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통증이 마음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이유

소아 류마티스 뒤에 숨겨진 아이의 마음

by 줄무늬 바퀴

아이가 보내는 신호가 너무 복잡하게 뒤엉켜 있을 때가 있다.
몸의 문제인지, 마음의 문제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을 때,
부모는 마치 짙은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방향을 잃게 된다.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였다.
그 무렵부터 아이는 아침마다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장통 정도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때부터 여러 과를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소아 류마티스 진료를 보면서
아이의 상태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다른 과의 진료도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
소아정신과에서는
집중의 어려움과 불안 증상을 함께 보면서
ADHD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한편, 류머티즘을 담당하던 의사는
근육 쪽 문제의 가능성도 의심되어
신경과 진료를 의뢰했다.
신경과 진료를 통해
근육 질환의 가능성보다는
긴장과 불안과 관련된 부분을 함께 살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후로는
소아 류머티즘 치료와 함께
소아정신과에서 불안에 대한 치료를 병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진단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쪽이 맞는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부모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여러 과를 오가며 진료를 받는 동안
한 가지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되었다.
몸의 문제와 마음의 문제는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때까지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몸이 아픈 건 몸 때문이고,
마음이 힘든 건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의 상태를 지켜볼수록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이 계속 나타났다.
통증이 심해질수록
아이는 예민해졌고,
불안이 커질수록
몸의 통증도 더 크게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
약을 조금씩 조절하면서
아이의 상태가 잠시 좋아지는 시기도 있었다.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는 것 같았고
이제 괜찮아지는 걸까 하는 기대도 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아이는 다시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몸은 점점 말라갔다.
결국 다시 입원을 하게 되었고
소아청소년과와 소아정신과 협진으로
정밀 검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불안 증상과 ADHD 진단을 함께 듣게 되었고
그제야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차분해 보였던 아이의 모습이
괜찮아서가 아니라
버티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서는 통증이 계속되고 있었고
마음에서는 불안이 쌓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긴장이
아이의 에너지를 조금씩 소진시키고 있었고
결국 완전히 지쳐버린 상태가 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어느 날
아이의 손 위에 놓여 있던 여러 개의 약을 보면서
그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그제야 실감이 났다.
그 이후로
몸과 마음에 대해 더 찾아보기 시작했다.
자료를 읽고,
다른 사례를 찾아보고,
다시 생각하면서
조금씩 알게 된 것이 있다.
몸의 문제와 마음의 문제는
완전히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소아 류머티즘 관절염과 같은 만성 통증은
아이의 불안을 더 크게 만들 수 있고,
불안과 긴장은
몸의 통증을 더 예민하게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증상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이것이 몸의 문제인지
마음의 문제인지
굳이 나누려고 하지 않게 되었다.
통증도
내 아이의 일부이고
불안도
내 아이의 일부였다.
아이의 행동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그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몸과 마음을
함께 보려고 한다.
그리고
한 가지는 분명하게 느낀다.
아이들은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
보이지 않는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지금도
아이의 마음만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에도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도
함께 걸어갈 수는 있다고 믿는다.
이 글이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는 부모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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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한 아이의 부모로서 겪은 지극히 개인적인 투병 기록입니다.

의학적 정보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용으로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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