  기적을 울리며   왼쪽으로  휘익 ~  하고   

한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얼마나  놀랬는지.

두 번 놀랜 가슴.    식은땀은   등줄기를   후루룩   흐르고…

아마   기차 운전사가  더 놀랬을지도.    건널목 입구에   큰 버스가  보였으니. 

그날이후로   가차 건널목은    다람쥐처럼   최대한  잽싸게  건너간다.   모두를 위해서.   


오늘 내가 운전한 버스 .. 이놈은 내 말  잘듣는다~~



May  2021

내가 만난  손님들


아프간  젊은 엄마와 딸 

아직도 캄캄한  새벽 6시경..  매번 그 시간  같은 장소에서  탑승하는  젊은 엄마와  딸이 있다. 

어린아이는  이제 겨우  5살 정도 일까.   엄마도  딸도   머리에  까만 히잡을 쓰고 있어서

아프간 사람 같은데    이  추운 날씨  이른 캄캄 새벽마다   젊은 엄마는   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도대체  어디를 가는 것일까    이 가족이  내 버스를   탈 때마다  점점  궁금해졌다.

추운 날씨에   버스 기다리느라   아이는  벌벌 떨고  있었지만  눈이  크고  참 예쁜 아이였다.  

자주 만나다 보니   친구처럼  친해졌고   두 달쯤 후   어렵게  어렵게   물어보니   

엄마는 새벽 청소일을 하러 가고   어린아이는  유아원에  맡기러 간다고.  그 새벽시간에..     

아… 할말이  없었다.  

최근  아프간 뉴스도 나오고 해서 그런 건지   하튼   그날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가족이   앞으로   이 나라에서  정말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다...  라는  생각뿐.  

그날 이후   버스 문을  열면  우리 세명은  서로 보며  같이 웃는다..



휠체어 손님 1

가끔씩 출퇴근 시간에  만나게 되는 이 손님.   

휠체어 탑승을 위해   버스 높이를  낮추고  내가  내려서   플랫폼을  꺼내서  지면에  깔면  

휠체어는 탑승하는데   이때  내가 버스에서 내려   뒤에서  힘껏 밀어주어야 한다.   

경사가 있기에.   하차 시에도   마찬가지 역방향으로.

열심히  도와주고  나니   그  휠체어..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 하고   자기 갈길 가버렸다.   이 손님을 위해  총 투자한  나의 시간   총 2 분.

뭔가  감사인사를 받기 위해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아주  당연하듯이  휙 ~~ 가버리는 것을 보며   

아 …   누구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 자체를  하면   안 되겠구나.

그것은   그냥  아주  아주  당연한 것이어야  했다. 

그래도   Thank You라는  말 한마디는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조금씩   스멀스멀..   

이 휠체어 손님  꽤나   계속 자주   만나고 있다.    

그래서  나의  이 고민도  계속  진행형이다.



휠체어 손님  2

일요일 오전 9시마다 만나는   휠체어  할머니  손님.  

버스 탑승을  도와주고 나니     본인이  내려야 하는  곳을    나에게 알려준다.    

인도 손님 같았는데   시내  무슬림 사원  바로 앞에  내려달라는 뜻.

버스가  아닌   택시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   무슬림 사원도   일요일 오전마다  다 모여서  같이  기도를 하는구나.

“ Yes ~~  No Problem ~~”

할머니  하차까지  안전하게   도와주고 나니    나에게   “  God Bless You … “라고 말했다.

이렇게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내가 모르는  God   누군가로부터  나는   축복을  받고 있다.   

근데   축복도  받았지만    할머니의 그  열정도   배운다.

80 넘은  나이에   성치 않은  몸으로    휠체어를 타고   그리  편하지 않은   버스를  내리고 타면서  

멀리까지   기도를   하러 가는……    

나에게는  도대체  지금  어떤  열정이  남아있는 건지.  


그 후  몇 달 지나다 보니   같은 시간에  보게 되는   손님은   계속 보게 되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점점  그들과는  친한  친구사이가 되었다.   

반갑게  서로  농담도 하고  날씨 이야기도 하고.

나랑  이야기하려고   운전석 가장 가까운 자리까지   오는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고마운 사람도  있었다. 

버스 뒷문이  고장 나서  닫히지 않았는데  손님 한 사람이  뒷문 닫히는 것을   매번 밀어주며   

닫히게 하면서   나를  도와주었다.

너무 고마워서   말을 걸어보니  러시안으로  한국계.     영락없는  한국인얼굴.   

블라디보스토크 근처  어딘가  출신이라던데    러시안 발음으로   영어를 했었다.

와이프가 일본 사람이었는데  얼마 전 이혼했단다.  이혼을  했는지  당했는지는  말 안 하지만 …

하튼   재미있는  나의  손님이었다.    


Bus Stop에  서서히 진입하는데   버스를  향해서  정면으로  뛰어오는 사람들 있는데   

대부분  중국인 아니면 한국인 손님이다.   아마도   예전 습관이   몸에  베인 듯.

어떤 중국 할머니는  길 건너에서부터  중앙선을  뛰어넘어  내 버스 앞으로   열심히 달려온 적도 있다.    

할머니에게   절대로  버스를  향해  뛰지 마라고  위험하다고   최대한 천천히   이야기는  했는데

대화가   가능했는지  여부는  각자 상상에 맡긴다. 

성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자리에서  그냥  여유있게  기다리면 된다.  

버스와  여자는  떠나고 나면  다시  새로 온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공짜  버스 카드가  주어진다. 

그 카드를 들고   매일매일  그냥  여행처럼  버스만  타고   시내를  계속  돌아다니는   어르신들도   

나의  버스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도저히   그들을   이해 못했지만    

집안에  혼자 있는 것보다는  바깥구경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고 …   점차  내 생각은   바뀌었다.


산악자전거를   내 버스에 싣고 다니는  손님들을   만나면

나도  산악 자전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에  타오르지만    

자전거부터 유니폼., 신발까지  준비해야할  모든  장비들이.. 

나는  다음번  로또가  맞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ㅜㅜ      


버스가  대학교를  지나갈 때마다   대학생들을 만나면  그들의  젊은 모습이   부럽기도 하지만   

대학시절   전혀  안 해본  공부 좀 해보겠다고   5일 동안 연속으로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우던  

당시 나의  젊음도 생각나고   맞은편에서  커피를  사주면서  나를 지켜보던   그 여학생도 생각난다.  


대학교를 지나   버스가   마지막 종착지에 다다를 무렵   

아무도 없던   빈차에   젊은 커플이  타서  맨 뒤 자리로 가더니   둘이서 소곤소곤하더니  

그리고는   티각 티각 하더니   잠시 조용했다.

얼마 후  남자 혼자가    나  운전석 바로  옆자리에  앉더니

씩씩거리며  잠시 저  여자랑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야겠다고  잔뜩  화가 나서  말한다.

“ 오  친구..    인생은   그렇게 잠시  어려울 때도 있다   “  이라고   웃으면서  말해주었다.  

같은  남자끼리  같이 조용히  웃었다.

살아보니   정말  인생은  그런 것이었다.


이번에는  어떤  아저씨가   라디오를 들고  버스를 탔다.   그리고는   버스 안에서 갑자기 볼륨을  크게  높여서  혼자  레게 음악을 듣는다.   당연히 주변 좌석 손님들이  볼륨을 낮추라고  요청했지만  들은 척도 안 하고  태연하게 웃으면서  주변 손님들과  말싸움만  말장난만  계속한다.   

드디어  듣기 험한  욕.. 도 나오고   점점 버스 안이   소란해지고 있었다.    이 사람  깡패인가? 

이젠  내가 나서야 했다.   나는 이 버스의  책임자이고  나는  왕이며  보안관이다.

버스 안에서  모든 손님들의  안전과  웰빙은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최고의  하이톤  큰 목소리를  준비하고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 음악 볼륨을  낮춰라  아니면   이 버스에서 내려라   아니면  당신이  이 버스를 운전해서 가던지”   

이  세 가지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다. 

“ 음질 좋기로 소문난  BOSS  헤드셋을  사서  혼자서 신나게  듣던지… “    까지 생각은  했었으나 

차마  그 말은  못 했다,.  


다들 놀래서 나를 쳐다보는 순간   버스 안은  잠시 정적이 흐르고    

그리고는   음악 볼륨은  완전히  줄어들었고   버스 안은  다시  조용했다.

그 후  많은 손님들이  하차할 때마다   나에게   잘했다고 ~~  고맙다고   ~~

지금  생각해도    멋있는  장면이었다.


이렇게 새로운 일도 배우며  

여러사람들을  만나고  모두와  함께  이렇게  기분 좋은   하루 시간을   만들 수 있는   

나는  정말   복도 많고  운이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심심해서  버스세워놓고 찍은 사진. 보정 조금 했음 ~~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의 점수는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