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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Dec 30. 2020

오늘도 나는 일기를 쓴다

 이제 진짜 연말이다. 하루만 더 지나면 2020년의 마지막 날이다.


수많은 일과 수많은 감정들이 흘러갔던 2020년을 초연하게 보내줘야겠다.

현재를 열심히 살기 위해 과거를 그리워하는 일은 이제 조금씩 접기로 했다. 뉴질랜드의 좋은 기억들도, 후회스러웠던 기억들도 모두 접어서 2020년 마지막날에 날리려고 한다.

새롭게 맞이할 2021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저 현재를 묵묵히 견뎌내고 살아가다 보면, 그 결과물들이 쌓이고 쌓여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줄 뿐이다.

그 그림에 맞춰 내가 가진 물감들로 색을 채워나가면 나름 봐줄만한 작품이 완성되지 않을까



요즘들어 마음이 혼란스러울 땐 법정스님의 영상을 보곤한다. 딱히 불교인 것도 아니지만, 그저 초연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마음을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어서랄까.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고민상담을 하는 일이 부쩍 줄었다. 입밖으로 나의 고민을 말하는 순간 그 고민거리들이 실체가 되어 나타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체가 없는 이 고민이 내 속에서 그저 조용히 소화가 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어떤 이들은 답답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답답하다. 너무 답답해서 가끔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맘껏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점점 세월의 흔적이 짙어질수록, 내 속에서 소화 할 수 있는 고민거리는 스스로 소화해내기로 결심했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소화력을 키우는 연습을 했다. 원래 생각이 많은 타입이라 걱정도 많은데, 이상하게 요즘은 걱정이 줄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몰두하는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적다보니, 막상 그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지곤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위로의 힘이 있는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 스스로에게 위로의 힘이 필요할 때 묵묵히 글을 써야겠다. 오늘도 나는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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