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란 무엇인가?

나는 이 게임을 한번 해봤어요!

by ANDTAX

오징어게임 시즌3도 완결이 나면서 세상을 다시 한번 놀라게 하고 실망시켰습니다. 저는 이번 추석연휴에 아내와 '아리스 인 보더랜드'를 완주하였습니다. 엔딩과 마지막 시즌을 굳이 비교하자면 아리스가 오겜보다 아주 조금 더 나은 듯합니다.

배만 타서 배타메일이라고 불리는 중


이정재 역의 아리스(앨리스)


두 드라마는 전부 생명을 건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돈과 같은 보상이 결과물인 오겜, 그리고 생명 그 자체일 수도 있는 아리스가 그 차이입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 게임을 보는 사람, 그리고 그 게임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은 게임이라는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3요소입니다. 게임은 우리가 생존이 삶의 주된 문제일 때에도 존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 그 자체를 즐기기도 하지만 게임에 따른 보상도 중요한 요소 같기도 합니다. 게임은 스포츠이기도 하면서 오락이기도 합니다.



프로게이머 임요환이 2003년 KBS의 아침 토크쇼 아침마당에 출연했을 때, 방송 진행자들은 임요환에게 여러 자극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당시 사회 전반에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사이버머니가 1억쯤 되느냐?, PK(Player Kill)를 하면 현실에서도 상대를 해치고 싶은 충동이 드느냐?, 게임 중독의 부작용이 무엇이냐?, 게임이 조직폭력배나 불법 환전과 연결돼 있다는 말이 있다 등의 무례한 질문도 받았습니다. 리니지 중독관련해서 리니지에 대한 평가 없이 "제가 한 번 해보고 말씀드릴게요”라고 대답하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고, 자기 포지션을 재확인하고 게임인이자 프로선수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임요환은 훗날 자서전과 인터뷰에서, 그 방송 출연이 ‘프로게이머 직업을 알리고 게임과 중독에 대한 균형 잡힌 시선을 제시하기 위한 기회였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질문이 왜곡된 시선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게임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긴 이유는 대부분 매체와 정부기관의 탓도 큰 편이지만, 법적으로는 관리대상 산업이 된 이유는 '바다이야기'때문입니다.


저도 해본 적은 없지만, 슬롯머신 형태의 게임이라고 하며 게임으로 딴 칩을 현금으로 교환하게끔 하였습니다.


저 또한 비슷한 사건을 해본 적이 있는데, 삼국지라는 오락실 게임처럼 생겼으나, 캐릭터를 조종해서 어느 집에 들어가면 갑자기 슬롯머신이 나오는 게임입니다. 이후는 바다이야기와 같습니다.

해당 사건은 재미난 점이 많았는데, 하나는 너무 노인인 사람은 그 캐릭터를 조절해서 슬롯머신까지 가지 못해서 아르바이트생이 대신 조절해 줬다거나, 압수한 컴퓨터 본체가 고장 났다거나, 피시방 사장도 게임이 있었을 뿐 자기도 도박이 되는 게임인 줄 몰랐다거나(해킹버전 게임이라고 주장하였음) 등입니다. 실제로 제 사건은 형사에서 무죄가 나오긴 했습니다.


저 캐릭터는 제갈공명이고 오른쪽으로 가면서 적을 무찌르는 게임이다


종종 허가받은 게임을 해킹해서 저렇게도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모든 상용 게임은 "게임물등급관리위원회(게등위)"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이는 미성년자 보호와 사행성 방지를 위한 장치입니다.


실제로 게등위에는 변호사도 재직하기도 하고, 실제로 다양한 게임이 선정성이나 사행성 등으로 거부되기도 하며 결국 공공기관성 성질이 있다 보니 보수적으로 검토가 이루어진다고도 합니다. 게등위는 부산에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참가합니다. 실제로 수차례 참가하기도 하고, 게임의 잔혹함을 알고 있음에도 스스로 서명하고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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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는, 사실 게임 그 자체로는 살인이나 살인방조, 감금죄(그리고 소득세법) 기타 다양한 문제가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피해자의 승낙’(형법 제24조)의 문제가 됩니다. 즉, 일정한 침해는 본인의 동의가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위법성 조각사유라는 말은 쉽게 말하면 위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조각이라는 말은 모형이나 잘게 부순다는 말은 아니고, 그냥 한자어로 방해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게 다 일본과 독일법을 가져오느라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국가법령정보시스템 사이트는 언제 복구되려나

그래서 격투스포츠나 생동성실험 참여 등이 여기에 속하게 됩니다. 하지만 판례에 따르면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아무리 동의가 있다고 해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동의보다 헌법상의 인권인 인간의 생명이 더 소중하므로, 국가차원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해외 판례로 유명한 사건이, '나를 죽여서 먹어달라'는 피해자의 승낙도 위법성조각사유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른 측면은 궁박입니다. 궁박은 쉽게 말해서 곤궁하고 절박하다는 말로 '많이 쫄려 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한국 민법은 궁박 상태에서 한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들이 계약서를 썼다고 해도, 그들이 죽음에 ‘진정으로’ 동의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궁박은 본인, 경솔 무경험은 대리인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조금스럽지만, 게임의 참가가 아주 자발적이지는 않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게임을 해야 하는 세상에 오게 되고, 게임에서 탈락하면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내가 나의 삶을 선택하지 못하고 게임의 실력이나 운, 그리고 게임을 만든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것 또한 오징어게임과 유사하긴 합니다.


결국 두 작품 모두 “법이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게임이라는 수단을 통해 보여주게 됩니다.




게임이 통제되지 않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가 있겠으나, 이는 위 드라마처럼 '게임'을 통해서 인간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게임이 내제 한 문제점이 사람을 타락하게 하는지, 사람의 타락을 게임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두 가지 요소를 엮어서 관련성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나는 게임의 현실 모방 범죄로 게임 속 폭력적인 행위를 현실에서 모방하는 모방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특히, 청소년이 게임 중독에 빠져 폭력 행위를 모방하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개인의 심리적 요인으로, 게임 중독에 빠진 사람이 사회적 고립, 좌절감, 분노 등 심리적 문제를 겪다가 이를 범죄로 표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검찰은 2023년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의 경우, 현실과 괴리된 게임 중독 상태에서 비롯된 불만과 좌절감으로 인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분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범죄 동기의 문제로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 머니를 구하기 위해 절도나 강도 등의 재산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있습니다. 2007년 경기도 분당에서는 게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실제 사례로는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으로 피의자는 사건 당시 8개월간 1인칭 슈팅 게임에 몰두하며 현실과 괴리된 상태에 있었고, 검찰은 그가 마치 게임을 하듯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분석했습니다.


게임 관련 가족 살해 사건도 다수 있었습니다. 게임 중독 문제를 지적하는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들도 발생한 바 있습니다. 게임을 하지 못하게 말리는 어머니를 살해하거나, 게임 관련 문제로 아버지를 살해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친동생 도끼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https://namu.wiki/w/%EC%B9%9C%EB%8F%99%EC%83%9D%20%EB%8F%84%EB%81%BC%20%EC%82%B4%EC%9D%B8%EC%82%AC%EA%B1%B4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 분류하였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과몰입 등의 예방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합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로 논쟁이 있으며, 과거 '셧다운제'와 함께 게임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시도가 있었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게임 산업의 성장에 따라 관련 법규나 용어에 대한 논의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다급한 한국 청소년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5789.html


범죄자가 게임중독은 아니더라도 게임을 열심히 했을 수는 있습니다. 남성 강력범죄가 여성보다 훨씬 높고, 남성이 게임을 확률도 높기 때문입니다. 게임이 살인을 유발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임을 한 사람들이 살인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음란물 시청자가 성범죄자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스포츠게임을 잘한다고 운동을 잘하게 되지도 않고, 경영 게임을 한다고 해서 부자가 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ㅜㅜ)


이러한 오류를 동시 발생의 오류 (Cum hoc ergo propter hoc)나 공통 원인 무시의 오류 (Ignoring a Common Cause)로 볼 수 있습니다.


아리스인 보더랜드의 주인공은 게임중독인데, 게임 중에 사람들이 총으로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멘붕이 오게 된다


게임중독이 사회적 문제일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인격과 사회인격이 전혀 다른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놀랍게도 이러한 사안을 실험하기도 하였습니다

https://namu.wiki/w/%EB%89%B4%EC%8A%A4%EB%8D%B0%EC%8A%A4%ED%81%AC%20%EA%B2%8C%EC%9E%84%20%ED%8F%AD%EB%A0%A5%EC%84%B1%20%EC%8B%A4%ED%97%98%20%EC%82%AC%EA%B1%B4


적어도 저에게는 게임의 본질은 결국 ‘현실을 잠시 벗어나기 위한 장치’입니다. 현실은 법에 따라 모든 행위가 현실적 책임을 동반하지만, 게임 속에서는 가상의 규칙이 현실을 대신합니다. 어쩌면 게임의 이러한 점이 해방감을 주지만, 동시에 현실의 윤리와 법적 감각을 마비시킬 수도 있습니다.


아내와 나는 요즘 새로 나온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PS5 Pro)"를 사고 싶어 밤마다 가격을 검색합니다. 하지만 요즘 게임 가격은 너무 비싸서, 저는 아내 몰래 PS PLUS를 구독해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게임 한 개에 10만 원, 콘솔은 10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이러한 점은 오겜이나 보더랜드만큼 가혹한 현실의 ‘가계 게임’이기도 합니다.

https://news.nate.com/view/20251011n04947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우리는 잠시 현실의 무게에서 벗어나고, 공동의 규칙 안에서 자유를 경험합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게임이 점점 현실을 닮아갈수록, “게임이 우리의 삶을 어디까지 바꿔놓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게임이 인간을 구원할 수도, 망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게임이 아니라 그 게임을 하는 ‘우리 자신’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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