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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별 Feb 10. 2022

삼프로TV의 대선특집, 왜 사람들은 열광하는가?

삼프로TV 대선특집이 킬링콘텐츠가 된 이유


삼프로TV에서 심상정, 안철수, 윤석열, 이재명 후보(가나다순)의 대선특집 콘텐츠를 만들었다. 앞서 올린 윤후보와 이후보의 영상은 각각 100만 조회수를 넘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다음과 같은 반응들이다. 



 '원했던 콘텐츠다', '삼프로TV가 전통미디어의 역할을 대체했다', '이게 바로 언론의 중요성이다,' 



 대선후보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평가도 쏟아지고 있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해당 콘텐츠에 열광했는가? 콘텐츠를 중점에 두고 삼프로TV의 대선특집 영상을 톺아보고자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들어가기에 앞서 다음의 문제를 풀어주길 바란다. 



 정답은 몇 번인가? 4번이다. 혹여나 틀렸더라도 상심하지 않길 바란다. 많은 언론들이 정답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문제이니 말이다. 삼프로TV 대선특집 콘텐츠의 성공의 이유는 한 마디로 말하면 위의 문제를 적절하게 풀어냈다는 데 있다. 



 물론 틀린 보기들도 사람들의 기본적인 관심사이다. 나아가 그 문제가 중차대할 경우, 후보의 자질을 가리는 데 있어 가장 주요한 사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관심사가 4번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후보는 어떠한 대선공약을 갖고 있는가? 선거를 위해 임시로 그 공약을 내세운 게 아니라 정말의 관심에서 비롯된 것인가? 후보는 현안에 대해서 얼마나 깊이 있는 시각을 갖고 있는가? 자신만의 시각과 구체적인 해답이 있는가? 기성언론들은 이와 같은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삼프로TV는 대답해냈다. 그것이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또한 '적절하게'라는 표현을 썼다. 적절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삼프로TV의 콘텐츠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긴 시간동안  · 후보자를 대담하는 방식으로 ·  편집 없이 



① 긴 시간동안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1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콘텐츠를 찍었다. 말을 한다는 것은 글을 쓰는 것보다 상당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글은 쓰고나서 수정할 수 있다. 자신의 글을 '전체적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퇴고하면서 부족한 점을 고칠 수 있기에, 좋은 검토자를 만난다면 자신의 부족을 가릴 수 있다.


 하지만 말이라는 것은 즉각적인 발화를 특징으로 한다. 검토되거나 수정될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발화자의 역량과 특질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특히나 원고를 외우는 스피치와 같은 형태가 아니라 유연하게 대화하는 대담의 경우엔 그렇다. 


 1시간 30분 동안 누군가의 얘기를 계속해서 듣게 된다면,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 꽤나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된다. 화법과 비언어적인 면에서 그 사람의 인품이 보인다. 논증하는 방식은 그 사람의 논리의 수준을 보여준다. 또한 사안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얘기하는가는 그 사안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보여줄 것이다. 즉, 긴 시간 동안의 대담이라는 방식은 '대선후보의 역량 검증'이라는 소기의 목적에 가장 적합한 방식인 것이다.



② 후보자를 대담하는 방식으로


 나아가 기성언론과 같은 후보자끼리의 토론이 아닌 '대담'의 방식이었단 점에 탁월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으레 토론이라 하는 것은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암시한다. 유시민이 그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지적했듯, 우리나라의 문화는 이분법적 구도가 강한 편이다.


 부먹이냐 찍먹이냐 (탕수육을 부어먹느냐 찍어먹느냐), 민초단이냐 반민초단 (민트초코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이냐? 그저 재미를 위한 밈(meme)으로 보기에만은 어딘가 께름칙한 것은, 단순히 유머로 소비하지 않고 상대를 진정으로 조롱하는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일이 흔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유시민의 지적대로 우리는 좋고 싫음의 문제조차 옳고 그름으로 해석해버리는 것이다. 그런 문화 속에서 토론이란 맞다 틀리다가 가장 극명해지는 과정이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A와 B를 합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A 아니면 B이기 때문에 토론은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를 증명하기 위한 과정이 된다.


 그렇기에 흔하게 보아온 기성언론의 대선후보 토론은 그저 네거티브의 연장선상이었다. 후보자 개개인의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기보다 다른 후보의 약점만을 잡아 공격하는 장이 되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대담의 방식에서는 다르다. 진행자들은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아주거나 시의적절한 질문을 하는 데만 충실하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충분히 자유롭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③ 편집 없이


 그 다음으로는, 편집이 없다는 점이다. 가짜뉴스, 사이버 렉카, 악마의 편집….언론을 향한 비난의 문구들이다. 공통점은 대상을 향해 특정한 의도와 시선을 가진다는 점이다. 똑같은 상황과 언행도 편집자에 따라서 나쁘게, 혹은 착하게 비틀어버릴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왜곡의 의도를 갖지 않는다해도, 일단 편집자가 존재하는 한 원론적인 의미에서 가공은 시작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느냐 혹은 선택하지 않는냐의 과정조차도 가공의 일면인 것이다.


 삼프로TV는 대선후보 대담을 편집없이 그대로 내놓았다. 약간의 호흡이나 지체마저도 끊어내는 유튜브와의 문법과는 다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무가공 덕에, 시청자들은 날 것 그대로의 후보자들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누군가의 시선이나 의도를 배제한 채, '해당 후보자의 온전한 말'을 '내'가 직접 듣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시대가 변하며 정치 또한 진영의 논리를 벗어나 후보자 개인에 대한 역량 검증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대나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겠으나, 더이상 진영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따라서 대담형식은 '후보자 개인'의 생각은 어떠한가? 자질은 어떠한가?라는 시청자의 근본적 질문을 날카롭게 캐치했다고 볼 수 있다. '원래 ㅇㅇ후보자가 이런 줄 알았는데 내 생각과 다르다'는 많은 댓글들이 이를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미디어.


 마지막으로 삼프로TV의 콘텐츠가 성공한 이유에 대해 미디어 층위에서 얘기하며 마무리 지을까 한다. 어떠한 내용을 어떠한 '형식'에 담느냐는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삼프로TV는 유튜브 채널이라는 형식에 콘텐츠를 담았다. 유튜브라는 미디어였기에 가능했던 몇 가지 지점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우선, 유튜브였기에 긴 시간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 후보자들은 각각 1시간 30여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콘텐츠를 찍었다. 후보자 모두를 더하면 6시간에 이르는 긴 분량이다. 기존의 미디어에서 6시간에 이르는 분량을 편성하기에는 여러 절차 상 무리에 가까웠을 것이다. 유튜브였기에 가능한 콘텐츠 형식이지 않았나 싶다. 


 또한 삼프로TV가 경제 전문 유튜브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각 언론은 대개 특정한 정치색과 연결지어진다. 하지만 삼프로TV는 정치와는 거리가 있기에 정치적인 중립성을 띄게 된다. 이에 더해 경제유튜브로서는 확고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립성과 전문성이 시너지를 내어 대담의 신뢰성을 더했다.


 마지막으로는 유튜브였기에 전 세대를 아우르며 확산되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미디어는 계속해서 분화되고 있다. 한 때 SNS의 대세였던 페이스북은 이제 네이버 밴드 정도의 올드한 미디어가 되었고, 이른바 genZ세대는 틱톡이나 릴스 등의 숏폼 콘텐츠로 넘어가고 있다. 각 세대별로 사용하는 미디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는 그 분화의 기점에서도 아직은 전 연령이 고루 사용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즐겨 보는 콘텐츠의 방향은 다르지만, 모두가 유튜브라는 플랫폼 안에 있는 것이다. 해당 콘텐츠의 댓글에서 전 연령에 이르는 시청자들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이 소개해서 엄마가 영상을 보고, 교육자가 아이들에게 해당 영상을 추천하는 식이다.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미디어였기 때문에 영상의 확산이 좀 더 용이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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