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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다정 Feb 28. 2022

'UX 라이터로 일하는 거 어때?'

 회사 최초 UX 라이터로 일하며 깨달은 것들

'UX Writer'라는 새로운 명함을 달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훌쩍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것들을 흡수하고, 또 만들어냈다.


주변 친구들을 만나면 'UX 라이터로 일하는 거 어때?'라고 질문이 들어왔다. 항상 할 말이 넘쳤는데 그냥 수다로 흘러 보내기엔 아까워 글로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1분기를 크게 세 가지 인사이트로 정리해본다.



UX 라이팅이 뭔지부터 알려야 한다


입사하고 2주 정도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다녔다. 팀원들이 유엑스 라이터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궁금했다. 디자이너 분들부터 유엑스 라이터 TO를 만들었던 장본인인 CPO 분까지, 점심을 먹으며, 미팅을 하며 직간접적으로 유엑스 라이터에게 바라는 점을 들었다. 그리고 이 시간을 통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었다.


유엑스 라이터는 회사에 새로 생긴 직무였다. 그래서 사실 입사하면서부터 이 직무의 존재감을 크게 만들고 깊은 포부가 있었다. 팀원들이 라이터가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끔(!)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일단은 유엑스 라이터가 어떻게 일하는 사람들인지 알리는 게 첫 단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떻게 업무 가시화를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우선 목적에 따라 슬랙에 유엑스 라이팅 채널을 세분화해서 만들었다. 팀원들과 소통하는 라이팅 업무 요청 채널, 레퍼런스 채널, 업무 일반 채널까지 세 채널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팀 전체 채널에 각 채널의 목적과 사용법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라이팅 레퍼런스 채널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 레퍼런스 채널로써 영감을 주고받는 공간이 되기. 두 번째는 채널에 라이터들이 던지는 레퍼런스와 우리가 하는 라이팅에 대한 대화를 노출해서 채널을 눈팅하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아 라이터들은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 알 수 있길 바랐다.


모든 걸 새로 만들어가는 직무인 터라 실무만큼 이런 인프라를 갖추는 일들이 중요했다. 감사하게도 같이 입사한 UX 라이터 분과 서로 공감하는 방향성이 많아서 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일의 8할은 학습이다


여태까지 느낀 이 일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어마어마한 학습량이다.


과거 디자이너로서 UI 텍스트를 작성했을 때는 사실 기획부터 내가 직접 작업한 화면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제품 맥락에 대한 학습 과정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터는 화면을 직접 설계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유저 플로우와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쌓는 것부터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선 일단 누구보다 그 내용을 잘 알아야한다. 따라서 유엑스 라이터는 단시간에 사용자 수준에서 기획자, 디자이너, 필요에 따라 개발자 수준까지 제품 이해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쉽게 말해 머리 뜯으며 제품을 학습하는 시간이 8할이고 그 과정을 거친 후에야 쓰는데 2할을 들인다. 가만히 펜 굴리다가(펜은 쓰지도 않지만) 위트 있는 카피를 뿅 하고 만들어내는 일은 없다.



제품 초기부터 참여하기


그만큼 콘텐츠에 대한 학습이 일에서 굉장히 공수가 들어가는 부분이라 이 점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 그러다 에어비앤비 디자인팀의 <Words Shape Design> 아티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유엑스 라이터가 프로젝트 초반부터 참여하는 것은 라이터가 자신이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디자인 탐구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번역)


제품을 설계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학습에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하는 거라면, 바꿔 생각해 유엑스 라이터가 제품 마무리 단이 아닌 좀 더 앞부분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어떨까?


팀에도 에어비앤비 아티클을 공유했다.


아티클에선 유엑스 라이터가 프로젝트 초반부터 참여하면 화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의견을 내서 UX/UI에 설계에도 참여하게 된다고 말한다.


물론 스타트업 현실 세계에선 이러저러한 상황 때문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전 글 <UX 라이터는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다.>에서도 말했듯 유엑스 라이팅 업의 본질이 'UX'기 때문에 점차 에어비앤비의 방향성에 다가가면 좋을 것 같다. 우리 팀에서도 점차 라이터가 제품에 대해 함께 얘기할 기회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UI 텍스트는 혼자 쓸 수 없다


일하며 깨달은 또 다른 유엑스 라이팅의 특징은 혼자 쓰는 글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최초에 화면을 만든 사람이 내가 아니기 때문에 작업자와 얘기해서 어떤 생각으로 설계를 한 건지 우선 의도를 정확히 전달받아야 한다.


PO, 디자이너분들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며 과장 보태 어떨 땐 뇌가 거의 동기화되어야 한다. 또, 라이팅을 마친 후에도 의도와 맞게 문장이 나왔는지 팀원들의 점검이 다시 한번 필요하다.


사실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같이 하지 않는 일이 뭐가 있겠냐만, 라이팅은 특히 공동 작업이 기본이다.


플로우의 주요 메시지(Key Message)를 뽑고, 군더더기들은 제거하는 건 나지만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재료와 도구를 만들어 주는 건 팀원들이다. 그래서 유엑스 라이팅은 혼자 쓰는 글이 아닌 함께 짓는(Build) 글이다. 





일을 할수록 매일이 아주 고난도 커뮤니케이션의 정점에 서있다고 느낀다. 매끈한 문장이 필요한 이슈일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하지만 이런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카피라는 결과물만큼 이 일의 굉장한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일한 지 두 달째, 앞으로 또 일에서 어떤 매력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그만큼 새로운 어려운 점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지난한 핑퐁 속에서 허우적대다 라이팅의 힌트를 얻을 때의 쾌감을 안다. 그리고 내일도 그런 경험이 있기를, 또 좋은 문장을 지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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