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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Dec 28. 2020

게으른 완벽주의자

매일 무언가를 한다는 것

매일 무언가를 한다는 것

나는 자칭 완벽주의자다. 조금 다른의미의 게으른 완벽주의자.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완벽하지 않으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게으름이다.
내가 이 게으름을 가지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모든 일을 프로페셔널 하게 처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한 번 일을 시작하면 남들한테 인정받기 위해 무던히도 애써왔다.


 하지만 서른이 된 지금, 그 완벽을 위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자다가도 이불을 뻥뻥 차며, 아 그때 그냥 아무생각없이 한 번 해볼걸.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후회한들 무엇하랴.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언제부턴가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일단 하면 뭐든지 잘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살았던 29년이 산산히 부서 지는 느낌이다.

요즘 들어 불쑥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꾸준히’라는 키워드가 눈에 밟힌다. 나에게 또 다른 개념의 도전을 암시하는 뜻은 아닐까 싶다.
나에게 있어서 ‘꾸준히’라는 단어는 매우 낯설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 낯선 이라는 단어가 더욱 친근하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여태껏 내가 가졌던 편협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은 돌도 꾸준히 쌓다보면 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때는 왜 미쳐 몰랐을까

무엇이든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이 제일 멋있어보였던 시절이 있었다. 이왕 태어난 거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열정을 가지고 살아야 진정으로 삶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시절 꿈이 없는 사람들은 재미없게 산다고, 자기만의 특별한 꿈을 위해서 살아야만 인생의 의미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 자리에 앉아서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던 사람들은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았다.
매일 매일 아무것도 아닌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취미가 되고, 일이 되며, 나의 적성이 된다.

나의 적성을 찾는 일은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하루에 하나씩 꾸준히 무언가를 하면 된다. 그 누가 뭐래도 이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서.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그저 하루에 한 문장씩 만 외워도 된다. 그저 취미로 흥미를 느껴보자.
흥미가 키운 ‘꾸준함’이라는 존재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믿는다.

요즘은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름길은 없다. 그저 매일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매일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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