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걸릴 줄 알았지만, 걸리면 왜 걸렸는지 알 수가 없다.
코로나 확진을 받고 일주일이 지났다.
늦은 군 복무로 남들이 백신을 맞을지 말지 고민할 시기에 얀센 백신을 맞아 한큐에 백신접종자가 되었다고 좋아한 지도 1년이 지났고, 얀센백신 접종자에게 가장 조합이 좋다는 모더나를 맞은 다음, 부작용이 없다는 노바벡스까지 맞았는데도 걸리고 말았다.
내 동생은 코로나가 한참 시작한 2020년도에 걸렸고, 격리되어 약 한 달가량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동생은 얼굴도 검게 변하고 화장실을 가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내 동생은 군 복무에 이어 코로나 확진까지 먼저 하고 형인 나에게 그 경험을 알려주는 참으로 대견하고 미안한 경험이 많다.
처음은 그냥 감기몸살처럼 느껴졌는데, 그다음 날에는 목이 따끔따끔하였다. 코로나일까 걱정도 하고, 독감도 유행이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다행히 회사는 연가 중이어서 크게 문제는 없었다.
다음날이 되니 작은 열감도 없고 몸살 증상도 사라졌다. 그러나 침을 삼키는 게 너무 싫고 괴로울 정도로 목이 따가웠고, 나는 주말에 먹은 맵고 뜨거운 우동때문에 후두에 화상을 입은 게 아닐까 하고 하루를 또 보냈다.
금요일 건강검진을 받기 전에, 다시 한번 코로나 키트를 해보니, 그제야 두줄이 나왔다. 나는 건강검진을 취소하고 바로 병원을 갔는데, 병원에서도 "열도 안 나고 증상도 거의 없는데 두줄이라니 이상하네요.."라며 감기약을 주었고, 원래 항바이러스제로 만들었다는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와 동일 성분인 코로나 치료제는 받지 못했다. 인후통약은 많이 있었는데, 코로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갑갑했다.
연가 중에 코로나 확진을 받아 회사에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아파 쓰러져 앓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회사에는 시급히 해야 할 일도 있어서, 결국 재택근무의 형식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였고, 큰 사고나 지장 없이 업무에 복귀하였다. 법원에도 "전담 소송수행자가 코로나 확진이 되어 부득이 출석할 수 없어 기일변경 신청하오니 변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하였고, 법원도 큰 잔소리 없이 기일을 변경하여 주기도 하였다.
라고 생각했을 터인데...
4차 백신의 힘으로 아픈 곳이 하나도 없었다고 자만하고 있던 와중, 컨디션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경험하였다. 코로나 병가 중 약을 잘 챙겨 먹자는 마음에 삼시 세 끼를 일부러 다 챙겨 먹었고, 원래도 하루 두 끼 정도 먹던 내가 집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세끼를 먹으니 금방 살이 올라왔었다. 주말에 오랜만에 러닝을 할까 하고 30분 달리기를 하였는데, 20분가량 지나자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도 몸이 이상했다. 다음날 출근하고 나서 마치 백신을 맞고 나서 부작용이 있었던 날처럼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였다. 집중도 되지 않고 식은땀도 났다.
아마 백신을 전혀 맞지 않았다면 나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통 속의 코로나 치료를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출근하여서도 크게 기침을 하지도 않고 있지만, 컨디션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것은 수시로 경험하고 있다.
아래는 내가 코로나 치료 중에 한 행동으로, 여러 가지 중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리해보았다.
1. 모든 물에 꿀을 타서 마셨다. 인후통에도 좋고, 입맛이 없어도 기운이 나게 한다. 또한 꿀에는 항염 기능이 있어 목의 통증도 완화시켜주지 않았을까?
2. 꿀에 이어 프로폴리스를 복용하였다. 프로폴리스는 항염에 효과적으로,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로 자주 입안을 적시고, 프로폴리스 영양제를 먹었다.
3. 밥을 챙겨 먹었다. 나 또한 입맛이 많이 없어졌었는데, 솔직히 하루 종일 안 먹어도 괜찮을 정도였다. 인후통이 심할 때는 무언가를 삼키는 것이 불편하고 불쾌해서 먹고 싶지도 않았다.
4. 아이스크림을 조금 먹었다. 사실 감기 기운이라고 생각해서 많이 먹지는 않고, 목이 너무 따갑고 입맛이 없을 때 먹었는데, 감기가 아니라 코로나였다면 더 먹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먹어서 목이 시원해지고 아픔이 사라지는 몇 없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맘먹고 먹었으면 나는 엄청 살이 쪘을 것으로 예상된다.
5. 가글을 자주 하였다. 나는 코가 자주 막히고 침이나 맑은 가래가 심하게 올라오는 것을 느꼈는데, 기침을 하면 입 안에 맑은 가래가 가득 찼다. 가래는 원래 뱉는 것이 좋은데, 종종 침을 의식적으로 삼키면 목이 따끔거렸다. 가글을 자주 하면서 입안을 소독하고 양치도 자주 할 수밖에 없었다.
6. 코세정을 하루에 한 번씩 하였다. 평소에도 코가 막히면 자기 전에 불편해서 코세정을 하는데, 코로나 이후에 코세정을 하면 핏덩어리가 나왔다. 염증을 씻는데 효과적이고, 후각이 돌아와서 입맛도 돌아왔다.
7. 술을 마시지 않았다. 술 담배는 염증에 쥐약이고, 담배는 아마 인후통을 굉장히 악화시켰을 것이다.
위에 행동들이 코로나에 전부 도움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열이 나지 않고 인후통만 있어 위의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은 좋아졌다.
코로나 격리 해제 이후 컨디션은 아래와 같다.
1. 평소와 동일한 컨디션. 코로나에 걸린 줄도 모르게 아무렇지도 않다.
2. 그러다가 갑자기, 몸살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하고 복잡한 컨디션. 소화가 안되거나, 메슥거리거나, 어지럽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식은땀이 난다. 집중도 잘 되지 않는데, 실제로 나는 ATM 앞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이 기억나지 않아서 카드를 들고 한참 고민하기도 하였다. 물론 인출은 잘했다.
3. 갑자기 가래나 콧물이 차오른다. 위 2. 의 증상이 일어나기 전조증상 같기도 한데, 나는 원래도 꽃가루나 먼지 알레르기가 있어 저런 증상이 있다. 더 심해진 건지, 아니면 외출을 안 하다가 다시 해서 그런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긴 하다.
4. 약간 미묘하게 달라진 입맛. 분명 맛은 나는데, 아무 맛도 안 나고 그런 게 아니지만, 평소에 먹던 음식의 맛이 조금은 다르다. 특정한 스펙트럼의 맛을 느끼는 감각이 마비된 느낌. 뭔가 음식이 싱겁다. 매운 음식을 먹거나 짠 음식을 먹으면 또 맵고 짠맛은 잘 난다. 지금 느낌으로는 약간의 감칠맛 같은 느낌이 잘 나지 않는 것 같기는 한데, 아주 불편하거나 이상하다는 정도는 아니다.
해제가 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모든 증상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위와 같은 현상이 있다. 처음 증상이 있던 주는 야근도 많이 하고, 출장도 있었지만 사람이 많은 곳을 가지는 않았다. 음식 또한 배달 또는 집밥을 먹었는데, 도저히 어디서 언제 어떻게 걸렸는지 자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천만다행인 것은, 집에 있는 고양이가 처음 내가 기침을 하자 나를 굉장히 경계하며 같은 침대에서 자다가도 더 이상 같이 자지 않고, 가까이 오지도 않았고, 나 또한 고양이를 만지지 않고 뽀뽀도 하지 않았으며 부득이 만져야 할 상황에는 손을 씻고 만졌다. 처음엔 좀 기운이 없어 보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건강하게 잘 있다. 반려동물에게 옮기지 않고 건강하게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고, 내가 덜 아프고 고양이도 건강했던 것은 내가 부작용을 무릅쓰고 백신을 차곡차곡 맞아두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백신의 부작용은 나 또한 쉽지 않았고 어지럼증과 메슥거림을 경험했으나, 지금 정도로 해결된 것은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