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에는 옛날에 옥을 채굴하던 장소인 활옥 동굴이 있다. 지금은 관광지로 개발해 와이너리, 카약 체험 같은 활동을 해볼 수 있다.
별 기대 없이, 하나도 무섭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동굴 카약 타기 체험을 하러 갔다.
2인이 마주 앉아 그중 한 명이 노를 저어 10분 정도 카약을 타고 동굴 속 강(?)을 건너는 코스인데, 시시할 거라 무시했던 기백은 어디 가고 남자친구한테 노를 젓는 중책을 떠넘겼다.
(순전히 무서워서) (다 타고나서 안 사실인데 물속에 철갑상어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남자친구가 만드는 동력에 의지해, 잘 만들어 놓은 동굴이나 편안히 감상하려던 프리라이더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카약에 올라앉자마자 사라졌다.
내 생각보다 물살은 셌고, 카약은 가벼워서 쉽게 흔들거렸다. 게다가 물속을 잘 보라고 투명하게 만들어져서 더 무서웠다.
양손으로 카약을 꼭 잡고 주변을 보면 어린애들도 잘 타는 것 같은데, 아무리 내가 평소에도 물을 무서워했다고 하지만 이제 와서 내리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몇 번의 덜컹거림과 함께 한 고뇌 끝에,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내가 노를 저어 보겠다고 했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물이 흔들리는 것이 하나하나 느껴져서 더 무서웠기 때문에, 노 젓기라도 집중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내 키만 한 노를 내 쪽으로 가져오는 것도 힘들었지만- 몇 번 저어보며 카약 운전(?)의 감을 익히자마자 순간 물살과 내 마음이 동시에 안정됐다. 코스 중반을 넘어가자 방향 전환이나 후진 같은 고난도 동작도 생각보다 수월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내가 알고, 내 힘으로 그 각 가고 있을 때의 안정감이었다.
노를 내가 젓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은 무서워하지 않는지, 중도포기하는 사람은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 내가 정하고 노를 저어 그 방향으로 향할 때 주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내 배가 더 중요하니까, 다른 배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셀프 노젓기의 시간을 끝내고- 인생 역시 셀프로 저어야 물살이 두렵지 않고 살 맛 나는 거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종종 소위 ’인생 날로 먹고 싶다‘는 생각에 공감해 왔던 내가, 가끔은 알량한 행운를 바라기도 한 내가 우직하게 내 힘으로 노 젓는 맛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현실은 동굴 속 강보다도 세게 나를 흔들고, 주변인들이 어떤 속도로 어디를 향하는지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다. 직접 노를 저어 보기도 전에 포기하기 딱 좋은 세상이다. 나는 이런 세상에서 종종 삶에 겁먹었고,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배에서 내리거나 다른 사람한테 노를 맡기기보단 내 두 손으로 노를 저어보긴 해야겠다.
다른 사람이 모는 배가 어디로 향할지 전전긍긍 무서워할 바엔, 내가 운전해 가보고 원하던 곳이 아니면 돌아오는 게 낫겠지.
갈 때도 돌아올 때도 인생은 셀프고 선장은 한 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