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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별 Feb 12. 2022

네이버 상위권 웹툰을 보면 MZ세대의 욕망이 보인다.

만렙뉴비, 게임 퀘스트 설정에 드러나는 MZ세대의 욕망

이 글을 클릭하신 분들은 적어도 웹툰에 아예 문외한인 분들은 아니실 겁니다. 여러분들의 인생 웹툰은 뭐였나요? 저의 경우엔 다음에서 연재했던, 따듯한 시선이 돋보이는 가족코미디 ‘아빠는 변태중’, 일상을 예리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일상툰 ‘어쿠스틱 라이프’ 등을 좋아합니다. 워낙 웹툰 고인물인지라 사실 웹툰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지금의 명성을 만들어준 소위 르네상스 같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마음의 소리, 노블레스, 정글고로 대표되는 시기죠. (최애웹툰에 정글고도 추가해야겠어요.) 작가풀이 넓어지면서 다양하고 개성넘치는 작품이 마구 튀어나왔죠. 그에 비하면 지금은 꽤나 일정한 트렌드가 있는 듯합니다. 작품 수는 훨씬 늘어났는데 소재와 스토리, 작화까지도 일관된 유행이 있다는게 느껴져요.   



2022-02-12 19:37 캡처화면

     


장르적으로는 퓨전판타지, 게임판타지, 회귀물 등이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장르는 달라도 이 모두를 아우르는 공통된 정서가 존재합니다.                


어떤 망해가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다들 중간에 그만두지만, 주인공은 혼자서 그 게임을 끝까지 깹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세상이 가상현실처럼 변했고 모두가 그 게임을 플레이해야 합니다. 다들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게 되는 new user, 즉 뉴비라 혼란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주인공만은 필승전략법을 알고 있겠죠. 이렇게 '만렙뉴비'가 탄생합니다.     

          

네, 바로 이런 ‘만렙뉴비’ 정서가 공통된 현상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접목한 설정도 공통적입니다. 이러한 웹툰에 대해 양산형 작품이라며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비슷한 소재와 설정이 왜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웹툰을 보면서 트렌드 이면에 존재하는 일관된 정서를 보았습니다.


콘텐츠가 대중에게 먹힌다는 것은, 그것이 대중의 현재 욕망과 정서를 제대로 캐치했음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웹툰은 웹툰의 주된 이용자인 MZ세대의 욕망을 반영하고 있을 겁니다. 만렙뉴비 캐릭터, 게임 같은 시스템. 이 두 가지 트렌드에 반영된 웹툰 이용자들의 정서, 즉 MZ세대의 욕망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만렙뉴비, 먼치킨 캐릭터


첫 번째 설정은 만렙뉴비로 이야기되는 먼치킨 캐릭터입니다.     

(**먼치킨 캐릭터는 흔히 정말 강한 캐릭터를 의미합니다. 세계관 최강자인 완성형 캐릭터라는 거죠. 날 때부터 천재, 능력치 최고인 캐릭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적절한 예시인 지는 모르겠으나, 굿윌헌팅에 나오는 주인공도 사실은 먼치킨 캐릭터죠.)

             

우리는 천재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천재의 이야기를 즐기는 것의 핵심은 천재 입장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에 있습니다.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는 문제를 던져주지만 천재는 그걸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쉽게 해치워 버리죠. 이른바 천재를 향한 도전은 계속해서 천재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됩니다. 우리는 그러한 성취 안에서 쾌감을 느끼는 거죠. 이게 흔히 알고 있는 먼치킨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지금의 트렌디한 웹툰은 이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먼치킨 캐릭터는 선천적인 완성형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웹툰에서의 먼치킨은 오히려 후천적인 성장형에 가깝습니다. 만렙뉴비는, 해보지도 않은 게임을 잘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게임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플레이했기 때문에 공략법을 알게 된 거죠. 재능이 아니라 노력으로 완성된 겁니다.     


왜 이러한 독특한 먼치킨 캐릭터가 탄생한 걸까요?

저는 이 밑에는 ‘사후성’에 대한 보장욕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후성이란 개념은 야마구치 슈의 공동저서인 <일을 잘한다는 것>에 나오는 개념입니다. 야마구치 슈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로 유명하죠.


사후성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사용되는 비용이 미래에 어떤 효과로 나타날지 지금은 판별 불가함’. 사후성이 클수록, 현재의 노력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겠죠? 미래의 결과가 보장되지 않으니까요.                    


지금의 세대는 예전에 비해 사후성을 극복하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세대입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들은 줄고 있죠. 예전에는 정말 열심히 공부만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취업은 보장되었습니다. 두 부부가 단칸방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일화는 어떻게 보면 사후성이 보장됐다는 대표적인 예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면 미래가 나아질 것이 보장되니까 선택할 수 있었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학창시절 내내 모든 걸 포기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도 취업은 확실히 보장되지 않습니다. 바늘구멍을 통과해 취업을 해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합니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으로, 유튜브로 대박났다는 소리가 들려와요. 10대 때는 열심히 공부하고, 20대 때는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사회의 암묵적인 룰이었던 것에 이제는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는 거죠. 지금의 나의 노력이 나중에 보상받을 수 있을까? 결과에 대한 확신이 줄어드는 겁니다.                    


이러한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만렙뉴비’가 탄생합니다. 만렙뉴비는 이미 이 삶을 한 번 살아봤고, 게임도 한 번 깨봤습니다. 노력의 끝을 이미 알고 있는 거죠. 지금의 노력이 확실히 보장받을 거란 확신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노력해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유튜브 열풍은 빗나간 비난처럼 지금의 세대가 한탕주의에 익숙함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정직하게 노력해서 빛을 발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세대를 막론하고 존재합니다. 하지만 노력에 대한 결과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으니 혼란스러워하는 거죠. 그러니 만렙뉴비가 되고 싶은 겁니다.          



퀘스트, 레벨 등의 게임 설정


두 번째는 퀘스트와 같은 게임 설정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명확한 업무와 즉각적인 성과에 대한 욕망을 반영합니다.     

     

먼저, 퀘스트 창은 ‘명확한 업무’에 대한 욕망을 보여줍니다. 위에서 노력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원하는 욕망에 대해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사회적 성공의 정의가 ‘공부 잘해서 대기업에 취직’ 이었다면 요즘에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죠.


더군다나 밖에서는 메타버스, NFT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고 집값과 물가가 뛰면서 불안감은 증폭됩니다. 불안감은 계속되는데 기존의 정도는 무너졌어요. 그럼 도대체  해야하는 거야?라는 ‘무엇을 대한 욕망이 커지겠죠.


퀘스트창은 바로  욕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퀘스트 창에서는 무엇을 하라고 확실하게 말해줍니다. 빨리 뛰어가야   같은데 어디로 뛰어갈지 모르겠어서 답답한 마음인데, 명확히 길을 제시해주는 겁니다.          


게다가 레벨제도를 덧입혀 즉각적인 보상이 따라옵니다. 노력을 하면 레벨이 높아집니다. 즉각적이고 가시적이죠. 이 덕분에 동기부여가 높아집니다. 현실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아요.


소수가 아니고서는 그 과정을 체계적으로 꾸려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가 후다닥 일해본 경험 다들 있으시죠? 하지만 게임에서는 단계적 보상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따라만 간다면 누구나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사용자를 고무시키는 거죠.          


이런 체계적이고 가시적인 보상에 대한 욕망이 웹툰에서는 게임설정으로 나타났다면, 현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어플로 나타났습니다. 바로 요즘 유행하는 자기계발 앱입니다. 게임시스템이 익숙한 MZ세대에게 현실에서의 성취를 게임에 접목한 것이죠.


 7시에 일어나기,  이불 개기. 자기계발앱에서는 퀘스트처럼 명확히 해야  업무를 지정해줍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인증하면 레벨이 쌓이는 것처럼 그래프가 채워지죠.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보상시스템입니다.


이를 열심히 따라오면 필연적인 성취감이 따라옵니다. 챌린저스 같은 앱은 마지막에 현실에서 환산 가능한 상금까지 줍니다. MZ세대의  욕망과 익숙한 환경을  읽어낸 앱이라고   있습니다.    



글을 맺으며     


솔직히 고백하자면 웹툰 고인물로서, 사실 요즘의 웹툰 트렌드가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가 어느날은 이게 왜 그렇게 유행인가 싶어 읽어보았죠. 여러 작품들을 계속 읽어가며 받은 느낌은, ‘혼란스럽다, 하지만 잘 살아보고 싶다’ 그런 감정이었습니다.      


공부도 그냥저냥이고, 집도 가난하고 외모도 특출나지 않은 학생. 혹은 좋지 않은 대학을 나와서 말단회사 계약직으로 있는 회사원. 가상현실과 게임 설정 같이 비현실적인 설정들 가운데에서도, 현실적인 캐릭터 설정 또한 눈길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상위권 웹툰들은 작품성 논란을 떠나서 지금의 욕망을 충실히 담고 있는 듯 합니다. 내 노력이 확실히 보상받는다는 보장이 있으면 좋겠고,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집중할 무언가를 찾고 싶은 마음. 지금 세대의 욕망은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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