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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취방스님 Jan 13. 2022

소개는 너의 몫

당신을 다른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소개해보세요!


엥?~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인가? 그냥 소개하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데 네가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소개를 해보라고? 다른 사람이 나를 소개하는 말에도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숙여야 하는 나한테 소개를 하라니. 더욱 소개받고 소개하는 것이 싫어서 그 흔한 소개팅도 안 나간 나한테


우리는 교육받았고 유교라는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 물론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고 20대 친구들에게는 아주 희미하게 들릴 수도 있는 얘기다. 이 유교라는 환경은 무심히 도 나를 가리고, 나를 낮춘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잘한다고 칭찬이라도 할 낯이면 극구 겸양과 겸손을 보여야 예의에 맞고 반듯한 사람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한국 사회가 급격하게 발전하고, 노동시장은 급격하게 변화되어왔다. 정말 숨 막힐 정도로.


자~ 이제 말은 필요 없다. 우리 회사는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내 입맛에 맛게 한 번 일필휘지의 글로써 나를 설득해봐. 내가 너한테 급여 주는 것이 아깝지 않도록. 뭔가를 써야 한다. 


'자기소개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는 이렇다 '자기의 이름, 경력, 직업 따위를 알리는 내용이 담긴 문서" 말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내가 보지 못한 너는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적어보라는 것이다.


어렵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자랐는지 글로 서술을 해보라 

나는 어디서 나서, 어디서 학교를 나오고, 학교에서 무슨 일을 했으며 이런 일을 했더니 칭찬을 받았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너의 회사에 일 한번 해보려고 글을 써서 너한테 제출하는 거야. 


그러나 불행히도 돌아오는 답은 불합격. 이유는 간다 하다. 네가 하고 싶은 얘기를 적어서 란다. 분명히 내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는데. 그럼 어떻게 써야 되지 고민 끝에 얼마 전 좋은 회사의 취직을 했다는 지인을 찾아가 묻는다. 답은 이렇게 이렇게 쓰란다. 난 그런 경험을 하지도 못해봤고, 지금 하려니까 시간이 너무 걸리는데 어떻게 하죠? 그럼 속성 단기 학원을 가보라고 조언해준다. 아~ 여기를 가면 나는 아무 문제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거구나. 


두 번 생각은 사치다. 한 번 짧게 생각하고 접수

고속도로에 설치된 '하이패스'구간을 지나 듯 아주 짧고 간결하게 돈 주니 끝났다. 하지만 험난한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회사를 들어가려면 이런 스펙, 저런 스펙 어마어마한 것 들을 해야 한다. 영어도 원어민이 모르는 단어로 아주 능수능란하게 구사해야 하고, 미국은 기본.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면서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자~ 이제 준비는 끝

겨우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 

한 번 써보자. 마음을 다 잡고 학원에서 강의 들은 대로 하나하나 꼼꼼히 적어나간다. 미래는 나의 것, 과거는 이제 지나가는 기차와 같은 것이다. 


역시 엄청남 자금을 투자해 이런 것들은 꼭 배워야 하는 것이다.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 쉬운가. 감히 돈도 안 들이고 자기를 소개하려고 하다니.


자기소개서 덕분인지 모든 서류 심사에서 통과했다. 이제 면접만 남았다. 걱정이 된다. 면접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용기 없는 남자가 술의 힘을 빌려 고백을 하듯, 난 학원의 힘을 빌려 면접을 준비한다. 면접 당일 근엄하기 그지없는 면접관들이 '왜 우리 회사를 들어오고 싶냐는 둥', '우리 회사의 비전은 어떻다는 둥' 온갖 잡소리를 늘어놓더니 심드렁하게 한 마디 던진다. '합격' 내일부터 출근하세요


인생은 이런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할 때 기회가 오는 것이다.


미래를 꿈꾼다. 


첫 출근을 하고.......



난 회사를 그만둔다. 회사 입사 후 알았다. '자기소개서'에 있던 이력은 자기소개서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내가 들어가고자 했던 회사에서의 업무는 그냥 사지육신 멀쩡하면 누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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