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Nov 25. 2020

앞으로 뭐 먹고 살지

<평범한 서른입니다> 프롤로그


앞으로 뭐 먹고 살지


아마 사회초년생 시절 부터 가장 많이 생각했던 질문이었던 것 같다.

의식주가 필수인 이 세상에서 뭐 먹고 살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은 생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입의 만족을 채워주는 ‘식’으로서의 행위가 아니라 미래의 고민들 가득 담은 문장씩이나 되니 말이다.


내년이면 서른을 맞이 하게 되면서, 생각쟁이는 더욱더 생각의 깊이가 깊어졌다. 원래 생각은 많이 하면 할수록 안 좋다고 그러던데 새삼 안좋은 것만 늘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봐라 또 생각을 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돌아온지 어언 1년이 다 되어 간다. 그 동안 과연 나는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고 살아왔을까

생각쟁이가 또 생각을 시작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피할 수 없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는 말이다. 차선을 선택할 뿐이다. 이번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한국으로 돌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후회가 커지길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 솟아나는 안도감이랄까.


나는 한국이 좋다. 떠나보니 알겠다. 이걸 애증이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튼 지금은 그렇다.


어린왕자는 자기의 작은 행성을 떠나 다른 행성을 여행하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장미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소중한 것은 옆에 있을 때 보다 물리적 거리감이 커졌을 때 그 감정이 더욱 살아난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상관없다. 그리움의 경계는 생물과 무생물이 아니다.

그 사람의 마음의 형태다.


돌아와서 쉬지 않고 많은 것을 했다. 취업을 위해서 개발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며 한국에 열심히 적응했다. 고작 1년을 나갔다 왔지만 나름대로 적응기간이라는 것을 거치고 나니 뉴질랜드의 기억들이 조금씩 한국으로 채워졌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웹 개발을 배우면서 6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너무나 당연한 수순으로 열심히 이력서도 넣고 면접도 보러 다녔다.

이상하게 연락이 와도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답답했다. 아 정해놓은 길로 가면 편한 것을, 왜 나는 항상 비포장 도로를 달리려 하는건지.

사서 고생하는 것도 이정도면 병이다.


인생에 오답과 정답은 과연 존재하는 걸까. 나는 오답을 적으면서 정답이라고 떼쓰는 어린아이가 아닐까.

이 생각쟁이는 정답을 두고 또 다른 생각을 시작했다.




*** <집순이도 가끔은 떠나고 싶다 - 뉴질랜드편>의 연재가 끝나고, 새로운 <평범한 서른입니다.>의 연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